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화 선구자, 캔버스 넘나든 영매···'두 겹'의 아프 클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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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미술을 대표하는 장르인 추상은 바실리 칸딘스키와 피에트 몬드리안, 카지미르 말레비치를 3대 선구자로 꼽지만 그중에서도 최초의 추상화는 칸딘스키가 1911년 그렸다는 게 미술사의 정설이었다.
그런데 198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미술관에서 열린 한 추상화 전시가 이 정설에 균열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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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딘스키보다 5년 앞선 추상미술
뒤늦게 세계 최초 女추상화가 유명세
생전엔 사후세계 심취해 '영매' 자처
총 139점 전시한 국내 첫 회고전
엇갈린 평가 속 관객에 질문 던져

20세기 미술을 대표하는 장르인 추상은 바실리 칸딘스키와 피에트 몬드리안, 카지미르 말레비치를 3대 선구자로 꼽지만 그중에서도 최초의 추상화는 칸딘스키가 1911년 그렸다는 게 미술사의 정설이었다. 그런데 198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미술관에서 열린 한 추상화 전시가 이 정설에 균열을 냈다. 무명의 스웨덴 여성 화가 힐마 아프 클린트(1862~1944)의 작품이 공개되면서다. 추상 양식이 틀림없는 그녀의 작품 '원시적 혼돈'은 1906년 완성됐다. 칸딘스키보다 5년을 앞선 셈이다. 세간에 늦게 알려진 이유는 작가 본인이 '작품을 사후 20년까지 공개하지 말라'고 유언했기 때문이다.

흥미롭고 신비한 서사는 금세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미술사가 새로 쓰이는데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2013년 고국 스웨덴이 재조명을 시작하고 유럽 국가에서 여러 전시가 열렸다. 2018년 열린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회고전이 60만 명을 동원하며 큰 화제를 부른 일이 결정타였다. 비로소 그녀의 이름은 추상 미술사 첫 장의 한켠으로 올라섰다.
마침내 해피엔딩일까. 사실 그녀에 대한 평가는 현재진행형이다. '세계 최초의 여성 추상화가'라는 근사한 수식어로 유명세를 얻었지만 그 이상으로 마음을 울리는 '진짜'가 있는지는 충분히 말해지지 못했다. 부산 사하구 부산현대미술관이 힐마 아프 클린트의 국내 최초 회고전을 시작하며 '적절한 소환'이라고 부제를 붙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시를 기획한 최상호 학예연구사는 "과거의 예술가를 다시 불러낼 때는 단순한 회고를 넘어 신중한 사유와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과도한 신화적 해석이나 스토리텔링을 경계하며 작품을 있는 그대로 바라 보기에 머나먼 아시아, 부산 을숙도라는 공간만큼 적절한 곳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작가의 주요 회화 연작을 중심으로 드로잉과 기록 자료를 포함해 총 139점을 공개한다. 연대기적 순서를 따르되 장면을 7개로 나눠 작가가 생의 과정에서 마주하게 된 질문의 결이 어떻게 변화하고 달라져왔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자연에 대한 관찰 위주였던 초기의 사실적인 드로잉부터 밀도 있는 후기 수채화까지 망라했다.
하이라이트는 세번째 장면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펼쳐지는 대표 연작 '신전을 위한 회화'들이다. 최초의 기념비적 추상 시리즈다. 전시에는 1906년부터 1915년까지 제작된 193점의 연작 중 '10점의 대형회화'와 '제단화' 등 대표작이 공개된다. 인간 생명 흐름과 의식의 진화를 화려한 색채와 기하학적 조형으로 풀어낸 3m 높이의 '10점의 대형 회화'가 거대한 벽면에 나란히 걸린 모습은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이 연작들은 아프 클린트를 유명하게 만든 동시에 저평가를 초래하기도 했다. 작가는 여동생 사망 후 사후 세계 등 영적 존재에 깊이 빠졌다. 실제로 작가는 '영매'로 활동했고 자신의 작업에 대해 영적 존재의 요청을 캔버스로 옮기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키가 152㎝에 불과했던 작가가 초인적인 힘으로 각각 나흘 만에 완성했다는 '10점의 대형회화'도 신전을 장식할 아름다운 벽지가 될 예정이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아프 클린트를 '예술가'로 부르기 주저하며 칸딘스키의 옆자리를 내줄 수 없다고도 한다.
그러나 예술가를 대가의 반열에 올려놓는 것은 결국 대중의 평가다. 아프 클린트의 작품을 소유한 재단은 이번을 끝으로 당분간 대규모 전시는 중단할 계획이다. 그녀를 둘러싼 논란과 진면목이 궁금하다면 놓쳐서는 아쉬울 기회다. 10월 26일까지.
부산=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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