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특집] AI가 바꾸는 세상, 길을 묻다<3>대학 입시·사교육, AI혁명 맞아 ‘대변혁’ 시계 빨라진다

이영란 기자 2025. 7. 27.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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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유치원에서 '키코' 로봇이 아이들과 놀면서 컴퓨팅 사고력을 가르치고, 일본은 AI 로봇이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교육 패러다임을 뒤흔드는 AI 혁명이 한국의 입시지옥도 변하게 할까. AI가 그린 미래상.
AI 혁명이 가져오는 교육 패러다임의 대전환은 수십 년간 한국 사회를 옥죄던 입시 경쟁의 굴레를 풀어줄 수도 있을까. 미국 대형 기업들이 학력 요구 조건을 철폐하고, AI가 개인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면서 드디어 한국 학생들이 입시 지옥에서 벗어나 진정한 배움의 기쁨을 찾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게 미래전문가들의 전망이다.

◆AI 로봇교사가 현실인 교실 풍경

최근 맥킨지 자료에 따르면, 2035년까지 현재 교사 업무의 20~40%가 자동화되고, 교사들은 주당 13시간을 절약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미 중국의 유치원에서는 '키코' 로봇이 아이들과 놀이를 통해 컴퓨팅 사고력을 가르친다. 일본에서는 500개 이상 학급에서 AI 로봇이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글로벌 AI 교육 시장은 2030년까지 420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중국의 스쿼럴 AI는 이미 아시아 전역 1천200개 도시에서 100만 명 이상의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무료 AI 과외를 제공한다. 실제로 칭타이현 학생들은 AI 튜터링을 통해 한달 만에 학습 성취도가 56%에서 89%로 향상됐다고 한다. 맥킨지 연구가 예측한 대로 교사들이 주당 13시간을 절약하게 되면, 그 시간을 학생들과의 진정한 소통과 멘토링에 활용할 수 있다.

◆학벌이 무의미해지는 시대, 기업 대변혁

이런 가운데 글로벌 대기업들은 이미 학력 조건을 파격적으로 완화했다. CNBC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 구직 공고의 17.8%만이 4년제 학위를 요구했는데, 이는 5년 전 20.4%에서 감소한 수치다. 구글, 애플, IBM, 테슬라 등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대부분 직무에서 학위 조건을 폐지했다. IBM은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에 대해 학위 요건을 없앴고, 미국 신규 채용의 15%가 4년제 학위가 없는 인재다.

대체평가 기준은 명확하다. 기업의 68%가 면접 중 실무 과제를 부여하고, 54%가 사전 역량테스트를 실시한다. 부트캠프 수료, 포트폴리오 기반 평가가 학위를 대체하고 있다. 특히 프로젝트 관리 분야는 학위 요구가 67.3%에서 58.1%로 9.2%포인트 급감했고, 소프트웨어 개발도 8.4%포인트 감소했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의 변화는 더디다. 유교적 위계 문화와 학벌중시 전통이 여전히 강하게 작용한다. 삼성, LG, 현대, SK 등 4대 재벌이 국가 GDP의 40.8%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이들 기업은 여전히 SKY 대학 출신을 선호한다. 삼성전자만 해도 1만4천 명 채용에 20만 명이 지원하는 극심한 경쟁 속에서, 비SKY 출신이 뚫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중소기업 직원 연봉이 재벌 기업의 50%에 불과한 현실은 학벌 경쟁을 더욱 부추긴다.

◆AI 전문 교육의 폭발적 성장과 새 기회

AI 교육에 특화된 새로운 교육 기관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2011년 이후 AI 학위 프로그램이 120% 증가했고, 현재 미국에서만 14개 이상의 대학이 AI 전공 학사 학위를 제공한다. 카네기멜론대학은 2018년 최초로 AI 학사 학위를 신설했고, MIT는 2022년, 펜실베이니아대학은 2024년에 합류했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부트캠프의 성장이다. 6개월에서 1년 과정의 AI 부트캠프들은 1천만 원에서 1천500만 원의 학비로 실무중심 교육을 제공한다. 풀스택 아카데미의 26주 AI·머신러닝 부트캠프는 71-87%의 취업률을 자랑한다. AI 엔지니어 초봉은 평균 1억5천300만 원, 머신러닝 엔지니어는 1억6천600만 원에 달해 전통적인 4년제 대학 졸업생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는게 CNBC측의 분석이다.

◆한국 입시 지옥의 균열과 위기

지난해 한국의 사교육비 지출은 29조2천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47만4천 원을 사교육에 쓰고, 참여율은 78.5%에 달한다. 상위 20%가구는 월 114만 원을 지출하는 반면, 하위 20%는 48만 2천 원에 그쳐 교육 격차가 극심하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불법 프리미엄 과외는 월 1천만 원을 호가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AI 시대에 암기 위주 교육의 가치는 급속히 추락하고 있다. 이주호 전 교육부 장관도 "19세기식 복사-붙여넣기 모델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한바 있다. AI가 정보 검색과 기본 문제 해결을 대신하는 시대에, 교과서 암기와 반복적 문제 풀이는 무의미해졌다. 대신 비판적 사고, 창의성, 감성 지능, AI 리터러시, 복잡한 추론 능력이 핵심 역량으로 부상했다는 것이 미래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한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AI 디지털 교과서의 법적 지위를 '교과서'에서 '교육 자료'로 격하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이 사업이 졸속 추진되었다며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AI 디지털 교과서의 전면 도입 계획은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과연 바른 방향일까.

◆세계는 이미 AI 교육 혁명 중

에스토니아는 오는 9월 세계 최초로 전국 단위 AI 교육 시스템을 구축한다. OpenAI와 파트너십을 맺고 고등학교 10-11학년 2만 명을 시작으로 2026년까지 5만8천 명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한다.

핀란드는 현상 기반 학습에 AI를 통합해 25%의 학업 성취도 향상을 예상한다. 싱가포르는 1억2천만 싱가포르달러를 투자해 2030년까지 AI 교육 강국이 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중국은 2025년 9월부터 6세 이상 모든 학생에게 연간 최소 8시간의 AI 교육을 의무화한다. 바이두, 알리바바, 센스타임이 교육 콘텐츠 개발에 참여하고, 2026년까지 AI 분야에 27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미국은 주별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지만, 메릴랜드주를 시작으로 20개 이상의 주가 공무원 채용에서 학위 요건을 폐지했다. 영국은 2025년 1월 AI 안전 사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300만 파운드를 AI 교육 콘텐츠 개발에 투자했다. 일본은 500개 이상의 학급에서 AI 로봇 영어 교사를 운영하며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AI를 교사 대체가 아닌 보조 도구로 활용하고, 개인 맞춤형 학습을 추구하며, 평가 방식을 역량 중심으로 전환하고, 평생학습 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특히 교사 연수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변화하거나 도태되거나

AI 교육 혁명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한국 교육의 미래는 두 갈래다. 근본적 철학 전환과 과감한 투자로 AI 교육 강국이 되거나, 기존 시스템에 안주하다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되거나. 에스토니아나 핀란드처럼 작은 나라도 혁신적 접근으로 교육 혁명을 주도하는 시대다.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회장은 '20조 원을 사교육에 쏟아붓는 대신 AI 시대에 맞는 역량 개발에 투자한다면, 한국 교육도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을 수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시간이 많지 않다. AI 교육 혁명은 이미 시작됐고, 세계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영란 기자 yrlee31@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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