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교사 ‘교권 침해’ 대부분 참고 넘긴다
유치원 교사, 학교와 동일 보호
전담조직 없어 실효성 떨어져
어린이집 교사, 법적용도 안돼

5년 차 도내의 한 어린이집 교사인 김모씨. 그는 올해초 자신의 훈육 방식에 대해 제기된 민원으로 퇴사까지 고민하게 됐다.
점심 시간 다른 아동에게 음식을 던진 A군을 혼냈는데, 해당 부모가 “아이에게 사과하라”는 내용의 연락을 3차례 이상 반복한 것. 부모가 ‘아동학대’까지 거론하며 요구가 반복돼 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지원과 조치가 없어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사과했다.
최근 한 유치원에선 학부모가 교사 B씨에게 “우리 아이는 외부 체육활동을 싫어하니, 해당 활동을 없애달라”는 식의 민원을 반복 제기했다. B씨는 타당성이 부족한 별도의 민원은 적용하기 어렵다며 거절했다. 그러나 원장에게 전화해 “교사가 이해심이 부족하다”는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내부적으로 곤란에 처하게 됐다.
이처럼 영유아 교육기관이 초중고 학교와 달리 늘어가는 학부모 등의 민원을 대응할 제도가 열악해 교권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유치원교사노조)에 따르면 유치원 교사 231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교육활동 침해를 경험한 교사의 80.6%는 ‘개인적으로 참고 넘어갔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권 침해를 경험한 응답자들이 지목한 가해 대상은 ‘학부모’가 78.4%로 가장 많았다. 침해 유형은 ‘정당하지 않은 민원의 반복’이 44.3%로 가장 높았다.
현행 교권보호 관련 제도인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상으로는 유치원 교사도 학교와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러나 유치원은 각 시·도 교육청마다 교권보호위원회와 센터 등을 두는 학교와 달리 전담 조직을 갖추고 있지 않아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이다.
어린이집의 경우 아예 교원지위법 적용 대상에서 벗어나 있어 교권침해나 반복적 민원이 발생해도 교사들이 대응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유치원교사노조는 “유치원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는 유아의 학습권 보장과 교육의 질 유지에 직결되는 사안임에도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구체적 법령 및 매뉴얼 실질 개정, 악성 민원에 대한 엄정한 법적 대응 체계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교사에 대해선 최근에서야 정부가 관련 대책에 나선 상태다. 교육부는 지난 6월 ‘어린이집 원장·교사 영유아 생활 지도 고시’ 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제정안에는 같은 사안을 두고 반복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2회 이상 답변 후 거부권 등의 민원 대응 사안을 담았다.
/고건 기자 gogosi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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