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차 결박'에 외국인 고용허가제 도마 위..."폭행·괴롭힘 반복"
사업주 동의 없이는 일터 변경 못해
노동부, 조사 착수·제도 개선 검토
"공적 감시·구제 기구 등 마련해야"

이주노동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과 폭행을 당하고도 침묵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전남 나주에서 또다시 드러났다. 노동계는 반복되는 인권 침해의 근본 원인으로 고용허가제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27일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와 전남노동권익센터에 따르면 지난 2월 전남 나주의 한 벽돌 공장에서 일하던 스리랑카 국적 이주노동자가 동료 근로자들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 '같은 국적 동료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잘못했다고 해야지'라는 조롱까지 들으며 장기간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그러나 피해자는 무려 5개월 동안 사업장을 떠나지 못했다.
현행 고용허가제는 외국인 노동자가 정당한 사유가 있어도 사업주의 동의 없이는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폭행, 폭언, 임금 체불 등 사유가 있어도 현실적으로 이동이 불가능하다. 무단으로 사업장을 이탈할 경우 불법체류자로 간주돼 강제 출국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피해자는 타지역 노동단체에 도움을 요청했고, 사건은 뒤늦게 외부에 알려졌다. 노동단체들은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를 권리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남노동권익센터 관계자는 "이주노동자 대상 인권 침해는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그 방식은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다"면서 "임금 체불, 장시간 노동, 기숙사 격리, 집단 괴롭힘 등 다양한 유형의 피해가 반복되고 있지만, 피해자 대부분은 제도의 장벽에 가로막혀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초 전남 영암 한 돼지 농장에서도 네팔 국적 이주노동자가 장기간 폭행과 폭언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함께 근무하던 이주노동자 28명도 해당 농장을 집단으로 떠났지만, 제도 개선이나 책임 규명은 여전히 미흡한 상태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나주 벽돌공장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등 노동관계법 위반 여부에 대한 기획 감독에 착수했다. 특히 임금 체불,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은 물론, 외국인 노동자 취업규칙 준수 여부, 기숙사 등 포괄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사업장 변경 제도 개선 여부에 대해서도 검토가 이뤄질 전망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사업장 변경은 노동계는 유연화를, 사용주들은 강화를 요구하며 노사 갈등이 첨예한 사안"이라며 "현장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 제도의 개선 방향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은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를 사업주에게 종속시키는 구조를 고착화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인권침해가 발생해도 피해자가 탈출구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라면서 "자유로운 사업장 이동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인권침해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공적 감시·구제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태훈 기자 thc@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