짓눌리는 美관세 돌파구는?…"트럼프의 쇼맨십을 노려라"
韓 협상팀, 귀국 취소한 채 협상 타결 안간힘
美 전방위 압박에, 결렬 시 경제 타격 부담까지
"시간에 쫓겨 약속해서는 곤란…포장이 중요"

미국이 예고한 상호관세 부과 시한인 다음달 1일까지 불과 나흘 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시간을 쥐고 일본 등 다른 나라와의 협상 결과를 앞세우며 한국 협상팀을 강하게 압박하는 모양새다.
한국 협상팀으로서는 트럼프의 시간 위에서 좀처럼 여유를 찾기 어려울 뿐더러 협상 결렬 시 경제 타격 우려도 큰 만큼 부담스러운 상황인데, 트럼프 특유의 쇼맨십을 충족시키는 협상안 외형을 갖추면서도 내용 면에서는 실리를 챙기는 영리한 전략이 필요한 때라는 조언이 나온다.
시간 쥐고 양보 압박하는 트럼프…관세협상 운명의 한주
미국 측은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자국 농·축산물에 대한 추가 시장 개방 등 한국의 다양한 비관세 장벽 완화를 비롯해 대규모 대미(對美)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당초 농·축산물 추가 시장 개방은 국내에서 민감한 문제인 만큼, 한국 협상팀이 카드로 삼고 있지 않다는 취지의 보도도 나왔지만 25일 대통령실은 통상대책 회의 이후 "협상 품목 안에 농산물이 포함돼 있다"는 메시지를 처음 냈다.
이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 협상 진전을 위한 양보 메시지로도 해석됐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부과 시한을 최근 언급하며 "8월 1일에는 거의 모든 거래가, 아니면 전부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간을 무기 삼아 협상 상대국들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더해 협상을 위한 만남 약속 자체도 압박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한미 양국은 재무·통상 수장의 '2+2 대면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미국 측 요구로 미뤄진 상태다. 앞으로 28~2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중국과의 협상에 나서는 미국의 일정을 고려하면 우리 측에 주어진 대면 협상 기회는 30일~31일 단 이틀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다음 주 중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만날 예정인데, 관세 부과 시한을 하루 앞둔 31일이 대면 담판 시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익 앞에 존중 없는 불도저 행보…日 '5500억 달러' 선례도 압박 수단화
이 같은 선례를 앞세운 미국 측의 메시지는 상대국 존중과는 거리가 멀다. 일례로 러트닉 장관은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사람들이 일본과의 협상 내용을 보면서 욕(expletives)을 했을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은 늘 서로를 견제하며 신경전을 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본과의 협상 타결 당일 댄 스카비노 미국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 X에 공개한 사진에는 백악관에서 미국 측 인사들에 둘러싸인 일본 측 대표와, 그 건너편에 앉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모습이 담겼다. 일본의 투자 제안서에 적혀있던 4천억 달러 액수가 5천억 달러로 수정된 모습도 여과 없이 공개됐다. 이 사진 속 일본 측 대표였던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은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압박 거래의 달인"이라고 평가했다.
메시지 뿐 아니라 사진까지 수단을 가리지 않고 동원해 미국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상대국 압박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일본에 준하는 4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 기금 조성을 한국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가 주요 기업들과 함께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 대미 투자 계획 규모 1천억 달러를 크게 웃도는 액수다.
전문가들 "5500억 달러 허수 가능성…'포장 중요한 협상'으로 접근해야" 조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의 관세정책이 그대로 강행되면 한국 경제가 안정을 회복한다고 해도 실질 국내총생산(GDP)가 0.3~0.4% 감소할 수 있다"는 암울한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그야말로 미국 측의 요구를 선뜻 받아들이기도, 내팽개치기도 어려운 난감한 상황인 셈인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본과의 협상에서도 드러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과시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특히 일본이 약속했다는 5500억 달러의 대규모 투자액을 두고는 자금 조달과 운영 방식까지 확실하지 않은 만큼, '허수'일 가능성이 있어 액수 자체에 과도하게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많다. 재계에서도 기업 투자 만으로는 맞추기 어려운 비현실적인 액수라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한 통상 관련 전문가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타국의 협상 상황과 시간에 쫓겨서 받을 수 없는 요구까지 받아서는 안 된다"며 "특히 일본의 5500억 달러 투자를 둘러싸고는 미일 양국이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그런 액수가 발표된 건 '포장이 중요한 협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은 발표된 대미 투자액 가운데 "출자는 1~2%가 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나머지는 일본 정부계 금융기관의 융자, 융자 보증이 될 것이라고 일본 언론이 보도하기도 했다.
이 전문가는 "상호관세를 두고는 위헌 여부를 둘러싼 소송까지 진행 중일 정도로 미국의 향후 상황은 불확실한 만큼 신중해야 한다"며 "실익을 철저하게 따지되, 멋지게 포장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과시하기 좋은 안을 제시하는 게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무역 분야 전문가 역시 "한국 협상팀이 미국과 일본이 내놓은 5500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에 너무 집착하지 않았으면 한다. 부풀려졌다는 해석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트럼프가 원하는 것은 협상에서의 승리와 그에 대한 홍보일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비관세 장벽 완화 카드 가운데 꼭 미국 뿐 아니라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카드를 찾아 제시하는 게 나을 것이다. 형식은 미국에 내주는 게 되더라도, 실리는 챙겨야 한다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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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성완 기자 pswwa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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