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용’은 없고 ‘노동’만 챙기는 고용노동부 장관

김아사 기자 2025. 7. 28. 00:5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5일과 26일 서울 명동 세종호텔 고공 농성장, 경북 구미의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공 농성장을 잇따라 찾았다. 사 측의 해고 조치가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노동자들이 복직을 외치고 있는 곳들이다. 여기서 김 장관은 “노사 당사자 합의보다 나은 판결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두 사업장 모두 법원으로부터 ‘부당 해고가 아니다’라는 판결이 나온 곳들이다. 세종호텔 노동자들은 이미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고, 한국옵티칼하이테크도 최근 1심에서 패소했다.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는 김 장관의 발언은 어떤 의미였을까. 사 측 입장에선 농성 중인 노동자 주장을 수용하라는 압박으로 느낄 수 밖에 없다.

지난 26일 경북 구미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을 찾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옥상에서 농성 중인 노동자와 면담을 시도하는 모습./고용노동부

취임 전부터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김 장관이 노사 관계에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컸다. 노동계 몫으로 장관직에 임명된 만큼 양대 노총의 거센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란 걱정이었다. 그는 후보자 때 “서 있는 자리가 달라지면 풍경도 달라진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를 일축했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행보만 보면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그는 고용노동부 장관 취임사에서 ‘고용’에 대한 언급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고, 노동만 16번 강조했다.

노란봉투법 입법 과정은 그의 행보에 대한 이정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노란봉투법은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식돼 온 경영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우리 헌법은 경영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지만, 대법원 판례를 통해 인정하고 있다. 당초 경영계에선 여당이 법안을 밀어붙인다고 해도 합리적 공무원들이 포진한 정부와의 협의 단계에서 우려가 상당 부분 수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김영훈 장관의 고용노동부는 노동자 보호를 내세우며 기업의 투자 결정, 해외로의 사업장 이전, 구조조정 등 고도의 경영상 결정도 쟁의행위 대상이 되게끔 명시하는 수정안을 냈다. 기존 여당안은 일부 모호한 표현 탓에 법원에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었는데 이런 부분도 일부 없앴다. 경영계의 기대에 완전히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자 권리 보호뿐 아니라 일자리, 기업 경영, 생산성 등 고려할 정책 보폭이 넓은 부처다. 이런 식이라면 그의 이름 앞에 ‘민노총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떼기 어렵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