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체제’, 국힘은 민주당 장기집권 파트너 될 수 있다[노원명 에세이]

노원명 기자(wmnoh@mk.co.kr) 2025. 7. 2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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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국민의힘 지지율이 10%대에 ‘안착하는’ 분위기다. 양당 체제를 구성하는 한 축의 지지율이 10%대라는 것은 무슨 말인가. 정권교체 가능성이 있는 양당 체제가 끝나가고 있다는 소리다. 일본의 ‘55년 체제’와 비슷한 1당 장기 집권체제가 그로부터 70년 후인 2025년 한국에서 태동했다고 정치학자들이 쓸 조건이 무르익는 소리다. 조만간 ‘25년 체제’란 정치용어가 등장할 것이란 예감이 든다.

일본 자유민주당(자민당)은 1955년 이후 1993년 8월~1996년 1월(2년 5개월), 2009년 9월~2012년 12월(3년 3개월)의 짧은 기간을 빼고 정권을 독식해 오는 중이다. ‘55년 체제’는 자민당이 처음 집권한 1955년부터 처음 정권을 잃은 1993년까지의 정치체제를 말한다. 정치학 용어로 정의하자면 ‘보-혁 대립의 정당균열을 기초로 하여 자민당 일당 우위가 확립된 정당 시스템’ 이다.

55년 체제는 실질은 자민당 독식이지만 형식은 양당 체제였다. 그때 일본에는 사회당이라는 붙박이 제1야당이 있었다. 사회당은 1947년 한차례를 제외하고 보수세력에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55년 체제에서 사회당은 대체로 중의원 의석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했다. 이런 사회당을 두고 정치학자들은 ‘자민당 장기집권의 최대 조력자’라 평가하기도 한다. 보혁 대립의 한축을 담당함으로써 정치구도 안정화에 기여하지만 자민당을 대체할 실력은 못됐기 때문이다. 자민당은 사회당이라는 무능한 파트너가 있는 한 정권을 놓칠 일이 없었다. 사회당은 수권 능력이 없다는 점에서 반쪽짜리였고 55년 체제는 그 점에서 양당제보다는 ‘1과 2분의 1 체제’ 였다.

나는 국힘이 한국판 사회당이 될 소질이 있다고 본다. 무능하고, 고리타분하고, 내부 분란이 심하고(지금 국힘처럼 사회당도 노선투쟁이 심했다), 확장 능력이 떨어지고, 총체적으로 매력이 없고, 결과적으로 선거에서 이길 전망이 안 보인다는 점이 닮았다. 표방하는 이념만 다를 뿐이다. ‘55년 체제’가 보수 우위였다면, ‘25년 체제’는 진보 우위의 1당 독식 체제가 될 것이다.

한국 현대 정치는 줄곧 양당 구도로 전개돼 왔지만 실질적 정권교체 가능성이 생겨난 것은 1987년 대선 때부터였다. 1공화국부터 5공화국까지는 압도적 여당과 들러리 야당의 공생체제였다. ‘25년 체제’가 성립한다면 새 정치구도 탄생이 아니라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다.

애당초 한국인들이 가장 편안해하는 정치구도는 1당 절대 우위의 양당 구도가 아닌가 한다. 그 뿌리는 조선의 당파에 닿는다. 선조 연간의 동서 분당이 4색 분기를 거쳐 노론과 남인의 양당 구도가 되고 종국에 ‘여 노론, 야 남인’으로 정리되기까지 100년이 걸리지 않았다. 노론 정권은 조선이 망할 때까지 200년을 갔다.

노론이 유능해서 200년 간 건 아니다. 그보다 더 무능한 남인이 바닥을 깔아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일본 사회당이 자민당의 보험이었던 것처럼 노론에 있어 남인이 그랬다. 그나마 노론에는 숭용산림(崇用山林)과 물실국혼(勿失國婚)이라는 손에 잡히는 집권플랜이라도 있었다. 남인은 허위 의식과 피해의식, 열등감, 자폐에 가까운 자의식, 터럭 같은 명분에 앙앙불락하며 숲을 못 보는 집단이었다. 중앙정치에선 백전백패, 시골에서 행세할때는 왕이 따로 없었다. 그런 반쪽짜리 파트너를 둔 덕에 노론은 200년을 그저 먹었다.

문재인 정부 말기에 ‘민주당 20년 집권플랜은 너무 겸손한 주장이며 0 하나를 더 붙여야 한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물론 과장이었다. 속으로는 50년 정도를 생각했었다. 지금은 200년은 몰라도 21세기를 독점할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물론 전제가 있다. 국힘이 망하지 않고 양당체제 하에서 민주당의 파트너로 살아남아 주어야 한다.

역사를 발전시키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망할 기회가 있을 때 그냥 망해버리는 것도 그중 하나다. 일본 사회당처럼, 조선의 남인처럼 구질구질하게 살아남으면 역사를 퇴행시킨다. 사회당은 자민당에는 좋고 일본에는 좋지 않았다. 국힘의 생존은 민주당에는 좋고 대한민국엔 좋지 않다.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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