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소리] 먹고사니즘과 살아간다는 것
청년들이 안정적인 수입을 얻고 고정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시대다. 비단, 이것은 청년뿐만 아니라, 모두가 어떻게 벌어 먹고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심각하고도 어려운 문제에 갇혀 살아가는 시대이다. 특히, 내가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 분야는 지원 및 정책에 기대어 만들어지는 수입이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에 정권 및 정책 방향의 변화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웃거나 울곤 한다. 앞서 이 길을 가고 있는 선배들도 이 일을 시작한 이래로 불안하지 않고 안 힘든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하니 극도로 불안정하고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 또한, 오랜 시간, 한 분야에서 입지를 다진 선배들이 그렇다면 이 길을 이제야 가보려고 하거나 걸음을 뗀 지 오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더욱 막연하고 어렵기만 할 것이다.
실제로, 몇 년간 지역문화진흥법에 의거해 지역문화인력양성사업에 여러 형태로 참여하면서 직업으로 삼고 전문적으로 활동하거나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이 점점 줄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다. 사실, 나 또한 그들에게 무리해서 창업을 하거나 직업을 삼으려고 하지 말라고 조언을 하고는 한다. 사업 및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안정한 길에 확신할 수 없는 핑크빛 환상을 심어주고 책임은 떠넘긴채, 나몰라라 하기는 싫어 솔직하게 현실을 알려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는 지역에서 전업 문화기획자로 10년 가까운 시간을 버티고 있다. 일하고 있다거나 벌어 먹고 있다는 단어가 나오지 않고 버티고 있다는 단어가 나오는 것부터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라고 생각된다. 나름 이 분야에서 인지도를 높였고 나쁘지 않는 수입을 올리는 편인 나도 버티느라 너무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참아왔다. 그래서일까? 자신의 분야에서 안정적인 활동을 하고 싶어 선택했든, 사명감을 가지고 선택했든 모두 비슷한 처지에서 비슷한 고민과 생각을 하고 있다.
바로 ‘먹고사니즘’이다. 이것은 우리의 연령대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질문이기도 하고 10여 년이라는 시간을 한 분야를 지켜오며 생기는 자연스러운 질문이기도 할 것이다. 특히, 나와 비슷한 세대와 동료들은 자신의 욕구에 맞춰 기획하다 전문 문화기획자로 오버랩된 선배들이나, 다음 세대의 사이에 있는 입장에서 자신의 분야에서 생존을 위해 선택했거나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앞장선 케이스가 많다.
후배들에게 비빌 언덕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사명감으로 회사를 설립하고 기획하는 한 친구는 그 긴 시간을 지켜왔음에도 인정해주지 않고 되레 무너뜨리려고 하는 지역의 모습에서 지금은 그 지역을 떠나고 싶어한다. 또 예술가로 활동하다 본인과 예술인 동료들의 수입을 좀 더 안정적으로 만들고자 기획까지 하는 한 친구는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 일용직 일을 15일씩 해 어느 정도 수입을 벌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이 분야가 아닌 안정적인 수입을 영위할 수 있는 일을 준비한다고 했다. 이 두 사람의 이야기는 내게 큰 공감과 위로를 건네면서도 마음을 아프게 만든다. 누구보다 멋지고 열정적으로 버텨온 사람들이기에, 그런 사람들이 지역과 일을 벗어나고자 하는 생각을 해야 하는 현실이 참 원망스러웠다. 물론, 그것은 나 스스로도 마찬가지이다. 몇 년 만 버티면 괜찮아질 것이라 생각했던 일은 10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같은 고민을 하고 있고 그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이 참 허망했다.
그 와중에 나의 가치와 먹고사니즘이 하나의 문제일까? 꼭 하나로 해결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점점 그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일들이 되레 가치를 망가뜨리게 되는 상황들이 많아지는 것에서 따로 분별해서 다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고사니즘 또한 삶을 살아가고 영위하기 위한 도구인데 지나치게 거기에 매달리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됐다. 물론, 먹고 사는 가장 중요한 생존의 문제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앞으로 내가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를 더욱 고민하고 더 중심에 두기로 했다.

지금도 고민과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동료와 모든 청년들에게 그대들이 건강하고 행복하다면 괜찮다고,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길이 있으니 힘내자고 응원의 말을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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