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논란 비과세 감액배당 역사와 메리츠금융의 절묘한 준법 세테크 [홍길용의 화식열전]

홍길용 2025. 7. 2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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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감액 배당이 논란이다. 정확히는 자본준비금(잉여금) 감액이다. 보통 배당금은 이익잉여금이 재원이 된다. 자본준비금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것을 허용하는 나라도 있지만, 자본 부족에 대비한 돈이라는 점에 무게를 둬 금지하는 나라도 있다. 자본준비금을 주주에 돌려준다고 전면 비과세 하는 곳은 우리나라뿐이다. 주주가 자본으로 납입한 현금을 되돌려 주는 것이라면 과세하지 않을 수 있지만, 합병이나 주식교환 등으로 인한 회계상 차액을 자본준비금으로 분류해 배당하는 경우에는 과세 대상이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자칫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대주주가 회사의 현금을 비과세로 가져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금지하고 과세하는데 … 이명박·박근혜 정부, 굳이 허용하고 비과세까지

자본준비금 감액배당을 허용하는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 많지 않다. 허용하더라도 한국처럼 전면적으로 비과세하는 국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주주의 주식 취득가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세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이익잉여금을 먼저 배당으로 간주하고, 그 후 자본준비금에서 감액배당이 이루어진다고 본다. 또 미국에서는 주주의 주식 투자 원가(basis)를 초과하는 분배금에 대해서는 자본이득세(capital gains tax)를 부과한다. 일본 역시 자본준비금 감액을 허용하지만 반환된 자본이 주주의 취득원가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배당으로 간주하여 과세한다. 우리나라는 자본준비금의 출처와 관계없이 감액 배당 전체를 비과세 처리하는 유일한 국가다. 조세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자본준비금 배당 허용은 2011년부터 진행됐다. 이명박 정부는 상법 461조의 2를 신설하고 462조를 개정하면서 자본금의 1.5배를 초과하면 이익잉여금뿐 아니라 자본준비도 감액(배당)이 가능하도록 했다. 2013년 정부는 개인의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한도를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축소한다. 이어 2014년 2월 박근혜 정부는 소득세법 시행령 26조의3에 자본잉여금 감액은 배당소득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큰 시행령 개정이었지만 당시(2014년 2월 18일) 기획재정부 보도자료에서 이 내용은 별도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리고 9년여만에 자본준비금 비과세 배당을 제대로 활용한 기업이 등장한다.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 상장계열사 통합으로 더 많은 배당 확보

2022년 메리츠금융지주는 계열사인 메리츠증권과 메리츠손해보험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 두 회사 일반주주 지분을 지주사 지분으로 바꿔줬다. 당시 메리츠금융 주식의 액면가는 500원이었지만 주식 교환가액은 2만 7132원으로 책정됐다. 신주가 대규모로 발행됐고 발행가와 액면가의 차이인 2조7500억이 초과금(자본잉여금)으로 쌓였다. 메리츠금융은 신속히 자본준비금 감액을 단행한다. 2022~2023년에 걸쳐 자본준비금 2조7500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고, 총 6890억원을 감액배당했다. 51.25%의 지분을 보유한 조정호 회장은 3626억원의 배당금을 세금 없이 수령했다. 일반 배당이었다면 약 1800억원의 세금을 냈어야 했다. 기업분석업체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감액 배당을 한 업체 수는 2022년 31개, 2023년 38개, 2024년 79개, 2025년 4월 기준 130개로 급증세다.

메리츠금융지주가 메리츠손해보험과 메리츠증권을 완전자회사로 바꾸면서 조정호 회장의 그룹에 대한 종합 지배력은 오히려 더 높아졌다. 감액배당을 통한 비과세 혜택도 조 회장이 가장 많이 누렸다.

2022년 메리츠금융이 계열사의 완전 자회사 편입 계획을 발표했을 때 상당수 미디어들이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반 주주를 위해 대주주가 큰 결단을 내렸다는 ‘칭송(?)’까지 나왔다. 감액 배당으로 일반 주주도 비과세 배당이익이란 수혜를 누렸지만, 사실 최대주주인 조 회장이 가장 큰 혜택을 봤다. 지배구조 개편 전에는 계열사인 보험과 증권이 각각 100을 배당했을 때 조 회장에게 도달하는 액수는 86이지만, 지배구조 개편 후에는 94 이상, 현재는 103으로 높아졌다. 달리 풀면 조 회장은 지배구조 개편으로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도 높이고 비과세 배당으로 어마어마한 수익까지 챙겼다는 뜻이다.

시행령으로 비과세…헌법상 조세법률주의 위반 가능성

감액배당 비과세는 조세형평성 논란 외에 위헌 가능성도 의심할 만하다. 헌법 제59조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이다. 헌법재판소 판결도 그렇다.

헌법 제59조가 명시한 조세법률주의는 국민의 재산권 보호와 법적 안정성을 위한 핵심 원칙이다. 헌법재판소도 여러 판례에서 “조세의 부과 뿐 아니라 감면도 법률주의의 적용을 받는다. 조세의 감면은 비혜택자에게 불평등한 조세부담을 의미하기 때문이다”(93헌바2)라고 확인했다. 비과세 혜택도 국민 전체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 사안이므로 대통령령이 아닌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법률로 규정하여야 할 특별부가세의 감면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한 규정은 과세요건법정주의에 위배된다” (98헌바6)

현행법상 비과세 법령인 소득세법 12조(비과세소득), 89조(주택 양도소득 비과세), 조세특례제한법 각종 세금 감면 규정은 모두 법률에서 직접 규정한다. 시행령으로만 비과세를 정한 것은 감액 배당이 거의 유일하다.

헌법 75조는 “대통령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 받은 사항을 규정한다”고 했다. 포괄위임금지 원칙이다. 자본준비금 감액배당의 비과세가 소득세법이 아닌 시행령(소득세법 시행령 제26조의3)에만 근거하고 있다는 점은 헌법이 금지한 ‘포괄위임금지 원칙’(헌법 제75조)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 소득세법 시행령에서 감액 배당을 배당소득에서 제외한 근거는 소득세법 17조 제6항의 위임으로 “배당소득의 범위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문구다. 시행령 26조의3의 내용은 대부분 배당소득에 포함되는 소득에 대한 규정이다. 배당소득에서 제외하는 소득을 정한 것은 제6항의 감액 배당 뿐이다. 소득세법은 별도(12조)로 비과세소득을 규정하고 있다. 자본준비금 배당을 비과세하려면 소득세법에 담고, 허점을 시행령으로 막는 게 자연스럽다.

대통령령 포괄위임 ‘남용’ 드러나…과세형평도 다시 살펴야

정부는 뒤늦게 감액 배당도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조국혁신당은 자본준비금을 감액해 지급하는 배당금에도 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소득세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자본준비금을 감액해 주주에게 지급하는 배당금 중 주식 취득가액을 초과하는 금액에 소득세를 과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감액 배당이 형식상 자본환급이지만, 실제로는 이익의 분배이며, 그동안 이를 통해 일부 대기업 대주주들이 과세를 회피해 왔다는 게 개정안 제출 내용이다. 사실 국무회의에서 해당 시행령만 삭제하면 감액 배당 과세는 당장 가능하다. 굳이 법률까지 개정할 필요도 없다.

자본준비금 감액배당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기업이 불필요하게 많은 자본을 보유하는 것보다 주주에게 환원하는 것이 자본의 효율적 배분 측면에서는 바람직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과세 형평성이다. 자본준비금 감액배당 비과세는 정부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대주주들이 편법적으로 부를 키울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조세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시행령 개정을 넘어, 조세형평성과 법치주의 원칙에 입각한 근본적인 법체계 개선이 필요하다. 기업의 유보금 축소와 주주환원 정책을 장려하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에 대한 과세는 법률에 근거하여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대주주와 일반 주주, 근로소득자와 배당소득자 간의 과세 형평성이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법적·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 참에 오히려 좀 더 근본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현행 법령 체계의 상당 부분이 법 조항의 주요 부분을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 대부분의 법 조항 마지막 부분은 대통령령 위임인데,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때로는 ‘등’과 같은 자구 하나로 행정부에 임의로 법을 해석할 여지를 주기도 한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집무실 위치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배당 압박보다 국민 노후 투자 여건 조성을

주요한 법령을 바꾸거나 새로 만들 때에는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여러 각도에서 새로운 법령이 가져올 영향에 대해 미리 살피고 혹시나 있을 부작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감액 배당 관련 법령은 그 동한 한 차례도 공론화된 적이 없다. 시행령에 대한 포괄적 위임 관행 역시 마찬가지다.

아울러 기업에게 직접 법령으로 배당을 압박해 증시를 부양하기 보다는 국민들이 안정적 노후를 위해 배당과 이자소득 기반을 갖추도록 지원할 필요도 있다.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회의 주주이익 충실의무가 새롭게 명문화됐다. 법을 통한 강제 보다는 일반 주주들이 배당확대 등을 회사에 강하게 요구할 수 있도록 제도와 환경을 조성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정부가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를 손 볼 것으로 알려졌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한도는 2012년까지 4,000만원이었으나, 2013년부터 2,000만원으로 축소되어 지금까지 10년 넘게 유지되고 있다. 그동안 국민소득과 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했지만 한도는 조정되지 않아, 실질적으로는 과세 대상이 확대되는 효과가 발생했다. 분리과세 한도 확대는 개인 투자자들의 장기투자를 유도하고 배당소득 기반의 안정적인 노후 대비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한도가 높아지면 그만큼 국민들은 더 많은 주식과 채권을 더 오래 보유할 이유가 생긴다. 증시와 국채 시장에 모두에 도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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