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폐지됐지만... "휴대폰 가격 급락은 기대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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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지난 11년간 국내 휴대폰 유통시장을 규제해온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일명 '단통법'이 7월 22일을 기점으로 완전히 폐지됐다. 2014년 제정 이후 소비자들 사이에서 "전 국민을 호갱으로 만드는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이 법률 폐지로, 과연 일반 소비자들이 휴대폰을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업계 전문가들과 통신사 관계자들은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단통법이 사라진다고 해서 휴대폰 구매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 것이다.
단통법 폐지로 통신사들은 단말기 지원금 공시 의무가 사라지고, 공시지원금의 15%로 제한됐던 추가지원금 상한도 풀렸다. 업계에 따르면 추가지원금은 단말기 구매 시에만 적용되며, 기존 공시지원금과 마찬가지로 181일 이내 요금제 하향 시 차액정산이 이뤄진다.
선택약정 제도 역시 변화될 예정이다. 과거에는 선택약정할인을 받으면 추가지원금을 받을 수 없었지만, 폐지 이후에는 두 혜택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고가 요금제 사용자들에게는 분명히 유리한 조건이다. 하지만 차액정산 위약금이 강화될 전망이어서, 공시지원금을 받고 가입한 고객이 6개월 이내에 요금제를 낮출 경우 위약금이 발생할 수 있다.
단통법 폐지, 무엇이 달라지나
SKT 해킹 사태가 만든 예상 밖 변수
단통법 폐지 시점과 맞물려 발생한 SK텔레콤 해킹 사태는 통신시장에 예상치 못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단통법 폐지보다 SKT 해킹 사태가 최근 단말기 지원금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4월 해킹 사고 이후 현재까지 83만 5000명이 SKT를 떠났고, 순 이탈 고객은 6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SKT 전체 가입자(약 2400만 명)의 3% 수준이지만, 통신업계에서는 '위기'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SKT 시장점유율이 40% 선 붕괴 위기에 처하면서, 회사 차원에서 대대적인 고객 유치 정책을 펼치고 있다. SKT는 8월 통신요금 50% 할인, 데이터 무상 제공 등으로 5000억 원 규모 혜택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보안 강화 비용을 제외하고도 고객 대상 직접 혜택만 1조 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투입할 예정이다.
다만 SKT 해킹 사태로 비롯된 유치 경쟁은 단통법 폐지 효과라고 보기 어렵다. 해킹 사태 여파로 인한 경쟁은 길면 9월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문제는 그 이후에도 경쟁이 계속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통신 3사 모두 단통법 폐지 후 대규모 지원금 경쟁 계획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통신사들 속내 "대규모 지원금 계획 없어"
진짜 문제는 치솟는 단말기 가격
이는 단통법 제정 당시와 달라진 시장 환경 때문이다. 첫째, 국내 통신시장이 이미 SKT, KT, LG유플러스 3사 체제로 안정화돼 있어 굳이 출혈 경쟁을 벌일 이유가 줄어들었다. 둘째, 휴대폰 제조사 시장도 삼성전자와 애플 중심 과점 체제가 되면서 제조사발 판매장려금도 크게 줄었다. 셋째, 알뜰폰 시장마저 통신 3사 자회사들이 50%를 차지하며 실질적인 경쟁 압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실제로 통신 3사 마케팅 비용은 2021년 7조 9500억 원에서 2023년 7조 6300억 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으로 수익성 확보를 위해 비용 절감이 우선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휴대전화 대리점업에 종사한 A 씨는 "단통법 폐지 자체만으로는 구조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렵다"며 "SKT 해킹 사건이라는 외부 변수가 있어 일시적으로 시장이 흔들리고 있지만, 근본적인 경쟁 구조가 바뀌지 않은 이상 기존 패턴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오히려 제조사 단말기 가격 상승이 통신비 부담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삼성전자 갤럭시S25 울트라는 최대 212만 원, 애플 아이폰도 200만 원을 넘나드는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23년 국내 휴대폰 평균 공급가는 642달러(약 92만 원)로 세계 평균(372달러)의 1.7배에 달한다. 2019년 대비 32.8%나 상승한 수치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과거 단통법 도입 전 시절에는 최고급 휴대폰이 100만 원도 안 했는데, 지금은 200만 원을 넘나드는 제품이 기본"이라며 "공시지원금 50만 원에 추가할인 65만 원을 하면 과거에는 '공짜폰'이 만들어졌지만, 요즘은 여전히 100만 원 가량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단통법이 폐지되면서 과거 단통법이 없던 시절처럼 '공짜폰'이 돌아올 것이라는 소비자 기대는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통신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과거 경험에 기반해 현실과 맞지 않는 예상을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2008년 번호이동 제도 도입으로 통신사들 간 보조금 경쟁이 시작되고, 2G→3G→LTE→5G로 이어진 세대 교체 과정에서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던 과도기적 시점에 소비자들이 저렴하게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었던 경험이 현재 높은 기대치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유리할까? 불리할까?
알뜰폰 시장에 미칠 파장
단통법 폐지와 맞물린 해킹 사태로 당분간은 소비자 혜택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특히 삼성 갤럭시 폴드7, 플립7과 9월 출시 예정인 아이폰 신제품 구매 시에는 평상시보다 많은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가 요금제를 사용하는 고객은 선택약정할인과 추가지원금을 동시에 받을 수 있어 기존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통신사들이 더 이상 지원금을 공시할 의무가 없어지면서 투명성이 떨어질 수 있고, 기존 25% 약정할인 혜택이 통신사 마음대로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저가 요금제 사용자나 일반적인 휴대폰을 사용하는 대다수 소비자들에게는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통신사들이 고가 요금제 고객에게만 파격적인 지원금을 제공하고, 일반 고객 기존 혜택은 줄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단통법 폐지 첫날인 7월 23일 휴대전화 대리점 반응은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오히려 허위 과장 광고나 차액정산 위약금에 대한 안내 부족으로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일부 온라인에서는 '갤럭시Z플립7 - 9만 원' 같은 허위 광고가 유통되기도 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시장 혼란 방지를 위해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집중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휴대전화 대리점 관계자 B 씨는 "핸드폰이 말도 안 되게 싸질 것 같냐고 묻는 고객들이 많은데, 솔직히 말하면 오히려 고객에게는 불리해질 수도 있다"며 "특히 '성지'라고 하는 보조금을 많이 주는 곳을 찾아 다니던 가격 정책에 밝은 고객은 크게 불리해질 것이라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판매점에서는 추가지원금을 투명하게 공시하라는 시장 가이드라인과 그것을 피해서 싸게 팔려는 판매자들 간의 숨바꼭질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결국 이름만 바꾼 단통법 시즌2가 나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단통법 폐지가 알뜰폰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정부 역할과 소비자 보호 방안 검토 중
단통법 폐지가 알뜰폰 시장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통신 3사가 고가 요금제 고객 대상으로만 대규모 지원금을 제공할 경우, 상대적으로 영세한 알뜰폰 업체들은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현재 알뜰폰 시장 50%를 통신 3사 자회사들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독립 알뜰폰 업체들이 설 자리는 더욱 줄어들 수 있다. 이는 결국 통신시장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불리한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단통법 폐지 효과를 극대화하면서도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차액정산 위약금 도입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관련 제도 세부 운영 방안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방통위는 향후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해 불공정 거래나 허위 광고 등에 대해 엄중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력해 차액정산 위약금 제도의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필요시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결국 소비자들이 단통법 폐지 혜택을 제대로 누리려면, 통신시장 구조적 변화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신제품 출시 시기에 맞춰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지원금 혜택을 잘 활용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태현 기자 toyo@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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