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만나는 친숙한 소재로 전하는 선

하영란 기자 2025. 7. 27.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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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농 박우경 화가 8번째 전시
윤슬미술관 '바람이 선을 만…'
소나무·개나리·병아리 등 표현
기억 속 깊이 저장된 생각·대상
붓으로 표현 시간을 쓰고 쓴다
지난 22~27일 김해 윤슬미술관에서 열린 박우경 화가의 8번째 전시 '바람이 선을 만들 때' 작품들.

건농(健農) 박우경 화가의 8번째 전시 '바람이 선을 만들 때'가 지난 22일부터 27일까지 김해시 윤슬미술관 제3전시실에서 열렸다. 22일 개막식이 있는 날 우연히 박 작가의 그림을 만났다. 대형의 그림들이 눈길을 끌었다. '소나무와 개나리, 병아리, 달' 등의 소재가 친근해서 금방 그림 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모든 예술작품이 그러하겠지만 박 작가의 그림은 좀 더 자세히 봐야 한다. 그림을 처음 볼 때와 몇 번을 반복해서 볼 때 그림이 달리 보인다. 작가의 붓 길이 달리 보이고 작품이 말을 걸어온다.

원래 친근하고 아는 소재의 그림은 무심히 보고 지나치기 쉽다. 왠지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날 23일 다시 찾아갔다. 화려하게 빛나는 그림보다 어둠이 살짝 깃든 그림들에 눈이 갔다. 사물 뒤에 있는 달빛이 밝게 혹은 어둡게 빛나며 만물을 비추고 있었다. 모든 곳을 비추는 달이다. 달빛이 비치면 사물이 새롭게 보이고 고요 속으로 들어가게 한다.
박우경화가전시기사 달빛에 이유2

박 작가는 지금까지 만난 작가와 달랐다. 취재해서 기사화 하고 싶다고 했을 때 "내가 뭣이라고"가 첫마디였다. 호기심이 일었다. 박 작가는 작품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박 작가는 "난향을 듣는다. 풀숲의 난이다. 내가 찾아냈을 때 난이다"고 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순수 내 마음에서 저장된 것이 나왔다. 지금의 것에 만족하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를 보면서 나를 인정하고 수용하게 되었다. 그림 공부가 결국 인생 공부다. 쾌족하면 된다. 내 가진 것만으로 충분하다. 바람이 선(禪)을 만들고 인생의 여정이 왔다 가는 것이다. 가짜는 들통난다. 가짜는 이슈화시켜도 금방 들통이 난다"고 말한다.

또 "공감할 수 있고, 나에게 있는 것들을 끄집어 내어 그림으로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고 싶다. 그림은 치유의 에너지가 있다. 창조하는 자(예술가)가 만나면 시너지를 만들어 낸다"며 "바람, 구름, 꽃 등을 좋아한다. 육체의 자유보다 의식의 자유가 있어야 한다. 눈을 감고 명상을 하면 다른 것들을 상상하고 꿈을 꾼다. 현실보다 환희심·행복감을 느낀다. 소유보다 감성에 만족한다. 마음을 끌고 다닌다. 아름다운 것은 본인이 스스로 느끼는 것이다. 자기 스스로 부끄러움을 선택하고 있다. 용기를 내서 개인전을 하고 나면, 나를 알아가면서 나를 용서하고 인정하고 성장해나간다. 기쁜 마음으로 만족했을 때 최고로 만족한다. 불안하고 위태하면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나지 않는다. 마음은 거기에 쓰면 거기에 나온다. 감정의 변화를 찾아가 보니, 습 중에서 좋은 것을 찾아간다. 밝은 불을 켜면 밝은 불이 켜지고 마음이 편해지고 흔들림 없이 간다. 육신이 있는 곳에 내 마음이 있다. 여기에 있으면서 다른 곳에 마음이 있을 때, 흔들린다. 마음이 있는 곳에, 육체가 있는 곳에 있다"고 강조한다. 박 작가의 작품 중에 눈길이 가는 작품을 여기에 소개한다.
박우경화가전시기사 '밀밀사랑Ⅱ(60호)'

△'지나는 시간(100호)'은 먹을 좋아한다. 먹은 불순물이 없고, 시작이고 어둠인 것 같다. 모든 것을 태워버리면 불순물이 없다. 나무 사이로 노란빛의 희망을 넣었다. 나무의 그림자기도 하고 빛도 된다. 보석은 금빛이다. 금빛을 볼 때 희망과 생동감이 생기는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 꽃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목화로 만든 광목천은 먹에 퐁당 담갔을 때 먹물이 든다. 자연적으로 나오는 그림에 내가 희망을 넣었다. 어떻게 나무 모양이 났을까? 접어서 물에 담궜다가 말릴 때 햇볕에 많이 노출된 부분은 더 까맣게 나온다. 이 부분이 나무 모양으로 나왔다. 무려 3개월이 걸렸다. 반드시 강렬한 햇빛을 쬘 때 광목에 검정색을 만들어낸다. 햇빛과 작가가 이 작품을 만들었다.

△'달빛에 이유Ⅱ(100호)'는 먼저 광목에 검정색 먹물을 입히고 흰 개나리를 그리고, 달빛이 비치는 것을 그려 넣었다. 달빛은 진실이다.

△'빌려온 경치(借景), 100호'는 삼베에 감물 즙을 짜서 흔적을 만들고, 소나무의 늙어가는 모습 곧 나의 모습을 표현했다. 처음에는 젊었고, 나중에는 고목처럼 늙어간다.
박우경화가전시기사 박우경화가

△'밀밀사랑Ⅱ(60호)'은 비단에 그린 그림이다. 위사 경사로 짜 넣은 섬유는 직조에 따라 번져간다. 단면 위에 그림을 그리다 보니 의도한 대로 안 나오기도 한다. 그림 상단 부분의 검은 바탕에 하얗게 흘러내리는 부분은 소금을 뿌려서 흘러내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다른 그림에서 볼 수 없는 묘한 느낌을 줬다. 그림 하단 부분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꽃비 같은 달빛이 비치는 세상은 얼마나 살만한 세상인가. 그림을 그릴 때 재료가 중요하다. 가공된 섬유는 사용하지 않는다. 자연 섬유, 비단이나 광목만 쓴다. 가장자리는 깨끼바느질을 해서 쓴다.

"그림 속에 마음을 넣었다. 아무 생각이 없는 상태로 사물을 바로 바라보는 시선을 갖게 되었고, 오욕에 시달리는 것을 놓게 되었다. 붓을 놓으면 끝이다"는 박 작가의 그림 앞에 번뇌를 내려놓고 오래 머물고 싶은 여름이다.

박우경 화가 프로필
발려온 경치(모시)_지나는 시간

중국 연변대학교(동양화) 미술학 졸업. 개인전 8회 (서울, 창원, 밀양, 김해 등). 아트페어전 5회 (창원, 포항, 김해 등). 2021 김해 국제비엔날레 섬유미술 설치전. 김해 비단잉어 천아트 12회 전시. 국제예술문화 명인 명장회 섬유미술 1호 명인 각종 단체전 다수

심사: 대한민국 미술대전, 김해미술대전, 3·15 미술대전 심사, 전국 선면예술대전 심사위원장 등 역임

수상: 2020 대한민국 미술협회 공로상. 2020 대한민국 미술협회 우수작가상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입선 김해미술대전 대상 경남미술대전 특·입선

역임: 김해미협 부지부장, 김해 한국화 화가회 회장

현재: 비단잉어 천아트 갤러리 대표. 김해 한국화 스케치 회장. 김해 미협 운영위원 전국 선면예술대전 운영위원. 금관가야 선면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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