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 갑질 없는 사회

'갑과 을.'
통상 계약서를 작성할 때 만들어지는 관계에서 생겨난 말이다.
주도권을 지닌 쪽을 갑, 반대 사람을 을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에선 계약관계가 아니더라도 우위에 있는 '갑'이 권한을 남용하는 비대칭적 관계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사례다.
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전후로 이른바 '보좌진 갑질' 의혹이 드러나며 최근 자진 사퇴했다.
보좌진에게 변기 수리를 지시하거나 자택 쓰레기 처리를 지시한 게 화근이었다.
청문회가 끝날 때까지 강 후보자는 충분한 해명을 하지 못하면서, 부정적 여론이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 21일 이재명 대통령 취임 7주차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직전주(64.6%)보다 2.4%p 하락한 62.2%를 기록했다.
취임 후 첫 하락세였다.
해당 조사 시기에 강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진행된 만큼, 관련 논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상황에도 갑질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답보 상태에 놓여있다.
특히 입법을 통해 갑질 행위와 재발을 방지해야 할 국회에선 '을'의 보호보단, '갑'을 위로하는 기형적 현상을 보인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강 후보자 사퇴에 "일반적 직장 내 갑질과 보좌진과 의원 관계에 있어 갑질은 성격이 다르다"며 "가까운 사이도 보니 의원들이 가끔 사적 심부름은 거리낌 없이 시키는 경우가 있다"고 표현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동지란 이겨도 함께 이기고 져도 함께 지는 것. 비가 오면 비를 함께 맞아주는 것"이라며 "인간 강선우를 위로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서 만인은 평등하다고 배웠다.
갑은 '양반'이, 을은 '노비'가 아니다.
조직과 업무 특성에 따라 위아래는 존재하지만, 사람 간 위아래는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명호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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