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조종사는 무결점 존재인가

무안공항 참사를 조사하는 항공철도 사고 조사위원회(사조위)가 지난 19일 엔진 정밀 조사 결과를 발표하려다 취소했다. 유족들이 “콘크리트 둔덕 등 다른 원인도 많은데 조종사 과실로만 몰아간다”고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발표하려던 핵심은 이렇다. 새 떼와의 충돌로 양쪽 엔진이 손상됐다. 조종사들은 “오른쪽 엔진을 끄자”고 했지만, 실제 꺼진 것은 왼쪽 엔진이었다. 화재 진압 손잡이까지 당겨져 왼쪽 엔진은 재시동 불능 상태가 됐다. 이를 계기로 항공기 주전력이 모두 차단됐다. 착륙 때 속도를 낮추기 위해 보조날개(플랩) 등을 조작한 흔적도 없었다. 사고 원인에 ‘조종사 과실’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이 내용은 최종 결과는 아니지만 블랙박스와 엔진 및 기체 잔해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조사한 것이다. 하지만 제주항공 조종사 노조와 조종사 노조 연맹, 민간 항공 조종사 협회 등은 “조종사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려는 악의적 프레임”이라며 조사 결과를 공격했다.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도 했다.
유족 반발은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가족을 잃었고,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인 조종사들이 조직적으로 사조위를 압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현재까지 조사가 맞다면 사고가 난 직접적인 1차 원인은 새 떼 충돌이고, 2차 원인은 새 떼 충돌 상황에서의 부적절한 조종사 대처다. 활주로 끝 콘크리트 둔덕은 피해를 키운 요인은 될지언정, 사고를 일으킨 유일한 원인이 되기는 어렵다.
통계적으로 항공 사고 원인 1위는 ‘조종사 실수’다. 조종사 실수는 전혀 없이 완벽한 조종으로 알려졌다가 뒤늦게 뒤집힌 사례는 많다. 2022년 악천후에 필리핀 세부 공항에 착륙하다 활주로를 벗어난 대한항공 631편 사고도 그중 하나다. 완벽한 대처인 줄 알았지만 최종 조사에서 조종사가 조종간을 지나치게 조작한 것도 여러 사고 원인 중 하나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조종사들에게 묻고 싶다. 최종 조사 결과도 안 나왔는데 ‘조종사 과실은 있을 수 없다’며 섣부르게 단정하는 것은 아닌가. 사고기와 동일 기종인 보잉 737 조종사들에게 전화로 의견을 묻자 “애초 착륙 직전인 450피트(137m) 고도에서 새 떼가 보인다며 복행한 것 자체가 잘못된 판단” “엔진을 잘못 끈 것이 맞다면 치명적 실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완벽한 동체착륙이었다’는 항간의 인식과 달리 “착륙 속도가 지나치게 빨랐고, 제대로 된 착륙이라고 할 수 없다”는 조종사들의 의견도 있었다.
사고 조사에서 조종사 실수를 따지는 것은 조종사 개인을 비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조종사가 왜 실수했는지 파악해야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숨진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무엇이 문제였는지 냉철하게 따져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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