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선수에게 모자를 벗고 인사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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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프로야구 경기장에서는 좀체 볼 수 없는 이색적인 장면이 나와 야구팬들과 프로야구 관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날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kt wiz의 경기에서 나온 장면인데, 삼성의 박진만 감독이 경기를 마친 뒤 마운드에 올라 이날 완봉승을 거둔 외국인 선발 투수 아리엘 후라도가 다가오자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인 것이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 완봉승을 두 차례 이상 거둔 선수는 후라도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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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프로야구 경기장에서는 좀체 볼 수 없는 이색적인 장면이 나와 야구팬들과 프로야구 관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날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kt wiz의 경기에서 나온 장면인데, 삼성의 박진만 감독이 경기를 마친 뒤 마운드에 올라 이날 완봉승을 거둔 외국인 선발 투수 아리엘 후라도가 다가오자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인 것이다. 나이 많은 감독이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선수에게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사령탑의 권위를 중시하는 KBO리그에서는 물론, 나이를 중시하는 한국적 문화에서는 보기힘든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날 박 감독이 이렇게 한 데는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후라도에게 진심 어린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파나나 국적의 후라도는 미국 메이저리그 텍사스와 뉴욕을 거쳐 2023년 한국리그 키움으로 옮겼고, 삼성에는 2024년 12월 입단했다. 올 시즌 후라도는 메이저리그 출신답게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20경기에 등판해 9승 7패, 평균자책점 2.62를 기록하며, 다승 공동 6위, 평균자책점 4위를 달리고 있다.
드러난 기록뿐이 아니다. 그의 팀 기여도는 이보다 훨씬 높다. 그는 국내 제1의 이닝이터다. 올해 20경기에서 130⅓이닝을 책임졌다. 20경기 중 18경기에서 5이닝 이상을 던졌고, 7이닝 이상 버틴 것도 9차례나 된다. 선발 등판 경기 중 절반 정도를 7회까지 책임진 셈이다. 불펜 불안을 해소해야 하는 삼성으로선 후라도의 이런 활약이 고마울 수밖에 없는 처지다. 선발 투수가 7회까지 책임져 주면 불펜 부담은 그만큼 줄어들고, 이는 다음 경기에까지 긍정적 효과를 낸다. 후라도가 선발 등판한 경기에서 불펜 투수를 아예 내보내지 않은 경우도 세 차례나 된다.
후라도는 26일 kt전에서 9이닝 무실점 역투로 11-0 승리를 이끌며 완봉승을 거뒀다. 지난달 8일 NC 다이노스전에서 9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1-0 완봉승을 거둔 데 이어 시즌 두 번째 완봉승이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 완봉승을 두 차례 이상 거둔 선수는 후라도가 유일하다. 후라도는 올 시즌 16차례로 최다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 투구) 1위,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3자책점 이하) 공동 1위(9차례) 등 이닝 관련 기록에서 압도적인 활약상을 기록 중이다.
후라도의 이런 기록은 철저한 몸 관리와 효율적인 투구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하다는 평가이다. 그는 올 시즌 투구 수 1천959개를 기록 중으로, 자신보다 16이닝을 덜 던진 NC 다이노스 로건 앨런(1천983개)보다도 적을 정도로 가성비 높은 투구를 보여주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에서 뛴 2023년과 2024년에도 그는 각각 183⅔이닝(3위), 190⅓이닝(2위)을 소화하는 강철 체력을 자랑했다.
또한 그가 투구 수를 줄이는 데는 타자들을 맞혀 잡는 데 집중하는 투구 패턴도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올 시즌 탈삼진이 96개로 이 부문 15위에 불과하다. 특히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거둔 성적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삼성라이온즈파크는 KBO리그의 대표적인 '타자친화구장'이다. 여기서 그는 12경기에 등판해 76이닝을 책임졌고, 완봉승 한 차례, 완투패 한 차례를 포함해 5승 3패 평균자책점 3.08을 기록했다. 박진만 감독이 후라도에게 모자를 벗어 고마움을 전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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