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업안전관리자’ 안전 조치·지도 ‘든든’…제도 기반은 ‘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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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잡을 수 없는 날씨에 마음이 무거웠는데 농민 안전 챙기러 직접 와주고 용품까지 지원해주니 웃음이 절로 나지요. 덕분에 무더운 여름에도 농사지을 맛이 납니다."
양평군농기센터에서 농작업안전관리자로 활동하는 김경호씨(55)는 "건설·제조 현장에서 10년 넘게 산업안전관리자로 일했는데 농업분야가 상대적으로 급여가 낮고 고용기간도 농번기(6개월)에 국한돼 참여할지 망설였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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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넘어짐 등 사고 예방 호평
수요 많은데 예산 부족 ‘문제’
관리자 배치 적고 처우도 열악
낮은 급여·한시 고용 개선 필요

“종잡을 수 없는 날씨에 마음이 무거웠는데 농민 안전 챙기러 직접 와주고 용품까지 지원해주니 웃음이 절로 나지요. 덕분에 무더운 여름에도 농사지을 맛이 납니다.”
23일 경기 양평군 개군면의 한 시설하우스. 비름·한우 농가 최상수씨(58)의 얼굴엔 반가움이 가득했다. 그는 바쁜 수확작업을 잠시 제쳐둔 채 외국인 계절근로자와 함께 방문객의 손동작 하나 말소리 한마디 놓칠세라 귀를 쫑긋 세우고 시선을 집중했다.
등 부분에 ‘농작업안전관리자’라고 적힌 조끼를 입은 방문객은 시설하우스 안팎을 오가며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매의 눈으로 현장을 훑던 그는 먹이를 낚아채듯 바닥에 널브러진 콘센트를 집어 올렸다. 이어 콘센트에 물이 닿으면 얼마나 위험한지를 설명한 뒤 방우형 제품으로 교체했다.
그는 축사로 이동해 분전함에 패치 소화기를 부착했다. 그곳 사다리가 흔들거리자 전도방지대를 장착했다. 최씨는 “모르고 지나쳤던 안전 지식을 알려주고 현장에서 바로 조치해주니 정부에서 농민을 신경 써주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엔 전국에 있는 많은 농가가 지원을 받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4월1일 도입돼 이달 9일로 시행 100일을 넘긴 농작업안전관리자 제도가 우려와 달리 현장에서 빠르게 정착하고 있다(본지 1월17일자 8면 보도). 이 제도는 2024년 1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시행되고, 농작업 안전사고 발생이 끊이지 않으면서 농촌진흥청이 올해 처음 시행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근로자 5인 이상 농가는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작업장의 위험 요소를 의무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국내 농작업 안전사고율은 매우 높다. 농진청에 따르면 2019∼2023년 농촌 현장에선 매일 150명이 농작업 중 죽거나 다쳤다.
농작업안전관리자 제도는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으로 출발했다. 그렇다보니 농가들의 안전관리 수요를 제대로 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진청에 따르면 올해 관련 예산 규모는 18억8000만원(국비·지방비 각 50%)에 그쳤다. 국비 11억여원을 추가 증액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예산당국의 심의 과정에서 반영되지 않았고 국회 심의 과정에서도 그대로 확정됐다. 농진청은 급한 대로 경기·충남·경북·경남 등 4개 도 20곳 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40명 규모로 시행 중이다.
최현경 양평군농업기술센터 기획경영팀장은 “대상 시·군당 2명씩 배치되다 보니 지역 내 신청 농가수가 500여곳인데도 100곳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했다.
농작업안전관리자의 처우도 열악한 편이다. 양평군농기센터에서 농작업안전관리자로 활동하는 김경호씨(55)는 “건설·제조 현장에서 10년 넘게 산업안전관리자로 일했는데 농업분야가 상대적으로 급여가 낮고 고용기간도 농번기(6개월)에 국한돼 참여할지 망설였다”고 털어놨다.
안전관리업계에 따르면 건설·제조 현장에선 산업안전관리자가 정규직으로 근무하거나 근무기간이 최소 2∼3년 보장되는 사례가 많다. 급여 수준도 농작업안전관리자는 연봉으로 치면 3000만원 수준에 그쳐 건설·제조 분야(7000만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고용노동부는 폭염안전 5대 기본수칙(물, 바람·그늘, 휴식, 보냉장구, 응급조치)을 의무화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17일 시행에 들어갔다. 이 규칙은 산재보험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다. 농촌에서 안전관리 필요성이 더욱 커진 이유다. 김경란 농진청 농업인안전팀장은 “내년도 관련 예산을 확충하고 농작업안전관리자 근무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용어설명] 농작업안전관리자
▲‘산업안전보건법’ 관련 안전·보건 관리 실무 경력 2년 이상 보유자 ▲‘산업안전보건법’상 관리감독자 실무 경력 1년 이상 보유자 ▲산업안전지도사·산업보건지도사 등 안전관리 관련 자격증 보유자 중 하나 이상 충족한 전문가로 해당 도농업기술원이 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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