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0대 미얀마 노동자, 야간근무 뒤 돌연사…사인 모른 채 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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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김포시 한 공장에서 일하던 20대 미얀마 노동자가 야간 근무를 마친 뒤 돌연사했다.
27일 이주노동자지원센터 김포 이웃살이·김포경찰서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미얀마 이주노동자 ㄱ(24)씨는 18일 밤 9시6분께 김포시 장기동에 있는 한 종합병원에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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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김포시 한 공장에서 일하던 20대 미얀마 노동자가 야간 근무를 마친 뒤 돌연사했다. 병원은 사인을 밝히지 못했는데, 경찰은 범죄 혐의가 없다며 시신을 화장 전 부검조차 하지 않았다. 이주노동단체들은 “이주노동자 사망을 대수롭지 않게 취급하는 행정 편의주의”라고 비판했다.
27일 이주노동자지원센터 김포 이웃살이·김포경찰서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미얀마 이주노동자 ㄱ(24)씨는 18일 밤 9시6분께 김포시 장기동에 있는 한 종합병원에서 사망했다. 이날 ㄱ씨는 야간 근무 뒤 극심한 피로를 호소해 오전 11시15분께 지역 병원에서 영양제 주사를 맞았다. 하지만 이날 저녁 두통을 호소하는 등 상태가 악화했다. ㄱ씨는 저녁 8시34분께 택시를 탔지만, 병원 도착 전 의식을 잃고 끝내 사망했다. 비전문취업(E-9) 비자를 받아 한국에 온 지 약 1년 만이었다.
병원은 ㄱ씨 사인을 ‘미상’이라고 기록했다. 평소 건강하던 20대 노동자가 야간 근무 뒤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망한 셈이다. 하지만 ㄱ씨 사망 사건을 받아든 경찰은 부검조차 하지 않았다. 경찰은 ㄱ씨 주변인과 택시 기사 등의 증언을 종합해 “범죄 혐의점이 없다”는 이유로 사건을 종결하고 화장을 진행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 조사 때 (유족이) 부검을 원하지 않는다는 진술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형 ㄴ(30)씨는 경찰 조사 뒤 이주노동자센터를 찾았다. 김포 이웃살이 대표 안정호 신부는 “ㄴ씨가 찾아와 ‘동생이 갑자기 죽었는데 사건이 너무 빨리 진행되고 화장까지 하는데 어찌할 줄 모르겠다’고 했다”며 “사망 진단서를 떼어보니 사인 미상으로 돼 있는데 부검도 없이 화장한다고 해 깜짝 놀라 경찰에 전화했더니 ‘정 그렇게 하고 싶으면 사비로 하시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했다.
뒤늦게 이런 상황을 파악한 안 신부는 형 ㄴ씨를 설득했다. 하지만 “부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ㄴ씨와 달리 미얀마에 있는 부모는 아들을 부검 없이 빨리 화장해 고국으로 보내길 원했다. 결국 ㄱ씨는 사인을 밝히지 못한 채 26일 화장됐다. 이에 대해 김포경찰서 관계자는 “범죄 혐의점이 없었고 출장 검안의를 불러 척수 검사까지 했는데 사인이 미상으로 나왔다”며 “부검을 사비로 하라는 취지가 아니라 ‘그렇게 의심스러우시면 사설 보험 쪽을 알아보시라’고 혹시라도 모르실까 봐 안내한 것”이라고 했다.

이주노동자의 죽음이 이처럼 ‘처리’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과로사로 의심받는 이주노동자 돌연사는 계속 늘고 있지만, 경찰 등 정부 기관은 범죄 혐의를 밝히는 데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주노동자 사망에 대한 원인 분석 및 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연구’(2024년, 김승섭)는 “이주노동자의 돌연사나 자살, 특히 일하지 않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이주노동자가 사망했다면 경찰을 통해 증거를 확보하고 보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장 활동가들은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김달성 목사는 “사실상 정부, 경찰, 사업주가 공모해 이주노동자의 죽음을 지우고 있는 셈”이라며 “이제라도 죽음의 원인을 밝히고 이를 막을 제도, 법, 정책을 세울 수 있도록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ㄱ씨가 일했던 회사는 한겨레에 “이주노동센터와도 충분히 논의했고 유족 입장에서 회사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협조하기로 이미 약속했다”며 “기사에서 암시되는 ‘회사·정부·경찰이 공모해 이주노동자의 죽음을 은폐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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