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현지공장에 한국식 '생산 DNA' 이식…배터리 수율 95% 돌파
불이 꺼지지않는 공장
한국식 생산원칙 반복 교육
'3번 지각 땐 퇴사' 원칙 세워
현지 작업자 맞게 장비도 수정
현대차 북미공장 등에 공급
AI 검사시스템도 한몫
공장 초반 높은 불량률 잡고
3천명 고용…최고일자리 호평
◆ K팩토리 전략 성공 ◆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자동차로 1시간30분 거리의 커머스시. 인구 7000명의 소도시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SK대로(SK Boulevard)'라는 도로명 표지판이 반긴다. 표지판을 따라 5분가량 더 들어가면 SK온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지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 조지아 공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커머스시 인구의 절반가량인 3000명의 직원을 둔 조지아 1, 2공장은 현지에선 '인력 블랙홀'로 불리며 현재 연중무휴 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첨단 배터리 기술의 집약체로서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보안시설인 SKBA에 매일경제가 최근 단독으로 현장 취재를 진행했다.
마스크와 장갑을 낀 채 방진복을 입고 들어간 공장에선 사소한 먼지조차 용납하지 않았다.
무수한 기계와 장비가 쉴 틈 없이 작동하는 가운데 극판이라고 불리는 두 가지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가 금속박 위에 고르게 도포된 뒤 건조 과정을 거친다. 이후 일정한 두께와 밀도를 만들어 고객 요청에 맞춰 양극과 음극을 절단하는 노칭 과정을 마치면 준비가 끝난다. 이 과정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이뤄지지만 하나의 실수나 먼지도 오류를 발생시켜 높은 정밀도를 요한다.
이후 SK온의 핵심 공정 중 하나인 Z스태킹 방식으로 종이를 접듯이 교차로 쌓아올려 파우치형 배터리 셀을 완성한다. 극판과 분리막이 정확히 맞물려야만 안정적 성능이 나오는 만큼, 이 공정엔 로봇팔과 인공지능(AI) 검사 시스템이 투입된다. 셀 하나하나가 마치 수술처럼 정밀하게 조립된다.
특히 라인별로 설치된 대형 모니터에서는 실시간 생산 수율과 생산 목표량 등이 분초 단위로 업데이트되면서 데이터가 분석됐다. 모니터 화면엔 때에 따라 98%, 99% 등 거의 불량품을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의 수율 데이터를 보여주기도 했다.

12개 라인을 풀가동 중인 SKBA 조지아 1, 2공장 내부에선 9개 라인을 현대차그룹용으로 운영하고 있다. 올해부터 현대차그룹의 북미 전기차 생산공장 메타플랜트가 본격 가동하며 이에 필요한 전기차 배터리 대부분을 SKBA에서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빠듯한 납기일을 맞추면서 고품질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수율이다. SKBA 조지아 공장은 지속적인 수율 극대화 전략을 통해 현재 전체 평균 수율을 95% 안팎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그러나 배터리 기술 이해도나 생산 노하우가 뛰어난 국내 인력이 아닌 미국에서 직고용한 현지 인력을 통해 이러한 성과를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최윤상 SKBA 법인장은 "조지아에서 3000명이 넘는 비숙련 현지 인력을 뽑아 훈련시키고 숙련공으로 키우는 것은 맨땅에 헤딩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며 "주로 서비스업에 종사해 온 미국의 중산층 노동자 계층에게 제조업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고난도의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SKBA는 가장 먼저 2주간의 '부트캠프' 트레이닝 제도를 도입했다. 생산라인에 들어가기 전 기본적인 안전 교육과 제조 기초훈련을 체계적으로 실시하고 반복하는 것이다. 첫 한 달이 고비로, 많은 지원자가 이 기간을 못 버티고 떠났다. 높은 초반 이탈률을 감안해 더 많은 인력을 뽑았다.
최 법인장은 "한국에서는 당연히 지켜야 할 지각을 하지 않고 필요시 주말 근무를 한다는 것조차 미국인들에겐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도전 과제였다"며 "지각을 3번 하면 바로 퇴사시키는 스트라이크아웃제를 도입하는 등 한국식 생산 DNA를 주입하기 위해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교육과정을 거치면서도 필요한 수준의 인력이 확보될 때까지 SKBA는 인내했다. 한국식 생산 원칙과 규율을 만들어 가는 동시에 이러한 숙련공을 빠르게 양성할 수 있도록 현지화도 애썼다. 한국인의 체형에 맞춰 만들어진 생산장비와 공정 기술을 미국인에게 맞게 수정한 게 대표적이다. 기계 화면의 눈높이를 더 높였으며, 손이 크고 두꺼운 미국인을 배려해 작업 시 눌러야 할 버튼의 크기도 훨씬 크게 교체했다. 이는 수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기계나 기술의 개선뿐 아니라 작업자의 조작 실수와 같은 휴먼에러를 최소화하는 비기술적 개선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또 하나의 복병은 기후였다. 최근 몇 년간 매년 태풍이 몰아쳤고, 공장은 습도 제어에 어려움을 겪었다. 최 법인장은 "습도가 1~2%만 높아져도 배터리 품질이 흔들릴 수 있다"며 "대외 변수를 아예 없앨 수 없으면 결국 종합 판단을 통해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유연성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러한 품질 개선 노력은 현지 완성차 제조사로부터의 호평과 현지에서의 긍정적 인식으로 이어지며 선순환 구조를 이뤄냈다. SKBA는 올해 하반기에도 수율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100여 개의 생산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또 언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언어서비스팀'을 조직해 엔지니어와 작업자 간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문화적으로도 융화될 수 있도록 애쓸 예정이다.
SK온 북미 생산 전진기지의 선전은 SK그룹 차원에서 실적 반등의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뚜렷한 실적이나 성과를 내지 못했던 배터리 사업 부문에서 가시적인 지표와 숫자를 도출하기 시작한 만큼 그룹의 걱정거리가 아닌 미래 먹거리로서의 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란 의미다.
[커머스(미국)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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