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도 ‘오픈런’, 기념품 품절까지… 요즘 ‘힙한 곳’은 여기 [현장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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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린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 앞은 단체 견학을 온 학생들과 커플, 가족 단위 관람객, 외국인 관광객 등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시 외에도 특별전시, 어린이박물관, 문화행사,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연중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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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 굿즈’는 없어서 못 팔 지경
전통문화 재해석, 소비자에 新경험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린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 앞은 단체 견학을 온 학생들과 커플, 가족 단위 관람객, 외국인 관광객 등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임에도 이촌역 에스컬레이터에서부터 박물관 입구까지 긴 입장 줄이 이어졌고, 박물관 앞 도로에는 주차장에 진입하려는 차량이 길게 늘어섰다.

인천 부평구에서 가족과 함께 방문한 김가온(45)씨는 “아이들 방학이라 가족 나들이도 할 겸 왔다”면서 “오전에 출발했는데 차가 많아서 주차하는 데까지 2시간이나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박물관의 인기가 오르면서 ‘오픈런’(개장 전 줄서기)은 일상이 됐다. 이런 열기 속에 이미 올해(1~6월) 박물관 입장객은 270만8892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69만9514명보다 64.2% 늘어난 수치로, 2005년 용산으로 이전한 뒤 최다 인원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시 외에도 특별전시, 어린이박물관, 문화행사,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연중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특히 국보로 지정된 ‘반가사유상’ 두 점만을 전시하는 ‘사유의 방’은 지난 2021년 개관 후 약 100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다.
사유의 방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 요시오카 마호(36)씨는 “공간의 여백과 고요함이 주는 느낌이 좋았고 마음이 비워지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며 “무료로 관람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멋진 전시였다”고 감탄했다.

이런 박물관의 인기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K 컬처’ 열풍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류 콘텐츠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원류인 전통문화의 매력도 함께 조명받고 있다는 평가다.

박물관 문화 상품인 ‘뮷즈’(뮤지엄+굿즈)도 인기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날 박물관 기념품점인 뮤지엄 숍은 뮷즈를 사기 위한 발걸음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RM이 구매해 화제를 모은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를 비롯해 술을 따르면 잔 표면의 선비 얼굴이 빨개지는 ‘취객 선비 변색 잔 세트’, ‘단청 키보드’ 등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귀여운 디자인의 ‘까치호랑이 배지’는 최근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온 호랑이와 까치 캐릭터를 떠올리게 한다는 이유로 주문량이 급증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에 따르면, 올 상반기 뮷즈 매출액은 약 1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4% 늘었다.
부산에서 올라온 박영수(39)씨는 “딸이 까치호랑이 배지랑 갓 모양 볼펜을 사달라고 해서 왔는데 품절이라 아쉬워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온 조나단 앤더슨씨도 “아이들과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재밌게 봤는데 전시도 보고 기념품도 살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국내 박물관이 ‘어렵고 지루한 곳’에서 ‘힙한 성지’로 변모한 배경에는 새로운 경험과 이야기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취향을 정확히 반영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더해진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소비자학과)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너무나 많은 콘텐츠를 소비하다 보니 감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를 선호하게 됐는데 박물관이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며 “한국의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상품들이 한국은 물론 외국 소비자에게도 새롭고 친숙한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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