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살린 도자기] (4) ‘도자기 도시’ 무엇으로 만들어지나
김해와 징더전(景德鎭). 둘 다 도자기로 이름난 도시지만 분위기는 다르다.
김해는 가야토기부터 이어진 역사와 분청도자의 유산을 품고 있으나, 방문객은 줄고 도예인은 적어지고 있다. 반면 중국 징더전은 도예가들이 몰려드는 창작도시다. 무엇이 두 도시를 다르게 만들었고 징더전에서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창작하기 좋은 징더전
작가는 구상 기술자는 공정
도자기 제작 과정 ‘분업화’
공용 작업공간·가마 조성
필요한 재료도 쉽게 수급
韓과 달리 도예 관심 높아
◇창작하기 좋은 도시= 중국의 도자기 도시 중 하나인 시안(西安)에서 온 장준 작가는 징더전에 온 지 10년이 넘었다. 그는 앞으로도 징더전에서 평생 도자기를 만들며 살아갈 예정이다. 장준 작가가 징더전에 터를 잡게 된 것은 징더전이 ‘창작하기 좋은 도시’라는 점이다. 그는 “시안은 작업 환경이 좋지 않았다. 징더전은 도자기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많고 그에 따라 많은 분업화가 이뤄져 있다”고 말했다.
도자기 창작의 분업화, 김해를 넘어 한국에서는 새로운 창작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물레를 돌리고, 도자기를 빚고, 그림을 그리고, 유약을 발라 굽는 등 모든 과정을 제 손으로 다 해야만 작가로서 인정을 받는다. 반면 중국에서는 도자기 위에 조형 작업만을 혹은 그림만 그려도 작품의 주인으로 인정을 받는다. 중국에서 유명한 작가들은 아이디어만 구상하고 고용한 기술자들이 작품의 전 공정을 맡는다.
과거부터 도자기 공장과 관련 직종이 많았던 징더전에는 도자기 기술자가 많았다. 창작보다는 굽고 도자기 형태를 만드는 등의 기계적인 작업이 익숙한 이들이다. 작가들은 이들을 고용하거나 협업해 보다 쉽게 많고 다양한 작품을 제작할 수 있게 됐다.
마찬가지로 타지에서 와 징더전에 정착한 천용 작가 또한 ‘창작하기에 좋은 환경’을 꼽았다. 천용 작가는 “돈이 없는 청년 작가들이 처음부터 시작하기에 최적의 도시”라고 얘기했다.

징더전에서는 물레 하나만 있어도 도자기 작업이 가능하다. 비용이 큰 장작 가마나 전기 가마, 가스 가마 등을 구비할 필요 없다. 도시 곳곳에 공용 작업 공간과 공용 가마의 인프라가 당연하게 조성돼 있다. 지역의 공용 가마들은 수요 또한 많기 때문에 24시간 가동된다.
김해에서 징더전도자대학에 유학을 온 대학원생인 박표진(31)씨도 창작 환경을 꼽았다. 박씨는 “동네 앞만 둘러보더라도 흙만 수십 가지 파는 가게와 도구를 파는 가게, 도자 기계를 파는 가게가 한 블록 건너 하나 있듯이 있다”며 “재료 수급이 아주 쉽고 기술자 스펙트럼이 넓고 많기 때문에 원하는 결과를 다양하고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다. 이 부분은 다른 중국 도시에서는 볼 수 없고 징더전만이 가진 특색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예술을 바라보는 시선= 징더전에서 만난 관광객들은 하나같이 “도자기를 사는 데는 돈이 아깝지 않다”고 얘기한다. 마음에 드는 작품은 그만한 값어치를 한다는 시각이다. 상시로 열린 도자기나 유리 등 공예 작품을 판매하는 마켓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작품의 판매가 용이하다는 것은 작가로서 지속 가능성이 있음을 나타낸다.
징더전에서 체류하고 있는 임솔빈 작가 또한 이런 이유로 징더전에 터를 잡기로 마음먹었다. 임 작가는 “한국에서보다 중국 사람들이 도예 작품을 구매하는 것에 훨씬 적극적이라고 느낀다. 핸드메이드 작품에 대해서는 특히 관대한 모습을 보이는데, 작은 흠이나 결함도 신경 쓰지 않는 편”이라고 얘기했다. 그 이유에 대해 “중국에는 도자기와 삶이 밀접하게 연결돼 도자기는 친근한 예술 분야”라고 덧붙인다. 대부분 가정에서 다기를 사용해 차를 마시는 문화가 있고 특히 징더전 식당에는 플라스틱 식기가 아닌 도자기 식기를 사용한다.
임 작가는 또 “한국에서는 도예에 관심을 가지고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의 비율이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며 “한국은 도자기를 장인의 예술성과 정신이 담긴 고급 예술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고 생각해 도예를 어렵고 멀게 느끼는 사람이 많고, 진심이든 농담이든 다이소 제품이 최고라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은 국가의 중심이 되는 예술을 도자기로 판단, 예술인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징더전에 레지던시를 하고 있는 정지현 작가는 “원로들에 대한 우대가 좋고, 은퇴 후 문화 낙후 지역에 예술가의 미술관이나 작업실을 만들어 지역인들과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지원도 잘하고 있다”며 “젊은 작가들뿐만 아니라 꾸준히 작업하고 있는 작가들을 지원하는 제도와 인프라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도자기 예술을 바라보는 시선은 세대를 거쳐도 변치 않는다. 징더전은 도자기 도시인 만큼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도자기 수업이 필수로 진행된다.
징더전도자대학의 자오신(趙昕) 교수는 “10년 전부터 특히 도자 생산 지역에서는 초등학교, 중학교에 도자기 수업이 필수 교양 과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세대가 교체되어도 도자기에 대한 관심과 자부심을 이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해가 가진 가능성
가야·분청도자 역사 존재
교통적인 측면서도 이점
전국 관련 대학 협약 통해
작가 협업·축제 참여 유도
창작 인프라 고민도 필요
◇김해가 가진 가능성= 표진씨는 김해에서 도예 창작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아버지를 따라 도예가의 길에 접어들었다. 그만큼 도자기 도시의 특색을 가진 김해에 대한 애정도 있다. 징더전에서 유학 생활을 하면서 김해가 도자기 도시로의 정체성을 보다 단단하게 정립하길 바란다.
그는 “김해에는 재료 수급과 다양한 기술진이 비교적 부족하다. 재료는 조금 더 특색 있다면 인터넷 구매를 해야 하고, 기술을 가진 분들은 작가로서 생활하기 때문에 이해 충돌로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작업을 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며 “작가들이 다양한 시도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창작 인프라를 고민해줬으면 한다”고 얘기했다.
자오신 교수는 과거 한국에서 대학원 생활을 보내고 김해에서도 전시를 하는 등 체류하며 김해의 도자기 생태에 대해 파악한 바 있다.
자오신 교수는 “김해는 한국에서 중요한 도자 생산지다”며 “가야 역사에 분청도자의 특색도 내세울 수 있고 특히 교통적인 이점이 있어 도자 도시로서 부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짚어냈다. 그는 “그러나 젊은 작가가 유입되지 않으면 한계가 명확할 것이다. 트렌드를 선도하는 것은 결국 젊은 작가이고 이들이 지역의 명맥을 잇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자오신 교수는 지자체 차원에서 도자기 도시 양성을 위해 전국의 도자기, 미술 관련 대학과 협약을 맺고 김해를 방문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김해에서 할 수 있는 과제를 만들어, 예컨대 김해 지역의 작가와 협업하거나 김해분청도자축제에 참여시키는 등 다양하게 지역을 체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글·사진= 어태희 기자 ttotto@knnews.co.kr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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