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판단은 배임죄 아냐" 명문화하면 억울한 기업인 처벌 막는다
[편집자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기업인을 옥죄는 검찰의 전가의 보도. 모두 배임죄를 수식하는 말이다. 주주를 배신한 경영자를 처벌한다는 좋은 취지에도 기업인의 과감한 의사결정까지 가로막은 것 역시 사실이다. '경영 판단'에 따른 결정은 면책해주는 등 처벌 기준 명문화를 통해 한국 기업인들이 배임죄의 멍에에서 벗어날지 주목된다.

형법 355조는 배임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행위'로 정의한다. 조문 중 핵심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다.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유·무죄가 나뉜다.
배임죄에 대한 대법원의 판례는 선의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뤄진 경영 행위는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배임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1993~1996년 대한보증보험이 9개 기업의 부도로 500억원 상당의 손실을 입어 경영진이 배임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기업 경영은 원천적으로 위험을 내재한다"며 "경영자가 선의를 갖고 신중히 결정했음에도 손해가 발생한 경우까지 업무상 배임죄를 물으면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켜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 발생한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쉽게 말해 선의의 경영적 판단이라면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같은 판례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회사에 피해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위험이 있었다면 배임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경영진을 기소해왔다. 모회사가 자회사에 대해 유상증자를 실시했을 때, 모회사의 경영진에게 배임죄를 적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일단 기소가 되면 유상증자가 경영상 판단이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 법정에서 검찰과 지난한 싸움을 이어가야 한다.

검찰은 2021년 SKC 이사회가 2012년과 2015년 SK텔레시스에 대해 총 9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행한 것을 SKC에 대한 배임으로 보고 무더기로 기소했다. SK 측은 SK텔레시스에 대한 유상증자는 2009년 휴대전화 단말기 사업 부실 이후 누적된 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라고 맞섰다. 해당 혐의에 대한 무죄 확정 판결은 기소된 지 5년 가까이 지난 올해 5월에야 이뤄졌다. 법원은 "부도 위기 계열사에 자금을 투입해 회생할지는 그룹 전체 신인도와 연관돼 있고 온전히 이사회의 경영적 판단"이라고 판결했다.
법조계에서는 김 의원의 형법 개정안이 대법원의 판례를 법 조항으로 명문화하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배임죄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더라도 적어도 기준이 명문화되면 수사기관이 과거처럼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배임죄를 적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연구원장을 지낸 최승재 변호사는 "판례가 인정하고 있는 경영상 판단의 범위는 상당히 좁다"며 법률에 명문화하는 것이 판례에 기대는 것보다 훨씬 실효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까지 확대할 경우 배임죄 처벌 위험이 커지는 만큼 반드시 부수적으로 경영상 판단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입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배임죄 자체가 사라지지 않은 만큼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형법에 배임죄가 그대로 남아 있다면 이를 적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수사기관의 몫이라 대법원 판례인 경영상 판단을 명문화하는 것만으로는 그렇게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한편 배임죄를 법으로 규정해놓은 국가는 대륙법을 따르는 독일과 일본 등이다. 배임죄가 독일에서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이어져 온 만큼 독일과 한국의 관련 법률은 크게 다르지 않다. 독일은 배임죄를 적용할 때 그 범위를 엄격할 정도로 좁게 해석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회사 업무에 관한 이사의 결정이 적절하고 합리적인 방법이었다고 인정되면 의무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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