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광장] 2025 경주APEC, 공공외교의 마당(場)을 펼쳐라

이정태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2025. 7. 2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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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태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먼 곳에서 벗이 찾아오니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오는 10월 31일~11월 1일에 경상북도 경주시 화백국제회의장에 세계 21개국의 정상과 대표단이 오신다. 신라 천년의 고도(古都) 경주를 찾아오시는 모든 분들을 환영한다. 예의를 갖추어 정성껏 손님을 맞고 모시는 것은 당연한 도리이다. 그래야 2005년 부산 회의 이후 20년 만에 찾는 대한민국에서 더 깊은 정감을 느끼고 아름다운 기억을 만들 수 있으리라. 모처럼 오시는 손님들에게 다사다난했던 지난 20년의 대한민국 시간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얼마나 더 성장했고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함께 이야기하고 경험을 나누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 그래서 이번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단순히 '정상 외교의 자리'가 아니라 경상북도와 경주를 세계에 소개하는 '공공외교의 장'이 되었으면 싶다.

개최지인 경주가 가진 매력은 풍성한 정신유산과 아름다운 자연이다. 아주 절묘하게도 회의가 진행되는 '10월의 마지막 날'은 가을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이다. 대한민국과 경상북도, 경주시 구석구석이 알록달록 화려한 단풍세상으로 변하는 시기이다. 누구나 셀카봉 하나면 작가가 되고 시인이 된다. 특히 불국사 앞뜰과 계단, 석굴암에 이르는 산길은 선경(仙境)이다. 신선한 가을바람과 살랑거리는 단풍잎, 다보탑과 석가탑의 정다움, 석굴암의 인자함, 고풍스러운 건축물들과 단풍나무들의 어울림을 상상해보라. 그런 아름다운 천년 고도 경주에서 자연과 시민이 함께하는 APEC 잔치가 벌어진다. 멀리서 찾아온 벗들이 기뻐하지 아니할까?

이번 2025년 APEC이 경주에서 개최된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지난해 6월 경상북도·경주시가 인천·제주를 제치고 APEC 정상회의 개최지로 최종 선정된 표면적인 이유는 경주가 가진 조건이다. 불국사, 석굴암, 양동마을 등 풍부한 세계문화유산과 KTX·컨벤션 인프라가 집약된 국제회의 복합지로서의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적인 이유는 천년고도 신라가 가진 화합의 상징성 때문이다. 정상회의가 열리는 화백국제회의장의 명칭에 주목하라. 화백회의는 신라시대 국가의 중대사를 논의하고 만장일치로 결정하는 합의제 기구였다. 화(和)는 화합과 조화를, 백(白)은 왕에게 아뢰는 것을 의미한다. 서로 논의하고 상의해서 만장일치 합의로 결정하는 민주주의의 전형이었다. 때문에 '화백의 도시' 경주에서 난장판이 된 세상을 정리하는 지혜를 찾아야 한다. 지금 세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크라이나전쟁, 이스라엘전쟁, 미·중패권전쟁을 비롯하여 구석구석 내란과 분쟁을 겪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강자가 약자를 약탈하는 야만적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서구적 가치도 마르크스 레닌을 신봉하는 사회주의적 가치도 속수무책이다. 이러한 때 신라의 화백정신은 세계인들의 꽁꽁 얼어붙은 마음과 시대의 냉기를 녹여줄 해독제가 될 수 있다.

경상북도와 경주시에게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 외교부와의 유기적 협업을 바탕으로 지역의 특색을 외교 전략에 녹여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경주를 찾는 손님들에게 한국 고유의 역사와 정신을 보여주는 콘텐츠를 준비해야 한다. 불국사와 신라 왕경지구를 포함하여 한국의 문화적 품격과 정체성을 경험하는 문화외교를 펼쳐야 한다. 작고 아담한 건축물들이 가진 자연과의 조화, 화백의 정신을 체감하게 해야 한다. 동시에 경상북도는 이번 APEC을 지역 경제외교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 포항제철을 비롯하여 첨단소재, 바이오·의료, 신재생에너지 등 지역 기반 산업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 APEC의 의제와 연결해 투자 유치와 수출 진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대구경북은 대한민국 산업화의 전진기지였다. 새마을 운동의 발상지이자 발원지였다. 그런 대한민국의 경험을 경주에서 각인시켜야 한다. 지방정부가 주축이 된 지방정부의 '외교'를 구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서명운동, 시민자원봉사자, 시민지원위원회 등을 통해 APEC을 지역 주민들의 행사로 만들어야 한다. 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 다문화가정이 참여하여 경주를 찾는 21개 정상들과 대표들을 맞이하는 방법도 좋다.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APEC 회원국 국민들과 함께 잘살고 있다는 믿음을 보여주면 멀리서 온 손님들에게 안도감을 준다. 신뢰의 연결고리를 통해 지방정부 주도의 공공외교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이고, 민간주도의 생활 속 외교가 일상화되면 경상북도와 경주시는 더 이상 대한민국의 지방이 아니라 세계 속의 경상북도와 경주시로 거듭날 수 있다. 우려하는 지방소멸의 문제나 고령화, 인구감소 문제의 해결도 기대할 수 있다. 이웃이 자주 찾고 손님이 벗이 되면 남도 우리가 되는 법이다. 그래서 2025년 경주APEC은 특별하다. 모든 불화와 전쟁을 끝내고 화사한 가을을 즐길 수 있는 자리, 청한 손님을 식구로 만드는 잔치마당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덤으로 백만 서명운동으로 시작된 경주APEC을 계기로 '경북'과 '경주'라는 브랜드가 수십억 세계인의 인구에 매일 회자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