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균 칼럼] 관세전쟁 해법, ‘한국판 엔비디아’가 답이다

“이쯤되면 한판 붙자고 하지 않을까요? 이재명 대통령의 자존심이면….”
지난 주말 한 모임에서 한미 관세 협상을 놓고 대화가 오가던 중 불쑥 나온 질문이다. 일본 등 경쟁국과 비교하면 ‘지진아급’인 협상 진도에 대한 우려와 답답함에서 나온 발언이다. 협상 키맨들이 당한 ‘굴욕’를 생각하면 판을 뒤집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울화통도 담겨 있을 터이고. ‘설마’와 ‘선을 넘은 가정’으로 정리했지만, 좌절감이 대화 분위기를 내내 짓눌렀다.
이번 관세 협상은 우리 경제와 기업의 명운이 걸린 중차대한 이벤트다. 적어도 일본이 따낸 ‘상호 관세 15%’ 상한선은 지켜야 한다. 쏘나타가 일본 도요타의 캠리보다 미국에서 비싸게 팔리는 것을 현대자동차가 견뎌낼 수 있을 것인가. 임박한 데드라인에 기업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정부도 부담이 크다. 협상 실패는 곧 재앙이다.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메가톤급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 정부도 급기야 절대 불가를 고수해온 쌀과 소고기를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 대통령이 직접 기업 총수들을 만나 미국의 요구안에 숫자를 채워가고 있다.
사실, 이번 관세 협상은 잘해도 본전을 찾기 어려운 게임이다. 일본의 예상 밖 양보에 히든 카드도 마땅치 않다. 미국의 거듭된 레이즈(판돈 올리기)에 속병만 깊어간다. 이러다가 읍소가 유일한 협상 카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장은 발등의 불을 끄는 게 급선무다. 최소한의 양보로 최대한의 성과물을 만들어 내야 한다.
문제는 앞으로다. 일단 극적 타결로 소나기는 피할 수는 있겠지만, 일회성 틀어막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국가간 조약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손바닥처럼 뒤집는 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가 원하는 대로 협상이 타결됐다고 치자. ‘참 잘했어요’라는 칭찬 도장을 찍어 주고 한국은 봐줄까. 그의 성향상 ‘미친 요구’를 계속 들이댈 것이다. 협상 테이블에서 미국은 ‘절대 갑(甲)’이다.
3년 반 뒤인 2029년 1월 트럼프가 퇴진하고, 민주당이 재집권하면 관세가 다시 낮아질까. ‘관세 꿀통’에 빨대를 꽂고 꿀을 빨아온 미국 이익단체나 유권자들을 뒤로하고, 민주당이 관세 시계를 되돌릴 수 있을까. 기존 무역 질서를 파괴하는 ‘불편한 교역의 시대’, ‘강자 독식 시대’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뉴노멀’이다.
결국 승자의 길은 우리가 찾아야 한다. 체질을 바꾸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스스로 ‘갑’(甲)이 되는 것이다.
엔비디아가 이를 증명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0)는 트럼프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중국행을 감행했다. 그리고 H20 칩의 중국 수출길을 다시 뚫었다. 중국을 제1의 주적으로 삼은 트럼프조차 ‘슈퍼갑’ 엔비디아의 위세에 한발 물러선 것이다.
희망 고문만은 아니다. 반도체 패권은 엔비디아가 쥐고 있지만, 메모리 반도체의 80%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급한다. 엔비디아 칩처럼 ‘절대 패’는 아니지만, 트럼프로서는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패’는 분명하다. 조선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세계 시장의 40%를 잡고 있지만, 미국의 동맹국 가운데 선박 제조 경쟁력은 한국이 단연 으뜸이다.
만약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급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면…. 관세 협상의 칼 자루를 미국과 나눠 쥘수 있게 되고, 한국은 무역 전쟁에서 승자의 역사를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아픔은 분명 컸다. 하지만 외환위기는 우리의 경제 체질과 기업 경쟁력을 ‘글로벌급’으로 격상시키는 기회가 됐다. 지금의 관세 협상도 마찬가지다. 위기 속에 분명한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몸과 마음을 다잡고 준비해야 한다. 기업은 기업 본연의 일을 해야 한다. 신기술에 투자를 하고, 미래 인재를 키우고, 그 과실을 골고루 나눠야 한다. ‘대주주 독식’의 과오는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 정부와 정치권도 든든한 원군으로 나서야 한다. 과거의 ‘반기업’을 벗어던지고 기업의 미래를 지원해야 한다.
채찍에 길들여진 말은 승승장구할 수 없다. 당근을 흡족히 먹은 말이 더 빨리, 더 멀리 달리고, 우승 행진을 이어갈 수 있다. 지금이 우승마를 키울 수 있는 골든 타임이다. 실용 정부라면 그것을 보여 줘야 한다.
김화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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