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플레이·존중·우정’ 승부보다 빛났다…보인고, 신평고 꺾고 금배 유스컵 우승

김세훈 기자 2025. 7. 27.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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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당당한 경기·깨끗한 인정
우승팀에 터널 만들어 줘 축하
상대편 부모 찾아 단체 인사도
충북 제천종합운동장에서 26일 열린 58회 대통령금배 전국고교축구대회 유스(U-17)컵 서울 보인고와 충남 신평고의 결승 경기 후 신평고 선수들이 우승한 보인고 선수들을 축하해주고 있다. 제천 | 권도현 기자

물을 서로 나눠 마셨다. 보인고 선수로부터 물병을 건네받은 신평고 선수는 물을 마신 뒤 보인고 코치에게 공손하게 물병을 건넸다. 볼이 아웃되면 볼을 있는 자리에 그대로 내려놓았다. 거친 몸싸움과 잇단 판정 속에서도 상대를 향한 비방, 심판을 향한 어필도 없었다. 충돌로 넘어져도 곧바로 다시 일어나 뛸 뿐 불평과 불만은 한마디도 없었다.

지난 26일 충북 제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58회 대통령금배 전국고교축구대회 유스컵 결승전에서 나온 장면들이다. 우승을 놓고 맞붙은 서울 보인고, 충남 신평고는 축구선수로서,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는 전사로서 오직 축구에만 집중할 뿐이었다.

관중의 눈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은 거의 없었다. 승부는 보인고의 3-0 승리로 끝났지만 승자도 패자도 박수받기 충분한 페어플레이를 펼쳤다.

서울 보인고 선수들이 지난 26일 경기를 마친 뒤 충남 신평고 학부모 응원석으로 이동해 인사하자 신평고 부모들이 축하 박수를 보내고 있다. 김세훈 기자

응원하는 부모들도 어른다웠다. “보인고 파이팅” “신평고 파이팅” “골골골골”을 열심히 외치는 게 전부였다. 상대 선수를 향한 비방과 모욕, 심판을 향한 불만과 압박은 전혀 없었다.

경기 종료 직후 양 팀의 모습은 감동스러웠다. 보인고 선수들은 신평고 부모들 앞에서 “감사합니다”라며 단체 인사를 건넸다. 신평고 부모들은 “수고했어”라고 화답하며 박수를 쳐줬다. 패배를 깨끗이 인정하면서 내 아들을 꺾은 남의 아들에게 예를 갖춘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자아냈다.

시상식에서도 보인고 선수들은 터널 모양으로 도열해 준우승 메달과 트로피를 받기 위해 시상대에 오르는 신평고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이어 신평고도 보인고 선수들이 시상대에 오를 때 똑같이 예의를 갖췄다. 터널을 통과하는 선수들과 터널을 만들어준 선수들은 서로 하이파이브를 했고 개인적으로 가까운 친구들에게는 위로와 축하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상대 선수, 지도자가 상을 받아도 상대팀 부모와 선수들은 잔잔한 박수로 서로를 축하하고 격려했다. 승자와 패자는 나뉘었지만 경기 후 양 팀 선수와 부모들이 보여준 일련의 장면들은 모두 우승감이었다.

철학자 알베르 카뮈는 축구를 너무 좋아했고 10대 시절 동네 축구클럽에서 골키퍼로 7년 동안 뛰었다. 건강 문제로 축구선수가 되기를 포기한 카뮈는 축구에 대해 아주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인간으로서 오랫동안 살아가면서 배워야 하는 도덕과 의무를 축구에서 배웠다.”

희생, 양보, 질서, 책임, 단결, 승자 축하, 패자 격려, 도전정신 등 인간과 인간이 더불어 살면서 지켜야 하는 수많은 가치들이 많은 스포츠 종목에 담겨 있다. 그게 스포츠가 인간과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힘이며, 어린 나이부터 스포츠를 배워야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안성국 제천시체육회장은 “어린 선수들의 자세가 너무 훌륭하고 성숙해서 뿌듯하다”며 “축구도 잘하지만 인성이 너무 뛰어나 감동스러운 잔잔한 드라마를 한 편 본 느낌”이라고 말했다.

제천 |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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