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는 흔적을 남긴다"…잿더미 속에서 진실 찾는 화재조사관

김온유 기자 2025. 7. 2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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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소방관]⑪황예주 소방사
[편집자주] 119안전센터 신고접수부터 화재진압과 수난구조, 응급이송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이 위기에 처한 현장엔 언제나 가장 먼저 달려온 소방대원들을 볼 수 있다. 재난 상황에선 히어로(영웅)같은 역할을 하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친근한 우리의 이웃들이다. 생활인이지만 평범하지만은 않은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인생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우리동네 소방관들을 만나봤다.

[화성=뉴시스] 김종택 기자 = 24일 오전 경기 화성시 전곡리 아리셀 참사 화재현장에서 열린 '아리셀 참사 1주기 현장 추모 위령제'에서 화재 건물 내부가 공개되어 있다. (공동취재) 2025.06.24. photo@newsis.com /사진=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엔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잿더미들만 남는다. 어디서, 어떻게 화재가 시작됐는지 가늠도 안 된다. 하지만 이같은 참사를 막기 위해 까만 재와 뒤엉켜 그 원인을 밝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화재조사관이다.

화재조사관인 황예주(29) 화성소방서 소방사는 지난 24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화재조사관은 단순히 불이 난 이유를 밝히는 것이 아니다"며 "불 속에 감춰진 누군가의 이야기를 꺼내 다시는 같은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세상에 경고하는 일이다"고 말했다.

화재조사관은 화재 현장에서 발생한 인명·재산 피해 등을 조사하고 궁극적으론 화재 원인을 밝히는 일을 한다. 대다수의 화재는 무심코 놔둔 전기선, 오래된 히터 등 전기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지만, 때로는 누군가의 무거운 선택이 담겨 있을 수도 있다. 또 화재의 성격에 따라 피해자들의 구제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화재조사가 중요한 이유다. 황 소방사는 "화재조사관이 특별한 이유는 단지 과학이나 추리 때문이 아니다"며 "이 일에는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 수반되기 때문이다"고 했다.

2022년 입직한 그는 소방공무원이 되기 전부터 수많은 화재가 발생하는 이유가 궁금했다고 한다. 소방관이 된 이후 화재를 겪은 사람들 중엔 생사의 갈림길에 서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됐고, 그들이 일상회복을 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황 소방사는 이같은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화재감식평가기사 자격증을 취득해 화재조사관의 길을 걷게 됐다.

그는 "화재조사관의 궁극적인 목적은 화재원인을 밝혀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면서도 "이에 더해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사람들이 일생생활로 돌아갈 수 있게끔 돕는, 복합적인 역할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소방사는 지난해 6월 경기 화성에서 발생했던 아리셀 공장 화재 현장에도 있었다. 당시 3만5000여개 리튬 전지 연쇄 폭발로 현장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사람들이 안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결국 아리셀 참사는 23명의 사망자를 남긴 최악의 참사로 기록됐다. 황 소방사는 "현장 진화가 마무리되고 내부에 쌓인 소사체를 보며 너무나 안타까웠다"며 "불이 앗아간 건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누군가의 가족이었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삶 그 자체였다"고 회상했다.

이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황 소방사는 공부를 놓지 않고 있다. 교통사고, 수난사고, 화재 등 다수의 인명피해가 있는 모든 현장을 다니기 때문에 자동차와 가전기기 등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사물에 대한 구조를 익혀야 한다. 특히 화성소방서는 전국에서 화재 발생 건수가 가장 많은 소방서다. 지난해 기준 화재건수는 702건, 인명피해는 77명이다. 다른 소방서들과 비교했을 때 적게는 2~3배에서 많게는 10배 이상 많다.

황 소방사는 전국에서 가장 바쁜 소방서에 근무하고 있지만 그만큼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 소방사는 많을 땐 하루에 5~6곳의 현장을 다닌다. 짧을 땐 화재원인조사가 1시간 내로 끝나지만 3시간 이상 걸릴 때도 있다. 황 소방사는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화재조사관으로서 역량을 갖추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그는 "화재조사관은 불 속에서 진실을 찾고, 그건 또 다른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는 불씨가 된다"며"큰 화재를 접하고 원인 조사를 하다보면 일에 대한 무게감을 더 느끼게 되는데, 더 많은 인명을 구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황예주 화성소방서 소방사/사진제공=소방청


김온유 기자 on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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