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통계‘조작’→‘수정’ 공소 변경…‘표적 수사’이자 ‘국민 기만’ 자인한 셈”

강윤서 기자 2025. 7. 2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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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검찰개혁 주장’ 배수진 변호사 “수사·기소 분리로 ‘정치 검찰’ 근절해야”
“전임 정부 때리는 검찰의 단골 카드는 ‘직권남용죄’…공소장에 허위 내용 많을 때도”
“文정부 ‘북한 주민 강제북송’ 사건 대표적…재판부도 사실상 ‘정치적 기소’라 해석”
“정치적 기소의 발단은 결국 ‘정치의 사법화’…‘정책감사’만큼은 더 신중히 접근해야”
“‘맹탕 수사’ 해놓고 ‘이런 유명인까지 수사해 봤다’로 인정받는 檢 문화도 개혁대상”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배수진 변호사(법무법인 율플러스)가 7월22일 서울 서초동 법인 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정권이 바뀌면 검찰의 화살은 전 정부를 향한다."

전임 정부를 겨냥한 검찰의 수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화두에 오른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공수교대에 따라 '방탄-표적 수사'라는 논리가 대립하고, 법조계에서는 '조작-표적 기소' 공방이 이어져왔다. 검찰개혁을 주장해온 배수진 변호사(법무법인 율플러스)는 24일 서울 서초동 법인 사무실에서 진행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정치로 풀어야 할 문제까지도 사법부로 가져오면서 '정치는 실종'되고 '정치 검찰'은 늘어났다"며 "정치적 기소는 또 다른 허위 사실이자 범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검사는 피고의 상대편에 선 동시에 공직자라는 점에서 '객관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낸 배 변호사는 전임 정부를 겨냥한 수사·기소에서 이러한 객관의무가 무너지는 사례가 많다고 주장했다. 의혹이 제기되면 수사하는 것이 검찰의 역할이지만, 무리한 공소 내용은 여론 재판을 형성해 '무죄 추정의 원칙'을 흔든다는 지적이다. 그는 "특히 정책 결정권자에게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는 죄목이 '직권남용'"이라며 "수사 초기에 떠들썩하게 기소해놓고 나중에는 흐지부지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그동안 해당 공무원들은 수년 간 업무도 못하고 복귀도 어려워진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통계조작 의혹' 사건 재판을 두고도 유사한 가능성을 주장했다. 사건 담당 검찰은 최근 재판 도중 공소장 내용을 통계 '조작'이 아니라 '수정'으로 고치겠다며 지난 16개월 간 진행한 자신들의 수사와 기소 내용을 뒤집었다. 검찰 쪽 증인인 부동산원 간부가 "당시 청와대의 직접적인 조작 지시가 없었다"고 거듭 밝힌 직후였다. 검찰은 지난해 3월14일 '국가통계 조작 사건 수사결과'란 제목의 18쪽짜리 자료를 공개하며 문재인 정부 관료들이 부동산 정책 실패를 감추기 위해 한국부동산원 산정 '주간 주택가격 변동률'을 125회 걸쳐 '조작했다'고 명시한 바 있다. 당시 여론을 들끓게 만든 의혹을 돌연 '수정'으로 바꾼 검찰에 대해 배 변호사는 "표적 수사이자 국민을 기만했음을 자인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깃발 ⓒ시사저널

'통계 조작' 의혹 사건 재판에서 검찰이 공소 내용을 수정했다.

"공소장 변경 자체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흔하게 있는 일이다.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최대한 밝혀서 기소하지만, 법정에서 드러나는 내용에 따라 공소 사실이나 적용 법조를 법원의 허가를 받고 변경할 수는 있다. 다만 이번 공소장 변경은 단순 법리 문제가 아니라 검찰이 전임 정부를 겨냥한 표적 수사였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왜 그렇게 보는가.

"이 사건이 불거진 때를 다시 보자. 약 1년 전 감사원과 검찰이 각각 감사, 기소 과정에서 '통계 조작'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쓰며 엄청난 범죄가 발생한 것처럼 발표해 국민 여론을 얼마나 들끓게 만들었나. 감사 결과와 공소장 내용을 통해 사건을 접하는 국민은 '조작'이라는 단어로 의혹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단어를 재판에서 느닷없이 '수정'으로 바꾼다는 건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고, 당초 전임 정부 망신주기라는 의도가 있었음을 의심해볼 수밖에 없다."

검찰은 '통계 조작' 여부보다 '정부 관료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가 핵심이라고 했다.

"검찰 스스로 자신들의 수사와 기소 내용을 부정하는 셈이다. 검찰의 논리는 통계를 조작했는지 수정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영향력 행사 여부'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 논리대로 혐의가 조작이 아니고 단순히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라면, 처음부터 그렇게 기소했어야 했다. 하지만 검찰은 조작이라는 단어를 이용해 여론을 이끌어 왔다. 처음부터 '조작과 수정은 한 끗 차이니까 조작이란 단어로 기소하자'라는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조작은 의도와 목적이 있는 단어다. 애초에 조작이라는 프레임을 쓴 건 여론전을 위한 것이었고, 재판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것처럼 보인다."

공소 내용 변경이 이번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재판의 흐름을 예측하는 건 조심스럽다. 다만 검찰의 이번 태도가 재판부에게 좋은 인상을 줄지 의문이다. 검찰이 다시 방점을 찍은 '부당한 영향력'이라는 것도 법정에서 어떻게 풀이될지 미지수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공소 내용 변경 상황을 보면서 검찰이 의도한 것은 결국 '여론 재판'이었다고 해석한다. 검찰의 의도는 직권남용죄 혐의 하에 '통계 조작'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하면서도 실제 재판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사실상 중요하지 않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여론도 재평가를 해봐야 한다. 조작이란 말로 여론을 들끓게 만들었는데, 사실 조작이 아니라 수정이라고 변경됐다면 국민들도 사건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공소장 관련 논란은 오래 지속돼왔다.

"공소장은 피고인이 재판을 받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전제로 쓰는 문서이기에 그 힘이 굉장히 강력하다. 과거에는 공소장이 정확한 공소 사실만 적시돼 매우 짧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내용이 점점 길어지면서 사실이 아닌 상황이나 검찰의 의견 등이 덧붙여진다. 변호인 입장에서 보면 어떤 공소장은 소설 같다는 느낌도 받는다. 실제로 공소장 자체도 허위 공문서라고 주장하며 고소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정치적인 목적으로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국민들에겐 기소만으로도 인생이 멈출 수 있기에 검찰이 공소장에 허위 사실을 적시했는지 여부는 중대한 범죄가 될 수도 있다. 전임 정부 사건에서 자주 동원되는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공무원들의 경우 기소 과정에서 명예와 직장을 모두 잃었는데 결국 무죄로 끝나는 사례도 있다."

특별히 직권남용죄를 언급한 이유가 궁금하다.

"직권남용죄가 검찰의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전임 정부의 정책 관계자들, 결정권자들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혐의를 물을 수 있는 죄목이면서도, '정책 감사'의 수단으로 사용하기 쉬워서다. 실제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사건 중 무죄 판결이 난 사례들을 보면 감사원과 검찰이 초기에는 대통령의 공약 등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절차상 큰 위법이 있는 것처럼 부풀려 말하지만, 실제 들여다보면 정부의 정책 결정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절차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사건 수사과정에서 압수수색, 감사원의 반복 호출, 재판 출석 등으로 손발이 묶이고 이로써 공직사회는 점점 위축된다. 최소한 정책 감사만큼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재판부가 검찰의 공소 내용을 지적한 사례도 있나.

"문재인 정부의 '북한 주민 강제북송' 관련 직권남용 사건이 대표적이다. 1심 재판부는 올해 2월 문재인 정부 관료들인 피고에게 '선고유예' 판결을 내리면서 이런 설명을 덧붙였다. '검사는 국정원의 고발에 의해 시작된 사건임에도 고발인인 국정원이 주는 자료를 거의 그대로 받아 증거로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동일성·무결성 검증에도 사실상 대비하지 않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검사의 객관의무가 준수된 수사와 기소였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는 사실상 정치적인 기소였다고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배수진 변호사 ⓒ시사저널 최준필

'정치 검찰' 논란은 어디서 출발한다고 보나.

"방금 언급한 재판부의 설명 자료를 보면 정치적 기소의 발단은 결국 '정치의 사법화'다. 정치로 풀어야 할 문제도 형사 절차로 가져오면서 '진정한 정치'는 사라지고 '정치 검찰'만 늘어나는 형국이다. 국민의 선택으로 권력을 가진 국회의원이 결정권과 대표성이라는 힘을 토대로 '형사 절차'가 아닌 '협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정치다. 범죄 혐의점이 명확한 사건을 제외하고 정책 등 정치의 문제를 전부 고발하면서 '정치 사건'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검찰도 직접 사건을 인지해서 수사하는 게 아니라 의도를 품고 수사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고 있다. 정치의 사법화로 인한 검찰의 정치화, 이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유무죄 판결이 나올 때까지 국민 혼란만 가중된다."

악순환을 끊기 위한 급선무 과제는 무엇일까.

"검찰개혁의 핵심인 '수사권-기소권 분리'다. 검찰이 수사도 하고 기소도 하면 한 개인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한 손에 쥐어주는 셈이다. 검찰은 수사권을 통해 합법적으로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고 범죄 혐의 유무를 밝혀내는 데 더해, 그 사건을 재판에 넘길지 말지 결정하는 기소권도 독점하고 있다. 이 권한을 분리해서 검찰이 기소만 전담한다면 권력 균형이 이뤄질 뿐만 아니라 검찰도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견제,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수사·기소 분리가 수사의 신속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개혁 과도기 시점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제도가 잘 정착된다면 분명히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지금처럼 한 조직이 수사도 기소도 독점하는 구조를 그대로 두면 감시받지 않는 권력이 생기고 국민에게 돌아가는 피해는 계속 누적될 것이다. 수사·기소 분리가 공정성과 신뢰를 높이는 게 검찰개혁을 둘러싼 갑론을박 속 물꼬를 틀 첫 단추다."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 추진 의지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이재명 대통령이 추석 전 검찰개혁 얼개를 완성하겠다는 의지는 높게 평가한다. 전임 정부 표적수사나 과도한 정책 감사 등을 지적하면서 직권남용죄도 개정하겠다고 한 점도 눈에 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검찰 조직 인사를 보면서 불안감을 느꼈다.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충직하게 복무하며 문재인 정부를 수사한 검사들도 영전한 사례가 있는 것을 보며 개혁 의지가 후퇴된 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아울러 검찰 특수부에서 수사 진행 상황보단 수사 대상으로 실적을 쌓는 잘못된 조직 분위기를 근절하는 것도 난제다. 맹탕 수사를 해놓고 '내가 이런 유명한 사람까지 수사해봤다'는 논리로 능력을 인정받는 문화도 개혁 대상이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특검 수사와 함께 검찰개혁이 추진되고 있는데.

"특검과 검찰개혁은 별개로 봐야 한다. 특검은 정치적 필요에 따라 탄생한 제도고, 검찰개혁은 제도의 정상화를 위한 것이다. 수사·기소 분리를 포함한 검찰개혁은 정치 검찰이 등장하지 못하도록 구조를 바꾸는 일로 이해해야 한다."

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에 대해선 어떻게 입장인가. 

"대법관 증원은 찬성한다. 기본적으로 사건 수가 너무 많다. 뿐만 아니라 사법부의 활발한 토론 문화가 형성하기 위해선 궁극적으로 대법관이 늘어나야 한다. 판사 한 명이 독립된 판단 주체라는 건 엄청난 권력이다. 그만큼 판결, 압수수색 영장 발부 등 수많은 사법부의 권한에 대해 평소 내부적인 토론 분위기가 형성돼야 편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는.

"훌륭하고 존경스러운 검사들도 물론 있지만, 무리한 표적 수사와 불법적인 인권 침해를 서슴지 않는 정치 검사에 대한 우려가 크다. 검사도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로서 책임의식을 갖고 권한을 행사하길 당부드리며, 검사도 잘못을 범했을 때 그에 대한 교정을 받는 견제 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검사의 권한을 쪼개는 검찰개혁이 그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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