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 있는가 멈춰 있는가" 개념작가의 질문 [김용우의 미술思]

김용우 평론가 2025. 7. 27.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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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아트 앤 컬처
김용우의 미술思 20편
르네 마그리트 ‘골콘다’
고정관념을 다른 사물로
치환해 새 현상 보여줘
르네 마그리트, 골콘다, 1953년, 캔버스에 유화, 81×100㎝, The manil 컬렉션 휴스턴 미국 [그림 | 위키백과]

하늘에 사람이 떠 있다. 내려오는 건가 올라가는 건가, 아니면 멈춰 있는 모습일까. 궁금증은 우리를 멈추게 하고 다시 생각게 한다. 뭐지? 자연 현상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 눈앞에 있다면 우리는 어떤 느낌일까.

르네 마그리트(Ren Franois Ghislain Magritte·1898~1976년)은 벨기에 출신 화가다. 미술 사조로는 초현실주의 화가로 분류한다. 초현실주의는 꿈의 무의식에 기반을 두고 그것을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오브제(Object)를 다른 의미의 오브제로 치환하는 등 비현실 속 현상을 그림으로 구현한다. 이를테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그림으로 그려낸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림 속 사물의 고정관념을 다른 사물로 치환해 새로운 현상을 보여줌으로써 작가가 전달하려는 의미의 개념을 담아낸다. 그래서 르네 마그리트를 일컬어 '개념미술 화가'라 부른다.

자! 이제 그의 작품을 보자. 담배 파이프를 그려놓고 그 아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란 글을 달아 놓은 그림 '이미지의 배반'이다. 파이프를 그려놓고 파이프가 아니라니, 그럼 파이프는 무엇이란 말인가.

답은 그림의 제목처럼 '배반감'을 선사한다. "파이프가 아니라 그림이다." 그림은 작품으로 작가가 사물을 그려놓았을 뿐 실물은 아닌 것이다. 이 말은 하늘에 사람이 있는 것은 그림이며 자연 현상은 아니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작가가 무엇을 이야기하는가를 생각해 보고 메시지를 떠올릴 수 있는 그림, 이게 바로 개념미술이고 현대미술이다.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골콘다(Golconda)'는 무중력 상태의 사람들로 주목을 받기에 아주 좋은 그림이다. 그래서 많은 마케터들이 광고에 응용하거나 이용한다. 이쯤에서 우리도 한번 그림 '골콘다' 속 인물을 다른 오브제로 치환해 보자.

노랑 우산으로 바꾼 건 이미 보험 광고에서 봤으니, 로또를 생각하며 하늘에서 돈이 떨어져도 좋겠고, 연인의 생일을 생각하며 꽃비가 내려도 좋겠다. 내가 지금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원하는 오브제를 떠올려 보는 것으로 우리는 르네 마그리트의 '골콘다'를 내 방식대로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골콘다'로 길거리 건물 외관을 장식하기도 하는데, 파사드(건물의 벽면)를 활용한 영상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모으기에 탁월한 힘을 발휘하고도 남는다.

르네 마그리트 이미지의 배반 [그림 | 위키백과]

그림 '골콘다' 속으로 조금 더 다가가 보자. 골콘다는 인도 어디쯤 있는 다이아몬드 광산 마을이라고 한다. 다이아몬드가 생산되는 곳에 몰려드는 사람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을 좇는 현대인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 삶을 위해 생활을 위해 바쁜 일상에 쫓기듯 하루를 사는 오늘날의 직장인들로 볼 수도 있겠다.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속 인물들은 모두가 검정 슈트를 입고 검은 중절모를 쓰고 있다. 검은 가방을 들고 있는 것도 똑같다. 이렇게 개성 없는 복장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같은 일상을 보내는 우리들의 모습을 상징하는 건 아닐까.

"문명은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가. 돈은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가." 어제 만난 사람을 오늘 다시 만나고 내일 또 만나는 일상의 굴레를 벗지 못하는 현대인에게 던지는 이런 질문들에 과연 우리는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몇해 전 어느 시공업체가 '골콘다'를 백화점 공사 가림막으로 사용했다. 명동과 남대문, 을지로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이 그림은 무슨 메시지를 던졌으며, 우린 또 무엇이라 답하며 갔을까. 세상은 온통 의문투성이고, 풀어야 할 일, 찾아야 할 일들로 가득하다.

르네 마그리트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그림 속을 떠다니는 인간 군상群像을 통해 험한 세상에서 인간성을 잃지 말고 존재의 의미를 찾으라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을지 모른다. 타고난 개념미술 작가다.

김용우 미술평론가 | 더스쿠프
cla03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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