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만 불리지 못했던 사람들, 세상과 마주하다

최명진 기자 2025. 7. 2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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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 ‘당신의 퇴근은 언제입니까’ 출간
택배 노동자부터 난민·간호사까지
삶 언어로 기록한 60여 편 이야기
“당신의 퇴근은 언제입니까.”

다정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 질문은 우리의 시선을 멈추게 한다. 누군가의 하루가 끝나지 않은 자리, 이름조차 불리지 못한 노동의 현장에서 울려 나오는 목소리다.

노동자 당사자들의 목소리로 한국 사회의 ‘보이지 않는 자리’를 조명한 책 ‘당신의 퇴근은 언제입니까’(창비刊)가 발간됐다.

이 책은 2024년 출간 직후 큰 반향을 일으켰던 ‘나는 얼마짜리입니까’에 이은 ‘6411의 목소리’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고 노회찬 의원의 국회 연설 “6411번 버스를 아십니까?”에서 따온 이름처럼, 프로젝트는 보이지 않는 이들의 삶을 기록하는 데 중심을 두고 있다.

6411번 새벽버스를 타던 청소노동자, 이주노동자, 돌봄노동자들의 ‘존재하지만 불리지 않았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책에는 현장의 언어로 써 내려간 생생한 60여 편의 증언을 담았다.

1부 ‘증언하고 기록하다’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유가족, 팔레스타인 난민, 제주 해녀, 재일동포, 독립PD, 시각장애인 안마사 등 각자의 자리에서 고통과 삶을 증언하는 이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들은 스스로 삶을 말하기 위해 펜을 들었고, 그 행위 자체는 연대의 출발점이 된다.

2부 ‘견디고 움직이다’에서는 택배노동자, 수선집 운영자,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 운전원, 연예인 매니저, 만화 칼럼니스트 등 오늘도 노동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들이 등장한다. 사회의 사각지대에서 일하고 있으나, 결코 그 존재가 사소하지 않음을 일깨운다.

3부 ‘맞서고 고발하다’는 더욱 날 선 시선으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부조리를 응시한다. 셔틀버스 노동자, 간호사, 호텔 룸메이드, 핵발전소 노동자, 장애인 인권운동가, 난민 출신 기자 등은 자신의 자리에서 현실에 맞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불합리한 구조에 침묵하지 않고, 변화의 가능성을 삶으로 증명하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는 단순한 문제 제기를 넘어선다.

4부 ‘연결하고 돌보다’는 책 가운데 가장 조용하고도 따뜻하게 울리는 지점이다. 대안학교 교사, 지역아동센터장, 상호문화교육강사, 독서지도사, 방문점검원, 기후소송 원고까지. 이들은 공동체를 돌보고, 존재를 존중하며, 관계를 회복하는 삶을 살고 있다.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 속에서도 여전히 누군가는 느리게, 그러나 깊게 서로를 돌보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책은 각 글에 ‘다시 듣는 노회찬의 목소리’를 함께 배치해 고인의 철학과 이 프로젝트의 방향을 자연스럽게 이어 붙인다. 생전에 남긴 연설과 글을 발췌해 실은 이 코너는 ‘차별 없는 존엄’과 ‘정의로운 연대’를 강조했던 그의 신념을 독자에게 전한다.

노회찬재단은 2022년부터 ‘6411의 목소리’ 연재를 이어오고 있다. 각자의 삶을 누군가 대신 말하지 않도록 스스로 말하게 하고, 쓰게 하고, 보여주자는 철학이 책 전반에 깃들어 있다. 이는 사회를 새롭게 보는 시선을 기르는 과정이기도 하다. 책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 그중에서도 ‘존재하지만 불리지 못한’ 사람들의 이름이 있다.

오늘도 퇴근하지 못한 자리엔 여전히 누군가가 남아 있고, 또 다른 이는 타인의 하루를 묵묵히 끌어안으며 살아간다. 이 책은 그 삶들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게 하며, 우리 모두의 내일을 비추는 질문으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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