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빠라바라바밤’.. 오토바이가 달라졌어요

퇴근 시각 청주 도심, 적색 신호를 받은 오토바이 몇 대가 교차로 정지선 앞에 서 있습니다.
행인들은 낯설다는 듯 그들을 봅니다.
"쟤들 왜 저래?"
'혹시 주변에 경찰이 있어서 그러나?' 두리번거리다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오토바이가 신호를 지키네?"
신호 지키는 게 당연한데, 그 당연한 게 낯선 구경거리입니다.
그러고 보니 귀를 찢을 듯한 오토바이 배기음도 잦아졌습니다.
코로나19 때 배달 수요가 극에 달했던 2022년에 청주시에 접수된 이륜차 소음 민원은 132건.
그런데 지난해는 34건이 전부였으니까, 1/4로 급감했습니다.
청주시가 이륜차 배기 소음 기준을 105dB에서 95dB로 강화해 단속했는데, 지난해 무작위 검사 583대 중 1%도 안 되는 5대만 적발됐을 정도입니다.
"갑자기 왜?" 라이더 단체에 물었습니다.
예전에는 불법 튜닝 잘 안 걸렸는데, 이제는 그럴 수가 없게 됐습니다.
2023년에 자동차관리법 제51조가 20여 년 만에 부활하면서, 이륜차 정기 검사와 튜닝검사 등 각종 검사들이 의무화됐습니다.
사용 신고일로부터 3년 이내 최초 1회, 이후로는 2년마다 한 번씩 의무적으로 정기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여기서 소음기, 머플러 등 불법 개조가 낱낱이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2년도 못 쓸 불법 튜닝, 개조에 괜히 비싼 돈 들일 이유가 없어진 겁니다.
정기검사 의무화는 라이더가 소속된 법인이나 단체에게도 압박입니다.
라이더가 불법 개조로 적발됐는데도 소정의 벌칙을 불이행하면 소속 법인이나 단체 등도 같이 처벌하는 자동차관리법 제83조 '양벌규정' 때문입니다.
'불법 튜닝' 잘 안 걸리던 시절에는 큰 의미가 없었는데, 정기 검사 의무화로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그러니 협회도 소위 '요란한 라이더'와 웬만하면 같이 일 안 하려고 합니다.
게다가 배달 기사를 부르는 사장님들도 '요란한 오토바이 사절'이라는 조건을 달기 시작했습니다.
손님들이 싫어하니까, 또 매장 이미지와도 직결되니까 사장님들이 요란한 오토바이를 꺼립니다.
여기저기 외면하니 요란한 라이더들 점점 먹고 살기 힘들어 졌습니다.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습니다.
배기 소음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점점 따갑습니다.
심지어 동료 라이더들 사이에서도 눈총을 받습니다.
라이더 커뮤니티 안에서는 ‘소음 줄이기’ 캠페인이 자발적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최근 배달 서비스가 개인 단위에서 단체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라이더들 사이에서도 ‘스스로 조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길한샘 라이더유니온(배달라이더 노동조합) 충북지회장은 “노동조합 결성을 통해 규칙과 법령 준수가 문화로 자리 잡았다”면서 “소음 문제를 인식하고 조용한 운행을 위해 자정 노력을 기울이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습니다.
‘조용한 배달’은 이제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라이더들 사이에 공유된 필수적 기준이 돼 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배달 수요가 급증했던 제21대 국회에서, 이륜차 관련 법안 발의는 약 70건.
제22대 국회에서도 14건의 이륜차 관련 법안이 발의되며, 규제 강화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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