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포(南浦)의 눈물 [인문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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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면 신발 끈을 묶는 아침.
삼화를 왜 남포로 바꾸었는지 자세히 모른다.
남포는 본디 당포(唐浦)라고 불렀던 것처럼 아주 멀리 중국까지 가는 국제항 역할도 했으리라 보인다.
요즘 남포가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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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면 신발 끈을 묶는 아침. 바쁨과 경쟁으로 다급해지는 마음을 성인들과 선현들의 따뜻하고 심오한 깨달음으로 달래본다.

남포시는 예전 삼화현(三和縣) 자리다. 삼화현도 평양부에 붙어 작지 않은 도시였으나, 오늘날 남포시에 비하면 감히 규모를 겨뤄볼 만하진 않다. 삼화를 왜 남포로 바꾸었는지 자세히 모른다. 삼화현청에서 남쪽 대동강에 이르면 증남포진(甑南浦津)이 나오는데, 대동여지도에는 그냥 남포라고만 표기된 이 나루에서 이름을 따오지 않았나 싶다.
우리에게 남포는 정지상(鄭知常)의 시로 잘 알려져 있다. 흔히 ‘송인(送人)’이라 부르는 우헐장제초색다(雨歇長堤草色多)로 시작하는데, 봄이 오는 언덕에 비 맞아 살아나는 풀빛을 이처럼 여실하게 읊은 시는 없다. 짙어가는 풀빛 속에 하필 사람이 떠난다. 이 사람이 배를 타는 곳이 남포였다. 그래서 둘째 줄은 송군남포동비가(送君南浦動悲歌)로 이어진다. 이별을 아쉬워하는 마음이 담긴 슬픈 노래 한 가락이 짙어가는 풀빛처럼 처연하다. 물론 이 남포가 지금의 남포시는 아니다.
그렇다면 남포는 어디인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평양성 남쪽 5리쯤 대동강 가에 남포가 있고, 평양 사람들은 이곳에서 원행(遠行)하는 손님을 배웅했다. 남포는 본디 당포(唐浦)라고 불렀던 것처럼 아주 멀리 중국까지 가는 국제항 역할도 했으리라 보인다. 이 포구 위쪽에 영귀루(詠歸樓)라는 정자가 있었다. 송별연은 이곳에서 벌어지곤 했다.
정지상의 시는 두고두고 영귀루의 한가운데를 차지하였다. 대동강 물은 언제 마른단 말인가(大同江水何時盡·대동강수하시진) 뜻밖의 넋두리를 빼놓더니, 시인은 짐짓 이별의 눈물이 해마다 보태지기 때문(別淚年年添綠波·별루년년첨록파)이라 능청을 떤다. 우리나라 사람이 한시를 짓고도 2,000여 년 세월이지만, 잘 지어진 딱 한 편을 고르라면 나는 이 시를 드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 중국 사신이 평양에 도착하기 전, 관내 현판으로 걸린 시를 모조리 내려놓는데, 오직 두 편만 남겨두는 가운데 하나가 이 시였다. 그렇듯 누구나 명편으로 꼽았던 시다.
요즘 남포가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물론 이 남포는 남포시이다. ‘평양의 인천’이라 불러도 좋을 남포시는 통상만이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요충지란다. 앞 정부 군사 책임자가 거기에 드론을 보내 정찰을 가장한 도발을 했고, 그것이 외환(外患)을 유도하려는 의도였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대동강 물이 마르지 않기로는 이별의 눈물로 그쳐야 한다. 그 눈물이면 아름답다.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자들의 장난질은 결코 용납해선 안 된다.

고운기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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