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산업재해에 사업주 불법 행위만 있어도 ‘공제 후 과실상계’”

박혜연 기자 2025. 7. 2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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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행위에 제3자 없어도 ‘공제 후 과실상계’

산업재해를 입은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낼 때, 사고에 제3자가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산재 보험금을 먼저 공제한 뒤 과실 비율을 따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조선일보DB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최근 근로자 A씨가 건설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6월 한 신축 공사 현장에서 그라인더로 합판을 자르던 도중, 날이 튀는 사고로 손목을 크게 다쳤다.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장해급여 5420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A씨는 사고로 일하지 못한 기간 동안 일실수입(사고가 없었더라면 벌 수 있었을 기대 수입) 6730만원이 발생했다며, 회사를 상대로 이를 배상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A씨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어떻게 산정할지였다. 1심은 회사가 면장갑 지급 외에 별다른 보호 의무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A씨의 부주의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이에 회사 70%, A씨 30%의 책임을 인정했다.

1심은 A씨의 과실을 먼저 반영한 뒤 산재 보험금을 공제하는 ‘과실 상계 후 공제’ 방식을 적용해 “회사가 추가로 배상할 금액은 없다”고 판단했다. 2심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 판례는 본인 과실도 있는 재해 근로자가 ‘사업주와 제3자의 공동 불법행위’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을 적용한다고 했는데, 1·2심은 이 사고에 제3자가 개입하지 않았으므로 이를 적용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제3자가 개입하지 않은 사업주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액 산정 시에도 산재 보험금을 먼저 공제한 뒤 근로자의 과실 비율을 반영하는 ‘공제 후 과실 상계’ 방식이 적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3자 개입 없이 산재보험 가입 사업주의 불법행위로 근로자가 산업재해를 입었고 그 손해 발생에 재해 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된 경우에도 공단이 근로자를 위해 보험급여 중 재해 근로자의 과실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종국적으로 부담하는 점은 다르지 않다”고 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22년 ‘사업주와 제3자의 공동 불법행위’로 발생한 산재 사건에서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한 데 이어, 이번 판결은 그 기준을 ‘사업주 단독의 불법행위’에까지 넓혀 해석한 데 의미가 있다.

이 방식에 따라 대법원은 A씨의 일실수입 6730만원에서 먼저 장해급여 5420만원을 공제한 뒤, 남은 1310만원에 회사의 책임 비율인 70%를 적용해 회사가 A씨에게 916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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