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국인은 신이다”···서울에서 중국 사람 숭배한 장소가 있다? [사와닉값]
낡고 허름한데, 왠지 모를 멋이 풍기는 곳. 동묘다. 고물과 빈티지 의류, 예스런 집들이 한 데 엉켜 묘한 매력을 뽐낸다. 과거 나이든 어르신들이 주로 찾는 장소로 여겨졌지만, 몇 해 전부터 연예인들이 찾기 시작하면서 젊은 세대에게도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은 명실공 ‘힙’(멋)의 성지다.
동묘가 전국적인 주목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국가적으로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장소여서였다. 마냥 달갑지만은 않은, 약간은 속 쓰린 역사도 함께 녹아있다.
![서울 동묘 전경. [사진출처=한국학중앙연구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27/mk/20250727063602735ipgl.jpg)
하지만 조선 시대에는 관우를 따로 모실 정도로 그를 숭상하진 않았다. 조선은 유교국가였고, 유교 국가에서 장수는 그렇게까지 존중받는 존재는 아니었다. 성균관에서 ‘문묘’라는 이름으로 공자에게 제사지내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명나라 장수와 병사들은 모두 말하기를, 평양성의 승리와 울산의 도산성 싸움, 삼로의 왜군을 물리친 싸움에서 매번 관성제군이 신령을 나타내어 도왔다고 하였다.”

신묘한 기운이 절정에 달한 것인지, 우연이 겹친 것인지. 관왕묘가 세워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왜군이 철수를 결정했다. 전쟁 주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어서였다. 조선의 대신 류성룡도 ‘서애집’에서 관왕묘의 신통함을 기록했다.
“영남의 안동·성주 두 읍에 관왕묘를 건립하였는데…오래지 않아 왜의 두목인 관백 평수길(平秀吉)이 죽자, 모든 왜군이 다 귀환하였으니···어찌 우연한 일이라고만 하겠는가.”

명나라 장수들은 한 발 더 나아가 선조에게 직접 예를 올리라고 요구했다. 선조는 남관왕묘에 향을 피우고 술을 세번 올리며 예를 갖췄다. 조선 대신들은 “중국의 일개 장수에게 조선의 임금이 절하고 예를 표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분노를 표시했으나, 달리 저항할 방법은 없었다. 명나라는 세계 최강대국이었고, 조선을 위기에서 구해준 나라였으니까.

썩 달가운 역사는 아니지만, 문화재적 가치는 엄청나게 높은 건축물이 오늘날 동묘다. 1961년 우리나라 정부가 동묘를 ‘보물’로 지정한 배경이었어다. 우아하고, 찬란한 역사만 소중한 게 아니니까. 동묘는 명나라의 고압적 태도, 조선의 울분, 오늘날 젊은이들의 멋까지 품으며 오늘날 서울을 빛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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