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6도 찍었는데... 더 오른다, 공포의 폭염

더위가 폭주하고 있다. 27일 경기 안성의 수은주가 40.6도까지 오르는 등 전국이 폭염의 절정 구간에 진입했다. 이번 주에 서울에서 사상 첫 40도 돌파, 초열대야 발생 등과 같은 새로운 날씨 기록이 쓰일지 주목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공을 덮은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연일 기온을 끌어올리는 가운데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뜨거워진 동풍이 폭염에 가세할 전망이다. 사람으로 치면 두 겹의 이불을 덮고 난로까지 쬐는 꼴이다. 서울이 최고 39.6도를 기록하는 등 관측 사상 가장 뜨거웠던 2018년과 폭염 양상이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5월 20일부터 이달 26일까지 총 2311명의 온열 질환자가 발생,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1년 이후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이 기간 사망자는 11명으로 작년(4명)보다 3배 가까이 많았다.

여름철 우리나라 상공은 주로 북태평양고기압에 덮인다. 올여름처럼 두 겹의 고기압이 겹쳤다고 해서 이를 이례적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이런 ‘이중 고기압’ 구조가 어떤 모양으로 형성되고, 얼마나 오래 유지되느냐에 달렸다.
현재 우리나라 상공은 두 고기압이 온몸을 감싼 듯 빈틈없이 갇혀 있다. 이런 모양은 주로 폭염 절정기인 7월 말에서 8월 중순 사이에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올여름은 이달 초부터 이런 양상이 나타났다. 이에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서 7월 초순 최고기온 기록이 깨지는 등 이상고온 현상이 빈발했다.
지나치게 뜨거워진 대기가 역으로 비정상적으로 큰 비구름대를 만들면서, 지난 16~20일 전국에 내린 ‘괴물 폭우’로 인해 열기가 한 차례 해소됐다. 그런데 저기압이 빠져나가자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다시 빠르게 우리나라 상공을 장악하면서 7월에 두 번이나 ‘이중 고기압’이 만들어졌다. 비로 땅이 축축해진 터라 높은 습도로 인해 기온은 더 가파르게 올라갔다. 통상 여름을 통틀어 한 번 겪는 극한 폭염을 두 번이나 겪게 된 것이다.

다만 지난 주말까지는 고기압 이불만 덮고 있었을 뿐, 뜨거운 바람까지 불진 않았다. 주풍이라고 할 수 있는 바람이 딱히 없이, 강한 햇볕만 내리쬐면서 낮 동안 사우나에 들어간 듯 뜨거웠다. 이 열기가 고스란히 밤까지 이어지면서 열대야가 심했다.
제주는 지난 15일 이후 12일째, 서울은 지난 19일 이후 8일째, 인천과 충북 청주·강원 강릉은 지난 20일 이후 7일째 열대야(밤 최저기온 25도 이상)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은 26일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수은주가 최저 28.3도까지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강릉은 이날 최저기온 29.8도를 기록, 초열대야(밤 최저기온 30도 이상)에 근접했다.
문제는 이번 주엔 고온 건조한 열풍이 가세한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한동안 남동풍을 비롯한 동풍 계열의 바람이 들어올 것으로 내다봤다.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이 동해안 부근을 따라 형성된 우리나라에선, 동풍이 불어오면 산맥 서쪽에 있는 지역에 열풍이 공급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산을 넘어간 공기는 건조하고 뜨거워지는데, 여기에 강렬한 햇볕까지 더해 온도가 더 가파르게 오를 전망”이라고 했다.
변수는 우리나라 남쪽에서 발달하는 태풍과 열대 저압부의 영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날로 기록된 2018년 8월 1일의 경우, ‘이중 고기압’과 ‘동풍 계열 바람’이라는 점은 올해와 똑같지만, 당시에는 태풍 ‘종다리’가 일본 쪽에서 소멸한 후 열대 저압부(태풍 전 단계의 뜨거운 공기 덩어리)가 우리나라로 넘어왔다는 차이가 있다. 태풍이 우리나라로 상륙하면 두 겹의 고기압 이불을 걷어내고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기온이 떨어지지만, 반대로 상륙하지 않거나 먼 곳에서 소멸하면 뜨거운 공기 덩어리가 보낸 열기에 더위가 오히려 가중된다. 현재 평년보다 해수면 온도가 0.5도가량 뜨거운 상황이라 열대 저압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폭염으로 인한 사고도 빈발하고 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후 2시 20분쯤 경기 성남시에서 ‘길가에 남자가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들어와 50대 남성을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숨졌다. 전날 낮에는 경북 포항시 북구의 한 야산에서 제초 작업을 하던 네팔 국적의 40대 남성이 폭염에 쓰러져 사망했다. 지난 23일 오후 6시 23분쯤엔 경기 파주시 광탄면에서 60대 남성이 빌라 계단에 엎드린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무더위에 전국 곳곳에서 가축 폐사도 이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5월 20일부터 지난 24일까지 전국에서 돼지, 닭, 오리 등 가축 101만1243마리가 폐사했다고 밝혔다. 작년 같은 기간(9만6148마리)의 10배가 넘는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5일 폭염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높였다. 작년보다 6일 빠른 것이다. 28일 기온은 최저 21~28도, 최고 32~37도 분포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다음 달 6일까지 예년보다 높은 기온이 유지되는 가운데, 비 소식 없이 극심한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겠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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