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셋 중 한 명이 전과자? [세상에 이런 법이]

우리나라에 살면서 전과자가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예상보다 높다. 벌금형 이상 전과자는 2007년 이미 1000만명을 넘어섰고, 2016년에는 전 국민의 26.1%, 2020년 통계에는 전 국민의 29.8%가 전과자라고 집계되었다. 국민의 약 30%가 전과자인 셈이다.
거칠게 표현하면, 국민 세 명 중 한 명꼴로 범죄를 저지른 전과자인 셈인데, 외국인 관광객들이 감탄할 만큼 우리나라 치안은 꽤 안전한 편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전과자가 많을까?
학교에서 대자보를 뗀 대학생, 화단에 있는 꽃을 꺾은 할머니, 전기충전소 때문에 다른 아파트 주차장을 이용한 여성, 차 뒤에 자전거를 실었다가 차 번호판을 가린 남성···. 분명 잘못한 것은 맞다. 하지만 이런 경우까지 과연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 든다. 애석하게도 이 사연 모두 전과기록에 남는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대학생은 남의 물건인 대자보를 떼어내서 대자보의 효용을 해하였기 때문에 재물손괴죄(형법 제366조), 할머니는 다른 사람 소유의 화단에서 자란 타인 소유의 꽃을 꺾어서 가져갔기 때문에 절도죄(형법 제329조), 여성은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관리하는 주차장에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전기를 충전하겠다는 다른 목적으로 들어가 건조물의 사실상 평온을 해하였으므로 건조물침입죄(형법 제319조 제1항), 남성은 등록번호판을 가린 채 자동차를 운행하였기 때문에 자동차관리법 위반죄(자동차관리법 제10조 제5항)에 해당한다.
여기에다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청소년보호법 제28조 제5항)이나 구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식당을 운영한 식당 주인(식품위생법 제37조 제1항) 등 행정형벌을 더하면 그 수는 기하급수로 늘어난다.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회에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에 대한 제재는 필요하다. 제재 방법이 꼭 형벌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고가 터지면 일단 관련 규제 법안부터 만들고, 법을 위반하는 사람에게 형벌을 부과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향이 있다.
‘형벌 공화국’ 양산하는 처벌만이 해답일까
이러한 형벌권 남용은 단순히 형사처벌된 한 사람의 불행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수사기관도 낯선 특별법을 적용하느라 필요 이상의 시간을 쓴다. 부작용은 전체 사회에 미친다. 수사기관이 정작 집중해야 할 흉악범죄나 지능범죄에 대해서는 수사할 시간과 여력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경찰은 2017년부터 전과자 양산을 방지하기 위해 경미범죄 심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경찰은 과거에도 경미한 사건에 대해서는 훈방 조치를 하거나 즉결심판을 청구할 수 있었다. 자의적인 법 집행이라는 비난으로 인해 접수된 사건을 기계적으로 형사입건하는 관행이 있었고, 그로 인해 많은 전과자를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경미범죄 심사위원회는 비교적 경미한 사건에 대해 범죄 전력 여부(동종 전과 여부 등), 범죄 동기(생계형·우발적), 반성 여부(피해자나 수사관에 대한 진지한 태도 등), 신체상 연령상 참작 사유(장애인·고령자 등), 피해자와 합의 여부,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 등 다양한 정상 참작을 고려하여(경미범죄 심사위원회 운영규칙 제5조 제2항 별지 제4호) 감경 처분이 가능하다.
경미범죄 심사위윈회 운영규칙을 살펴볼 때, 앞서 나열된 예시들은 경미범죄 심사위원회에서도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는 사건이다. 물론 사건의 경중, 피의자, 피해자 등에 따라 다르지만 말이다.
경미범죄 심사위원회를 통해 형사입건된 사건은 즉결심판 청구로, 입건 전 조사 사건은 즉결심판 청구나 훈방 처분으로 감경될 수 있다. 즉결심판을 받는 경우는 범죄 전력으로 남지 않기에 공무원 임용 시 탈락될까, 또는 비자 발급이 거절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타인에게 피해를 준 사람에게 무조건적으로 형벌을 가하기보다, 피해자에게 사과할 기회를 주고 반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신뢰 자본을 쌓는 길이라고 믿는다.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형벌 공화국을 탈피하여 서로 신뢰하는 안전한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이지연 (변호사)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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