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오보에도 책임 없다는 광주지방 기상청 [기자현장]

광주에 역대급 호우가 내린 지난 17일 오전, 급하게 가족들에게 안부전화를 했다. 내리는 비의 양이 심상치 않아서 였다. 정오를 기점으로 빗줄기는 더욱 거세졌다. 저지대에 위치한 회사 앞 도로는 벌써 발목까지 잠기며 침수가 시작됐다.
10분 간격이던 재난 문자는 어느 순간 1~2분 단위로 쉴새없이 울렸다. 광주 곳곳에 물난리로 인한 피해들이 쏟아졌다. 이내 도심 하천은 범람했고, 저지대 집과 가게들은 물에 잠겼다. 차량들은 도로 위를 떠밀려 다녔다. 결국 이날은 5㎞도 채 되지 않는 퇴근길을 빙 돌아 두 시간 반 만에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기상청은 전날 하루 강수량을 20~80㎜로 예보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400㎜가 넘는 역대급 폭우가 쏟아졌다. 당초 '호우주의보' 수준이었던 경보는 불과 몇 시간 만에 '기록적 폭우'로 격상됐다.
다음날인 18일, 이번엔 최대 400㎜가 내릴 거라던 예보는 아침부터 허탕이었다. 시민들은 다시 우산을 접었고, 가게 주인들은 서둘러 모래주머니를 걷어냈다.
씁쓸한 건 그 다음 일이다. '기상청 오보'를 다룬 기사를 읽었다며 광주지방기상청 소통팀장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완벽한 예보는 불가능하다", "저지대는 원래 비가 많이 오면 잠기는 곳이다", "도로 침수가 기상청 책임이냐", "다른 언론은 다 상수도관 문제를 짚었다"는 언성 높은 해명이 이어졌다. 정리하자면 "침수는 기상청 오보 탓이 아닌 광주시 상하수도 탓이다"는 책임 회피였다.
전날 기상청 예보보다 4배 넘게 많은 양의 비가 내려 폭우 피해를 키웠다. 이번 강수량 예보 오보 이후 기상청이 어떠한 개선책을 찾고 있을 것이란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성 싶다. 이번 재해를 오롯이 광주시의 상하수도관 관리 탓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예보 실패는 단순한 도로 침수로 끝나지 않는다. 작물 수확 시기를 판단해야 하는 농민, 항공편을 조정해야 하는 공항 당국,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자까지 생활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진다. 사실 기상청 오보에 대한 비판은 기사가 아닌 시민의 입에서 먼저 나왔다.
최근 국지성 폭우는 현대 과학으로 예측이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시민이 듣고 싶은 건 "어렵다"는 말이 아닌 "노력하고 있다"는 진심이다. 기상이변 탓만 하기엔 지역민이 떠안은 피해가 너무 크다.
현재 민·관·군이 총동원돼 수마(水魔)가 할퀸 상처를 보듬기 위해 사투를 벌어지고 있다. 더 이상 시민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그 피해를 감당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