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핀셋’ 질타 …광주·전남 정·관·재계 ‘초긴장’

임소연 기자 2025. 7. 2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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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소비쿠폰·인권 등 공개 지적
지자체·경찰 등 즉각 시정 나서
선제 대응 없으면 ‘책임론’ 직면 우려
내년 지선 공천 위기의식 확산도
"생존 전략 대통령 속도 따라잡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 간담회,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경기 시흥시 SPC 삼립 시화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취임 50여일을 넘긴 이재명 대통령이 안전·인권 등 경시 사례에 즉각적인 반응과 실시간 지적을 거듭하면서 광주·전남 지역 정·관·재계가 초긴장하고 있다.

현미경을 들이대고 '콕콕' 찝는 듯한 이 대통령 특유의 핀셋 행정에 새 정부 출범 초기 '시범 케이스'로 낙인이 찍히는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특히 '매너리즘'에 빠진 지방자치단체 등에 각성제 효과를 하면서 여권 텃밭인 호남 지역 단체장들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위기의식도 감지된다.

27일 지역 정·관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최근 잇따라 발생한 포스코 광양제철소 노동자 추락 사고, 광주 소비쿠폰 카드 색상 차별, 나주 외국인 노동자 인권 유린 사례 등을 연이어 언급하며 강하게 질타했다. 그의 '즉각 소통형 리더십'은 민생과 안전·노동자 관련 사안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이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 등을 통해 안전·인권 경시 풍조에 경고를 날리고 재발 방지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지난 14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배관 철거 작업을 하던 근로자들이 추락해 사망한 사고와 관련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에는 산업안전 감독인력 300명을 즉각 증원하라는 지시도 내려졌다.

지난 23일에는 광주시가 민생회복 소비쿠폰 선불카드 색상에 일반, 차상위 계층, 기초생활수급자 등 소득 수준별로 달리 적용한 게 알려지자 이 대통령은 "전형적인 공급자 중심의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며 "즉각 바로잡으라"고 질타했다.

나주 외국인 노동자 인권 침해 사건은 이 대통령의 반응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난 사례다. 지게차에 포대에 감긴 외국인 노동자가 들어올려지는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지자, 이 대통령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상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야만적 인권 침해를 철저히 엄단하겠다"고 메시지를 냈다. 이날 오후에는 수석보좌관 회의 등을 통해서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인권 침해 행위가 다신 벌어지지 않게 철저히 대응해야겠다"고 강조했다.

지시사항에 대한 지자체 등의 반응은 즉각적이다.

이주노동자 괴롭힘과 관련해선 경찰이 한국인 지게차 운전자를 특수폭행 등의 혐의로 입건했고, 고용부는 근로감독에 착수했다. 전남지사는 외국인 근로자를 찾아 위로했고, 피해자는 새 일터를 찾았다.

광주시는 일반, 차상위 계층, 기초생활수급자 등 소득 수준별로 달리했던 소비쿠폰 카드 색상을 밤샘 스티커 부착 작업 끝에 빨간색으로 통일했다. 인권 행정평가단 구성, 인권 교육 강화 등 대책도 발표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고용노동청과 경찰의 동시 압수수색이 단행됐고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조사 중이다.

최근 극한 호우 때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이 대통령의 재난 대응 기조가 현장에서 일부 구현됐다.

지자체장들은 앞다퉈 SNS에 사진을 올려 현장 점검 모습을 인증했다. 통상 경찰·소방에 의존했던 실종자 수색에는 행정 공무원들이 대거 동원되며 일일 수색 상황을 언론에 알리는 지자체도 있다.

민주당 단체장들은 1년도 채 남지 않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과 대통령을 의식해 현장 행보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대통령이 생활현안까지 직접 챙기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정부가 이를 선제적으로 포착하고 대응하지 못하면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감지된다.

지역 관가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의 이러한 적극적인 현장 대응 행보가 향후 지방정부와의 정책 협력이나 현안 해결 과정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다.

소비쿠폰 차별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광주 한 공직자는 "소비쿠폰 차별 논란으로 비난을 받고, 시정을 위해 밤샘 작업을 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행정 편의주의나 기계적 업무처리 관행으로 인권 등 요소를 두루 챙기지 못한 부분이 있는지 확실히 살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중앙정부의 메시지 강도가 이 정도면 선제 대응을 하지 못하면 책임론과 지역에서 뭐라도 먼저 하지 않으면 '안 보인다'는 평을 듣기 쉽다"며 "대통령과 템포를 맞추는 것이 곧 생존 전략'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밝혔다.
/박재일·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