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8년… 남양주 조안면은 여전히 ‘멈춰’있다
팔당상수원보호구역 각종 규제로 막힌 ‘삶의 터전’
개발 거의 불가 생활기반 낙후… 규제·단속 악순환
수천만원 벌금등에 식당 청년사장 ‘절망속 생 마감’
“합리적 개선해달라” 헌법소원… 5년째 묵묵부답

남양주시 조안면과 양평군 양서면을 잇는 북한강 철교 위에 서면 전혀 다른 두 개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북한강을 사이에 두고 한 쪽은 아파트와 각종 편의시설로 채워진 양수리 도심이고, 다른 한 쪽은 50년 전 그대로 시간이 멈춘 듯한 조안면이다.
조안면에서는 팔당상수원보호구역 중 각중 규제로 간단한 시설 하나 짓기 어렵다. 주민들은 생활기반조차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서 단속과 처벌을 반복적으로 겪고 있다.
조안면은 남양주의 대표적인 낙후지역 중 하나다. 전체 면적 50.70㎢ 중 42.4㎢가 팔당상수원보호구역에 포함돼 사실상 개발이 거의 불가능하다.
최근 찾은 조안면은 변화가 거의 없었다. 그나마 새롭게 생긴 것이 편의점 세 곳 정도다. 팔당에서 조안면까지 이어지는 도로에는 약국, 병원, 식당, 마트 같은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도 찾아보기 힘들고 도로변에서 옥수수나 찐빵 등을 파는 노점만 드물게 보일뿐이다.

오는 30일은 한 청년이 조안면에서 삶을 마감한 지 8년째 되는 날이다. 2017년 7월30일 당시 26세였던 황승우씨는 조안면에 막국수식당을 운영하다 상수원보호구역 규제와 단속에 부딪혔다. 벌금과 과태료, 영업중단 등 절망에 빠진 그는 자신이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식당에서 생을 마감했다.
황씨가 남긴 A4용지 두 장 분량의 유서에는 ‘수사도 두렵고 잘한 것 하나 없는 아들이라 죄송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을 잃지 마세요’라고 쓰여있었다.
그가 운영하던 식당은 환경정비구역 지정으로 단속 대상이 됐고 당시 7명이 구속됐다. 황씨도 벌금 3천만원, 시로부터 이행강제금 3천690만원을 부과받았다. 수입이 막힌 상황에서 카드빚에 의존하며 관광객을 상대로 소시지, 커피 등을 파는 노점으로 연명했고 여자친구와의 결혼 약속도 미뤄야 했다.
한때 일부 원주민에 한해 음식점 운영이 허용될 수 있다는 제도 개선 소식에 다시 주방을 청소하며 희망을 품었지만 끝내 허가받지 못했고 독촉장만 쌓여가는 현실에서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이후 주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남양주시와 조안면 주민대표 3명은 2020년 10월 수도법과 상수원관리규칙 일부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그해 11월 헌재는 본안 심리에 착수했지만 아직 답보 상태다. 시도 탄원서를 제출하며 심리를 촉구했지만 헌재의 응답은 여전히 없다.

황씨 사망 후 지금도 조안면은 여전히 제자리다. 당시 단속됐던 음식점들은 농자재 창고나 고추밭 등으로 변해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앞에는 문방구 하나 없다. 청년의 삶이 멈췄던 그 자리 역시 그대로다.
조안면 삼봉리 장은호 이장은 “8년이 지나도 변한 게 아무 것도 없다. 시대착오적인 규제로 주민들이 일방적으로 희생당하고 있다는 절박한 목소리는 메아리로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남양주/이종우 기자 ljw@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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