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예술적 영감 나누는 것 큰 사명”
고음악 단체 레 바스 레위니 창립
대관령음악제로 한국 첫 방문
“고음악 연주는 과감·겸손하게
음악이 지닌 이야기 관객에 전달”
과거는 이미 현재를 앞서가고 있었다. 세계적인 바로크 첼리스트 브루노 콕세와 그가 이끄는 바로크 앙상블 레 바스 레위니의 무대가 그랬다.
평창대관령음악제를 통해 처음 한국을 찾은 그의 연주는 올해 음악제 주제인 ‘인터 하모니’와 딱 들어맞았고 구도자적 자세로 바로크 첼로의 음색을 풍부하게 표현, 삶의 향기가 느껴지는 연주를 펼쳤다.
교육자로 20년 넘게 학생들을 가르쳐오기도 한 그는 “음악에 정답은 없다. 연주자는 음악에 대한 확신을 가져서는 안 된다”라며 열린 자세를 강조했다.
그는 지난 24일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국경을 넘는 하모니’를 주제로 한국 관객들에게 처음 공연을 펼쳤으며 25일 찾아가는 콘서트를 통해 같은 주제로 동해문화예술회관 무대에 올랐다.
반주 또는 협연악기로만 인식되던 첼로를 앙상블의 중심으로 끌고와 리드하는 모습이 강한 인상을 안겼다. 흔히 바로크 음악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바흐, 비발디, 헨델의 곡이 아니었기에 오히려 새로움이었다. 현대 팝음악의 요소가 이미 당시 바로크 음악의 속성에 나타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지난 26일에는 대관령성당에서 르네상스부터 18세기까지의 솔로 첼로 음악과 바흐의 첼로 모음곡을 연주해 호평을 받았다. 최근 평창 알펜시아에서 가진 브루노 콕세와의 인터뷰에서는 음악에 대한 그의 열정과 인간적인 자세를 느낄 수 있었다.

-평창대관령음악제를 통해 한국을 처음 찾았다. 평창에 온 소감은.
“바다를 낀 프랑스 브르타뉴주의 북서부 도시 바덴에서 살고 있다. 평창은 조용한 편이라 내가 사는 곳과 많이 달랐다. 아직 도시의 많은 부분을 보지 못했지만 산과 나무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평창에서 첼로와 베이스를 위한 초기 레퍼토리를 펼쳤다. 이 프로그램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예술적 영감을 나누는 것이 나의 사명이다. 관객마다 다르지만 바로크 음악이 독특하게 다가올 수 있다. 연주자들은 청중과 함께 손을 잡고 음악적 여정을 향해 걸어가야 한다. 당신을 향해 있는 예술적 길에 대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함께 간다면 길은 만들어진다.”
-켈틱 음악과 제미니아니의 곡을 연주했다. 기획 의도는.
“18세기 이탈리아 나폴리 출신의 비올리스트 제미니아니와 켈틱 음악가들의 만남을 다뤘다. 제미니아니는 런던에서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의 전통 음악가를 만났다. 이후 거리 연주와 전통 연주 분야 모두를 경험했고, 이질적인 두 세계의 음악을 결합한 곡을 펼쳤다. 서로 다른 음악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이번 음악제의 주제와도 잘 맞았다.”
-이탈리아의 장 바리에르를 알 수 있는 친절한 기획의 선곡들도 있다.
“장 바리에르의 곡에서는 이탈리아의 정신과 프랑스의 양식을 모두 느낄 수 있다. 그들은 학구적인 스타일의 연주보다 대화할 수 있는, 자신의 개성과 열정이 드러날 수 있는 연주를 원했다. 개인적인 스타일을 추구했던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
-대관령 성당에서 르네상스부터 18세기까지의 솔로 첼로 음악과 바흐의 첼로 모음곡을 펼쳤다.
“바흐 첼로 독주곡이 나왔던 당시의 맥락을 고려해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과거에는 첼로 솔로 독주를 위한 음악은 거의 발견되지 않았고, 첼로는 반주용으로만 연출되는 악기로 여겨지곤 했었다. 이번 프로그램은 어디에서부터 첼로 음악들이 나왔느냐는 시초를 알려주기 위한 선곡이었다. 바흐의 작품이 등장하기 이전과 이후에 음악에 어떠한 변화나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보여주고 싶었다.”
-어떤 연주자로 기억되고 싶은가.
“이야기를 전하는 ‘스토리텔러(이야기꾼)’가 되고 싶다. 고음악을 연구하고 탐구하면서 새로운 감정이나 발견을 대중에 전달하고 싶다. 아직 청중이 고음악의 매력에 대해 잘 모르기에, 만나지 못한 음악이 정신에 스며들기를 바란다. 바흐의 모음곡만이 아니라 음악이 갖고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우리가 음악을 아는 것이 아니고, 음악이 우리를 알아차릴 때가 있다. 연주자는 이러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나는 음악을 알리는 좋은 도구로 관객에게 상상과 제안을 전하고 싶다.”
-내년에 레 바스 레위니가 30주년을 맞는다. 계속 앙상블을 이끌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이었는가.
“30년 정도 연주하면서 잘 알려지지 않은 곡과 잘 알려진 레퍼토리의 곡들을 모두 연주해왔다. 음악이 지극히 개인적이고 시적인 동시에 또 역사적이어야 한다. 고음악을 연주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열린 마음가짐이다. 음악에 대해 ‘절대적’이라는 확신은 가질 수 없기에 100%의 연주는 불가능하다. 의문이 사람을 성장시킨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
“고음악은 음악가들에게 상상력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남긴다. 바흐의 음악과 바로크 음악을 연주할 때 연주자는 곡이 나온 당시에 살아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연주자는 음악이 나온 당시의 느낌이나 연주를 상상해야 한다. 고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무한한 미로를 헤매는 것 같다.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며 때로는 과감하게 도전도 해야 한다. 그럼에도 겸손함을 잊지 않고 연주해야 한다.”
이채윤 기자 cyle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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