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걸음마다 만감 교차"···재탄생 옛 장흥교도소 발길
국내 최초의 교도소 전시관
우리나라 교정 역사·문화 감상
시대별 접견실·징벌방 등도 체험
“색다른 경험…꼭 추천하고 싶어”

"평생 올 수 없었을 것 같은 교도소에 와보니 신기했습니다. 실제 공간을 있는 그대로 보존해둬서 소름이 끼칠 때도 있었습니다."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주목받던 옛 장흥교도소가 '빠삐용zip'이라는 이름의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 찾은 가족 단위 부부, 친구나 연인과 함께 찾은 앳된 얼굴의 관람객까지 연령층도 다양했다. 강한 햇볕과 더위로부터 몸을 달래기 위해 모자, 양산, 선글라스, 휴대용 미니 선풍기 등으로 무장한 상태였다.
옛 장흥교도소는 지난 1975년부터 2014년까지 실제 운영되다 교도소가 시설 노후화로 인근 용산면으로 옮겨가면서 폐쇄됐다. 이후 2019년 장흥군이 문화체육관광부 유휴공간 문화재생사업에 선정되며 부지를 매입, 사업비 103억원을 들여 이듬해부터 올해까지 6년간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해 지난 25일 정식 개관했다.
새 이름인 빠삐용zip은 영화 '빠삐용'의 주인공 이름과 교도소 담장을 이은 'SD카드' 모양에서 착안한 압축파일 확장자명 zip의 합성어다.

여성 수감자들이 머물던 여사동은 글을 쓰는 글감옥으로 교회당은 4K 영사기를 설치해 대형 상영관으로 탈바꿈했다. 내부 수용동은 징벌방을 비롯 원형을 그대로 보존해 교도소의 엄중한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시민들은 빠삐용zip 곳곳을 둘러보며 우리나라 교정의 역사와 문화, 교도소에서 살아가던 수용자들의 이야기 등에 대해 살펴봤다.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시대별로 각각 꾸며진 접견실에 들어가 서로 마주 보고 상황극을 하기도 했으며, 1평도 안 되는 어두컴컴한 징벌방에 갇히기, 가상현실(VR)로 일제강점기 시대 수용 체험, 머그샷(MUG SHOT) 촬영 등을 하기도 했다.

또 '하얀집(교도소)', '빵장(방안의 대장)', '코보다(망보다)', '팔찌(수갑)', '밀대(형사앞잡이)', 강선생(강도범), '사기꾼(군기사)' 등 수용자들이 사용하던 은어와 수감자신조를 따라 읽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관람 기념으로 인생네컷 부스에 들어가 수배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광주에서 연인과 함께 온 김은주(26·여)씨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봤던 공간을 실제로 와서 걸어보니 더욱 현실감이 느껴졌다. 재밌게 본 작품들의 장면들도 생생하게 떠올랐다"며 "수용자들이 징벌방 벽에 새겨둔 글씨는 정말 소름 돋았다.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미소 지었다.
아이를 데리고 목포에서 온 이준희(36)씨는 "교도소에 올 수 없을 줄 알았는데 드라마세트장이 아니라 진짜라는 게 신기하다. 문 닫은 교도소를 정말 잘 꾸며 놓은 것 같다"며 "다만 원형을 그대로 보존한 실제 건물들에는 고문이 이뤄졌던 공간인지 등 추가적인 설명이 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안 와본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빠삐용zip 관계자는 "빠삐용zip이 장흥의 보물 1호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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