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의 불쾌했던 경험 [삶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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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소속의 비전담 피해자 국선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일의 성격상 다양한 사건들이 배정되지만, 그 중에서도 꽤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유형이 지하철 안에서의 추행이다.
보통 사람들의 출퇴근 시간대에 지하철을 타는 경우가 많지 않은 나는 지옥철에서 이런 범죄가 이토록 빈번하게 일어나는지 몰랐는데, 추행범들을 잡기 위해 사복 경찰들이 출퇴근 시간대에 일부러 잠복하고 있을 정도이니 얼마나 흔한 범죄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무슨 이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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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소속의 비전담 피해자 국선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일의 성격상 다양한 사건들이 배정되지만, 그 중에서도 꽤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유형이 지하철 안에서의 추행이다. 추행 사건 대부분은 가해자가 남성이다. 출퇴근길 지옥철 속에서, 아니 지옥철을 틈타 일면식도 없는 여성의 가슴, 엉덩이, 성기 등을 만지는 것이다. 가해자의 연령대는 다양하다. 20대 젊은이부터 이제 막 태어난 아기가 있는 아이의 아빠이자 누군가의 남편인 남성, 중년 남성, 심지어 70대 노인까지 사법당국의 처벌을 받는 신세가 된다.
보통 사람들의 출퇴근 시간대에 지하철을 타는 경우가 많지 않은 나는 지옥철에서 이런 범죄가 이토록 빈번하게 일어나는지 몰랐는데, 추행범들을 잡기 위해 사복 경찰들이 출퇴근 시간대에 일부러 잠복하고 있을 정도이니 얼마나 흔한 범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뜻하지 않은 경로로 지옥철의 현실을 알게 되면서, 지하철에서의 내 행동도 자연스레 변하게 됐다. 객차 안에 사람이 많아지기 시작하면 신경이 곤두서게 된다. 웬만하면 남성들 근처에는 있고 싶지 않고, 탑승객이 많아져 차량 내부 밀집도가 높아지면 자연스레 두 팔로 몸을 감싸는 행동을 취하기도 한다.
서 있지 않고, 의자에 앉아서 가면 좀 안전할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며칠 전 있었던 일이다. 객실 안 의자는 빈자리 없이 사람이 모두 앉아 있었고, 나는 의자 앞에 손잡이를 잡고 서 있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 중에는 유난히 두리번거리는 중년 남성이 있었는데,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다 그 남성 옆에 자리가 나서 옆에 앉았다. 그런데 무슨 이유일까. 그 남성이 돌연 내 옆에 밀착해 앉았다. 기분 탓일 수도 있겠지만, 순간 불쾌했다. 곧장 일어나서 옆 칸으로 이동할 수 밖에 없었다. 불쾌한 상황을 만든 건 그 남성인데, 왜 내가 자리를 옮겨야 하고, 이동을 하면서도 왜 내 가슴이 쿵쾅거리는 건지(쫓아와서 도리어 나에게 화를 낼까 봐 두려운 것이다) 모든 상황이 불쾌하고 짜증이 났다.
솔직히 이런 일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너무나 흔한 에피소드다. 그런데도 이날은 유독 화가 났다. 새 정부의 여성가족부 장관 인선 과정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광장의 주역이라면서 추켜세우더니, 정작 그 여성들을 위한 부처의 장관 인선에서는 여성을 위한 정책, 성평등 정책 의제를 제대로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재명 대통령은 이대남의 역차별을 챙기라고 주문했다. 이걸 왜 여가부에 지시하는지도 모르겠다. 여가부는 여성의 사회구조적 약자성을 인지하고 여성의 권리 증진을 위해 만들어진 부서인데 말이다. 이 대통령의 '역차별' 언급이 전 정부와 비슷해 보이는 건 내 기분 탓일까.
여성들은 일상이 안전한 성평등한 세상이 언제나 절실했고 지금도 절실하다. 부디 새로운 여가부 장관 인선 과정에서는 광장의 주역이었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제대로 된 논의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김소리 법률사무소 물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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