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칼럼] 바다날씨 확인, 안전한 여름휴가의 출발점

장동언 기상청장 2025. 7. 2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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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날씨를 보인 지난 13일 주말을 맞아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물놀이를 즐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원준 기자windstorm@kookje.co.kr


‘삼복더위에 소뿔도 꼬부라든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삼복(三伏)의 시기인 7월 하순에서 8월 초순 사이에는 굳은 소뿔조차 녹아서 꼬부라질 만큼 더위가 극심함을 이르는 말이다. 실제로 올해 7월, 울산 시내 한 도로의 아스팔트가 폭염에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밀려났다는 목격담이 기사화되기도 하였으니, 옛 속담이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선풍기나 에어컨, 냉장고가 없었던 시대의 옛 선조들은 어떻게 더운 여름을 보냈을까. 오늘날처럼 최신 기술이 적용된 냉방기기는 없었지만, 선조들도 나름대로 다양한 방법으로 피서를 즐겼다.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소서팔사(消暑八事)’라는 시를 통해, 아름답고 소박한 자연 속에서 경치와 간단한 놀이를 즐기고 찬물에 발을 씻는 탁족 등의 8가지 피서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해수욕이 중요한 피서법이었을 법도 한데, 오래전에 바다는 그저 넓고 거칠며 변화가 심하여 예측이 어렵고 위험성이 큰 장소로 인식되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 최초의 해수욕장인 송도해수욕장은 1913년 7월에서야 개장되었으며, 그때부터 바다가 낭만과 휴식을 즐기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하였던 듯하다. 그리고 지금, 바닷가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여름철 휴가지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여름날의 무더위를 날려주는 시원한 바다는, 변덕스럽고 위험한 모습으로 모처럼의 휴가를 망치고 안전을 위협하기도 한다.

바다와 관련된 가장 대표적인 위험기상은 태풍이다. 최근 3년간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총 4개였으며, 그중 2023년 태풍 ‘카눈’은 바다를 넘어와 한반도를 거의 수직으로 관통하면서 곳곳에 큰 피해를 남겼다. 여름철 해수욕장의 피서객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바다의 숨은 복병이라 불리는 ‘이안류’와 ‘너울’도 빼놓을 수 없다. 해안에서 바다 쪽으로 매우 빠른 속도로 흐르는 국지적 표면해류인 이안류는 유속이 최대 10km/h에 이를 정도로 매우 빨라, 수영을 잘하는 사람도 빠져나오기 어렵다. 너울은 긴 파장 주기를 가진 물결의 흐름으로, 바다에서 해안가로 다가오면서 높이가 높아져서 갯바위 등에서 낚시하는 일명 ‘바다 강태공’들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현상이다. 이 외에도 짙은 ‘바다안개’가 끼면 시야가 제한되고 돌발상황 발생 시 안전요원의 구조활동 등을 방해할 수 있고, 폭염에 노출된 채로 장시간 야외 활동을 하면 시원한 바닷가라 할지라도 온열질환에 걸리기 쉬우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이처럼 바다에는 각종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므로, 바닷가에서 안전하고 즐거운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서는 바다날씨 정보를 꼭 확인해야 한다. 기상청은 2019년부터 ‘해양기상정보포털’에 관광객, 어민, 선박 등의 안전한 해상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맞춤형 바다기상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현재 바다의 기온, 풍향·풍속, 파고, 수온 등 관측정보와 예보 및 기상특보 등 기본적인 바다날씨를 알 수 있으며, 실시간 여객선 운항 정보, 너울과 이안류 위험 예측 정보, 태풍 경로와 상세 정보 등 맞춤형 해양기상정보도 확인 가능하다. 또한, 기상청은 가족 체험활동이 많은 갯벌, 해상 케이블카, 낚시 포인트, 스킨스쿠버 등 여름 휴가철에 필요한 다양한 날씨 정보를 한곳에 모아 두었으며, 전국 328개 주요 해수욕장에 대하여 관측, 예보, 천문 등 날씨 관련 정보를 매년 6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기상청 날씨누리에 제공하고 있다. 이번 여름휴가 때 가족과 함께 바닷가로 떠날 계획이라면, 이 정보들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피서를 뜻하는 프랑스어 ‘바캉스(Vacance)’는 ‘텅 비우다’라는 뜻의 라틴어 ‘바카티오(vacatio)’에서 비롯되었고, ‘삼복더위’라는 말에도 ‘더위에 맞서기보다는 세 번 항복하다(피하다)’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고 한다. 이번 피서철, 변화무쌍한 바다날씨에 무모하게 맞서기보다는, 기상예보와 실시간 해양기상정보를 수시로 확인하여 모두가 안전하게 바다를 즐기며 행복한 추억을 만들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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