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밖에선 트럼프 관세, 안에선 정치에 치이는 기업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8일 여당이 제출한 노동조합법과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심사하는 소위를 열기로 했다. 노조의 쟁의 범위를 경영 행위까지 확대하는 반면 기업의 불법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는 제한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의 국회 통과 절차에 착수하는 것이다. 이날 당정 협의를 거쳐 여당 단독으로 소위를 통과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이 법이 통과되면 불법 파업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 장치마저 사라져 한국 기업의 경영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뿐이 아니다. 민주당은 이달 초 통과된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 상법 개정에 이어 집중투표제, 자사주 소각 의무화까지 포함하는 더 강력한 상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전 정부의 ‘부자 감세’를 원상 복구한다는 명목으로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 기업은 중국에 경쟁력이 밀리면서 실적 악화로 고전 중이다. 법인세를 올리면 투자와 고용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이 기업 유치를 위해 법인세 인하 경쟁을 벌이는 추세와도 역행한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 회장 등 재계 수장들을 연쇄적으로 만나면서 대미 투자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는 미국의 25% 상호관세 부과 시한을 불과 나흘 앞두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에 앞서 미국에 5500억달러 투자를 약속하고 협상을 마무리했다. 한국도 협상을 타결하기 위해선 대미 투자액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고, 상당액을 기업에 의존해야 한다. 대통령과 재계 수장이 만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조선산업 협력, 알래스카 자원 개발 등 정부의 다른 협상 카드 역시 결국 기업이 부담해야 할 몫이다. 대통령은 손을 내미는데 여당은 팔을 비트는 기현상이다.
관세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면 한국 경제는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에서 25% 관세를 부담하면서 한국 산업은 버틸 수 없다. 협상이 불발되면 1차적으로 기업이 문제겠지만 결국 모든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 대통령의 정치적 타격도 상당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여당은 기업의 부담을 늘리고 경영 환경을 악화시키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 최대 지지 세력인 민노총의 환심을 사기 위해 “속도 조절이라도 해 달라”는 산업계 호소조차 외면하고 있다. 글로벌 관세전쟁이 벌어지는 지금, 기업을 이런 식으로 다루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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