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반도체 관세’의 속내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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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메모리 반도체 분야 세계 1위를 차지했던 일본 기업들의 몰락을 부른 원인 중 하나는 동맹인 미국의 압력이다.
미국은 일본의 관세를 낮춰주는 대가로 약속받은 대미 투자 5500억달러도 미국 내 반도체 산업 투자 등을 위한 종잣돈으로 쓰겠다고 했다.
1980년대 미국의 일본 무역 압박은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지형을 바꾸었으나, 이미 경쟁력을 잃은 미국 내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들은 결국 살아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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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메모리 반도체 분야 세계 1위를 차지했던 일본 기업들의 몰락을 부른 원인 중 하나는 동맹인 미국의 압력이다. 과거 미국 실리콘밸리 행사에 와서 카메라로 신제품 사진이나 찍어 가던 일본 기술자들이 미국 기업을 위협할 지경에 이르자 칼을 빼 들었다.
1985년 플라자합의를 통해 일본 엔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고, 이듬해엔 ‘미-일 반도체 협정’을 맺었다. 도시바·일본전기(NEC) 등이 만든 ‘메이드 인 재팬’ 디(D)램 칩의 대미 수출 물량을 제한하고 원가 이하의 덤핑 판매도 금지했다. 미-일 무역 갈등은 후발 주자인 삼성 등 한국 기업들이 발돋움하는 발판이 됐다.
미국은 1990년대 초 이번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칼을 빼 들었다. 1992년 미국 메모리칩 제조사 마이크론이 삼성·현대·금성 등 3사를 대상으로 반덤핑 소송을 제기하자 미 상무부도 관세 최대 80%를 때리려 했다. 미국의 반덤핑 관세율은 최종적으로 10% 미만으로 낮아졌다. 한국산 칩 저가 판매가 미국 기업들에도 이익이 되고, ‘적(일본)의 적(한국)은 친구’라는 논리가 받아들여진 덕분이다.
한국산 반도체를 겨냥한 미국의 반덤핑 관세는 2000년 최종 철회됐다. 현재는 1997년 시행한 다자간 무역 협정인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한국·미국을 포함한 협정 참여국들이 반도체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르면 이달 말 공개하겠다고 예고한 반도체 품목별 관세는 지나간 역사가 되풀이된다는 걸 보여준다. 미국은 일본의 관세를 낮춰주는 대가로 약속받은 대미 투자 5500억달러도 미국 내 반도체 산업 투자 등을 위한 종잣돈으로 쓰겠다고 했다. 관세라는 칼을 휘둘러 자국 중심의 반도체 생태계와 공급망을 다시 구축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담고 있다.
1980년대 미국의 일본 무역 압박은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지형을 바꾸었으나, 이미 경쟁력을 잃은 미국 내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들은 결국 살아나지 못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복잡하게 얽힌 탓에 관세를 피할 빈틈이 많고, 반도체 관세가 정작 미국의 물가에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과거의 경험을 돌아보면, 과연 트럼프 생각대로 잘될지 의문이다.
박종오 산업팀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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