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은 살아있다] 시민 손으로 걷어낸 말뚝…볼음도 환경 보전의 첫걸음

전민영 기자 2025. 7. 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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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그물 탓 어업·갯벌 위협
봉사자·주민들 말장 제거 작업
전문가 “동죽 등 해양 생물 밀집
지역의 다양한 관심·활동 필요”

인천의 갯벌은 생명의 터전이자 미래세대를 위한 소중한 자산이다. 저어새, 천연기념물 두루미, 황새, 큰고니, 검은머리물떼새, 노랑부리백로, 흰꼬리수리 등 수많은 희귀 조류의 보금자리인 인천 갯벌의 보전 가치는 수많은 이들이 인정했다. 이미 강화 갯벌은 천연기념물로, 송도·장봉도갯벌은 습지보호지역으로, 대이작도 해역은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 이런 인천 갯벌의 우수함을 지키기 위해 현재 인천시와 시민단체는 강화·영종·송도 갯벌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지난 1월 국가유산청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한 '한국의 갯벌 2단계' 신청서에는 충남 서산 갯벌과 전남 무안·고흥·여수 갯벌이 추가됐다. 인천 강화·영종·송도갯벌은 지역에서의 이견으로 빠졌다. 지금, 살아있는 인천의 갯벌을 세계유산으로 지켜내야 할 때다.

▲ 지난 25일 인천 강화군 볼음도 갯벌에서 진행된 '볼음도갯벌 건강망 말장제거작업'에 봉사자들이 방치된 건강망 말뚝을 뽑아 제거하고 있다.
▲지난 25일 인천 강화군 볼음도 갯벌에서 진행된 '볼음도갯벌 건강망 말장제거작업'에 봉사자가 뽑아놓은 건강망 말뚝을 제거하기 위해 걸음을 옮기고 있다.

"섬도 중요하지만, 갯벌도 중요하니까요. 갯벌 곳곳에 박힌 말뚝과 그물, 노끈이 썩으면서 갯벌 환경을 해치고, 주민들의 생업도 방해하고 있습니다."

낮 최고기온이 34도를 웃돈 지난 25일 오전 10시30분쯤 인천 강화군 볼음도.

덜컹거리는 경운기를 타고 강화시민연대 등 봉사자 10여명이 볼음도 갯벌로 들어갔다.

30분가량 갯벌을 가르고 들어가자, 갯벌 곳곳에 박힌 약 1m의 나무 말뚝이 눈에 띄었다.

볼음도 갯벌에서는 밀물과 썰물을 이용해 '말장'이라 불리는 말뚝을 4m 간격으로 박고, 말장과 말장 사이에 그물을 둘러 물고기를 잡는 '건강망 조업'이 이뤄져 왔다.

때문에 수천개, 어쩌면 수만개에 이를 수 있는 말뚝이 갯벌에 박혀 있는데, 최근 펄과 모래 상당수가 유실되면서 과거 갯벌에 파묻혔던 건강망 그물과 말뚝들이 드러났다.

이 말뚝들이 갯벌을 훼손하고, 어민들의 어업을 방해하면서 말뚝 제거의 필요성이 커졌다.

▲ 지난 25일 인천 강화군 볼음도 갯벌에서 진행된 '볼음도갯벌 건강망 말장제거작업'에 봉사자들이 방치된 건강망 말뚝을 뽑아 제거하고 있다.

이에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볼음어촌계와 경기인천씨그렌트센터는 볼음도 남쪽 갯벌에 방치된 건강망 말뚝을 제거하는 '볼음도갯벌 건강망 말장제거작업'을 실시했다.

이번 활동에는 ㈔산과자연의친구, 인천YMCA, 강화도시민연대,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회원 등 봉사자 80여명과 볼음도 주민들이 참여했다.

말뚝 제거를 위해 맨발로 직접 갯벌에 들어서자, 발등으로 작은 게가 기어오를 정도로 해양 생물이 많았다.

▲ 지난 25일 인천 강화군 볼음도 갯벌에서 진행된 '볼음도갯벌 건강망 말장제거작업'에 봉사자들이 방치된 건강망 말뚝을 뽑아 제거하고 있다.

몸을 숙여 펄 속에 파묻힌 말뚝을 뽑아 올리자 1m가량 되는 말뚝이 몸을 드러냈다.

뽑아낸 말뚝에서는 갯벌에 박혀 있던 시간이 꽤 길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밧줄과 나무 썩은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끌차에는 말뚝이 하나둘 쌓였고, 내리쬐는 강렬한 햇빛에 얼굴에선 땀이 비 오듯 떨어졌다.

이날 2시간여 동안 제거한 말뚝은 200여개.

▲ 볼음도 갯벌에서 수거된 건강망 말뚝들.

하지만 광활하게 펼쳐진 볼음도 갯벌엔 아직도 미처 다 치우지 못한 말뚝 대부분이 그대로 박혀 있었다.

유영락 볼음어촌계장은 "볼음도 갯벌은 한강, 임진강, 예성강이 황해를 만나는 곳에 있어 다양한 퇴적상을 가진다. 경운기를 타고도 30~40분을 나가야 하는 드넓은 갯벌"이라며 "이번 활동으로 제거한 말뚝만 1000여개지만, 아직도 제거해야 할 말뚝이 더 많다"고 말했다.

장정구 기후생명정책연구원 대표는 "볼음도 갯벌은 2000년 천연기념물 제419호로 지정된 국가자연유산이다. 저어새 등 멸종위기 철새와 괭이갈매기, 노랑부리저어새, 소쩍새, 상합, 모시조개, 동죽, 민조개 등 해양 생물들이 밀집해 보존 가치가 상당한 곳"이라며 "천연기념물을 보호하고, 이를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지역의 다양한 관심과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전민영 기자 jmy@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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