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73] 111세 노병을 위한 노래

강헌 음악평론가 2025. 7. 27. 23:4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Radiohead ‘Harry Patch(In Memory Of)’ (2009)
Radiohead, 'Harry Patch (In Memory Of)' (2009)

1914년 7월 28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세르비아 왕국에 전쟁을 선포했다. 프란츠 페르디난트 황태자 부부 암살 사건이 일어난 지 꼭 한 달 만이었다.

이 암살 사건은 제국 내 강경파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반대편에서는 선전포고가 있은 지 3일 만에 세르비아가 속한 범슬라브 진영의 좌장 러시아 제국이 세르비아를 보호하려 총동원령을 내린다. 이에 위협을 느낀 독일 제국은 격론 끝에 다음 날 8월 1일 역시 총동원령을 내린다. 이후 차례차례 프랑스와 영국이 개입한다. 영일 동맹에 따라 저 멀리 일본까지 독일에 선전포고를 하고, 오스만 제국도 휘말리면서 인류 역사상 최악의 참사가 현실화된다. 그리고 1917년 봄 미국까지 참전함으로써 발칸반도의 문제가 유럽 전체 문제로, 그리고 사실상 식민지 지배권을 둘러싼 전 세계의 문제로 격화된 것이다.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20세기는 1914년에 시작되었다”고 썼다. 약 1000만명이 전사했으며 세 제국이 종말을 고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4년 3개월 동안 벌어진 이 전쟁은 2차 세계대전이라는 더 잔혹한 지옥의 시발점이 되었다.

2005년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는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마지막 생존자 중 한 명, 해리 패치의 인터뷰를 듣고 이 노래를 만들었다. 이 노래가 발표될 즈음 패치는 111세로 영면한다. 마치 이 노래가 나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살아 나온 사람은 나밖에 없었소/ 다른 이들은 쓰러진 그 자리에서 모두 죽었지/ 기습을 당했소/ 적이 사방에서 몰려들었지/ 지도자들에게 총을 한 자루씩 들려주고/ 그들이나 직접 싸우라고 하시오(I am the only one that got through/The others died wherever they fell/It was an ambush/They came up from all sides/Give your leaders each a gun and then let them/Fight it out themselves).”

장중하고 품격 있는 이 추모와 반전(反戰)의 팝 음악 수익은 영국 재향군인회로 보내졌다.

매일 조선일보에 실린 칼럼 5개가 담긴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세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5분 칼럼'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91170)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