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아닌 전대차?..."월 100만원 아끼려다 1억 손해 본다" [중·꺾·마+: 중년 꺾이지 않는 마음]
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기지만, 크고작은 고민도 적지 않은 시기다. 중년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임대인 아닌 임차인과 맺는 계약
보증금·월세 부담 덜 수 있지만
임차권등기·대항력 보장 어려워

Q : 떡볶이 전문점을 창업하려는 50대 후반 S다. 창업장소를 대치동 학원가 근처로 정했다. 유동 인구도 많고 학생들이 주 고객층이라 장사가 잘 될 것 같았다. 그런데 계약 과정에서 고민이 생겼다. 점 찍어둔 자리는 현재 치킨집이 운영중이었다. 건물주와 직접 계약하면 보증금이 1억 5,000만원, 월세 350만원인데, 치킨집 사장님과 전대차계약을 하면 보증금 8,000만원에 월세 280만원이라고 했다. 보증금 7,000만원과 매월 월세도 절약할 수 있으니, 솔깃했다. 하지만 뭔가 불안하기도 하다. 내가 뭔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
A : 소규모 창업을 준비하는 중년들 중 상당수가 S씨와 같이 ‘전대차계약’을 고려하곤 한다. 상가를 빌릴 때 보증금이나 월세 등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차인’과 ‘전차인’의 법적인 지위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전대차계약이란, 임차인이 자신이 빌린 공간을 제3자에게 다시 빌려주는 계약이다. 건물주(임대인)와 원임차인(치킨집 사장) 사이의 계약이 유지되고, 원임차인과 전차인(S씨) 사이에 전대차계약이 체결된다. ‘임대차계약’과 ‘전대차계약’에는 결정적 차이가 있다. S씨는 건물주와 직접 계약관계를 맺지 않기 때문에 독립적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다. 원임차인의 권리범위 내에서만 전차권이 생성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불안정한 법적 지위가 시작된다. 원임차인의 계약이 종료되거나 무효가 될 경우, S씨도 자동으로 공간을 잃을 위험이 있다.
‘건물주의 동의를 받았으니, 임차인과 같은 지위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명백한 오해다. 건물주의 동의를 받았더라도 S씨의 법적 지위는 치킨집 사장과 같지 않다. 전차인과 임차인의 지위가 달라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은 다양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일반 임차인의 경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더라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전차인은 등기명령 신청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전차인들은 원임차인이 갑자기 연락을 끊거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상황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위험은 ‘원임차인의 월세 연체’로 인한 피해다. 치킨집 사장이 건물주에게 월세를 3회 이상 연체하면 건물주는 임대차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다. 이 경우 가장 큰 피해자는 S씨다. 임대차계약이 해지되면, 전대차계약도 자동 무효다. 건물에서 즉시 퇴거해야 한다. S씨가 성실히 월세를 냈더라도, 치킨집 사장의 채무불이행으로 불똥이 튀는 셈이다.
물론 일정수준에서 위험을 막는 장치는 있다. 먼저, 계약갱신 요구권이다. 전차인은 원임차인을 대신하여 건물주에게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다. 권리금도 보호받을 수 있다. 더 나아가 건물주와 원임차인이 서로 합의해서 임대차계약을 종료하더라도, 전차인이 해당 사실을 몰랐다면 일정 기간 건물을 사용할 수 있는 제도도 있다. 전대차계약의 근본적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안전망은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건물주와 직접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권한다. 만약 부득이하게 전대차계약을 맺어야 한다면 다음 세 가지를 반드시 확인하자. 첫째, 건물주의 서면 동의서를 전대차계약 전에 확보하자. 원임차인이 급하게 자리를 넘기려고 "나중에 건물주 동의를 받겠다. 계약부터 먼저하자”고 제안하는 경우가 많은데, 매우 위험하다. 둘째, 건물주와 원임차인 간의 임대차계약 내용을 꼼꼼히 검토하자. 월임차료 금액과 계약 기간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셋째, 원임차인의 월세 납부 상황을 반드시 확인하자. 과거 연체 이력이 있거나 재정상태가 불안정하다면,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S씨처럼 7,000만 원을 절약하는 전대차는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잠재적 손실은 그보다 훨씬 클 수 있다. 그래서 세 가지 선택지를 제안한다. 첫째, 자금 여력이 있다면 건물주와 직접 계약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안전하다. 둘째, 전대차계약을 고려한다면, 반드시 부동산 전문가와 상담하자. 최소한 계약서와 등기부등본은 전문가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금 위치만 고집하지 말고, 다른 매물을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위치보다 중요한 건 사업의 지속 가능성이다.
작은 비용 절약을 위해 큰 위험을 감수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법적 보호 아래에서의 새로운 시작이 중년 인생 2막의 진짜 출발이며, 성공 창업의 첫걸음이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71610400005531)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7071400000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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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50113550003557)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50709470004819)
박은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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