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호의 시보다 낯선] 때론 쓸모없는 말이 일상을 벗어나게 해

신이인의 두 번째 시집 ‘나 외계인이 될지도 몰라’(문학동네)는 제목처럼, “얼룩덜룩/멍투성이 지구”를 “온몸으로 거부하면서”(‘스프링’) 튀어오르는 외계인 화자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못돼처먹은 시인 녀석아, 나 이제부터 당신 이름을 외계인이라고 바꿔놓고 세계 밖으로 추방할 것이다.”(‘낙원 없이’) 시인은 왜 스스로를 못돼처먹은 외계인이라 부르는 걸까. 세상의 질서에 순순히 순응하지 못하는 자신이 어느새 이상한 이방인(alien)처럼 여겨지고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나라에서는 지나치게 춥고 흉하고 괴상하고 부담스러운 모양새가 되고 말았단다.”(‘사치’)
그렇다고 해서 이 시집이 세계로부터 추방된 이방인의 소외감만을 노래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상황은 정반대에 가깝다. “세상이 아주 옛날부터 공동묘지였다 그런데 날이 상쾌해서 달리기가 아주 좋았다 나는 손을 들고 무덤을 콱콱 밟으며 무덤 위를 펄쩍펄쩍 뛰며 방향도 없이 나아갔다 아주 신나게.”(‘구원’) 무덤 같은 세상에서도 신이인의 외계인들은 아주 신나게,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달려 나간다. 이 대책 없는 긍정과 자유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어쩌면 스스로 어디에도 완전히 속할 수 없는 이상한 존재이기에, 그 이상함 자체를 기꺼이 받아들이며 세계를 사랑할 나름의 방식을 찾아낸 것인지도 모른다. 이상함을 사랑할 수 있는 외계인이라면, 지구는 더 이상 상처만 주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시인은 말한다. 지구는 “상처만 받고 지나기엔/멋진 곳”이라고, 그리고 “사람과 짐승과 기계와 유령과 눈에 보이고 보이지 않는 숱한 것들을 아주 잠깐씩만 끌어안고 보내라고”(‘젊은 날─우주정류장’)
문득 시인은 묻는다. “이상한 말을 많이 했는데 왜 함께 있어주었나.”(‘외계인의 시’) 알아듣기 쉽지 않고 해독 불가능한 시의 말, 바로 그 이상한 언어야말로 사람이 구사하는 외계어가 아닐까. “얼핏 우주계처럼 불가사의해 보이”고, “쓸모없는 모빌”(‘꿈의 도형’)처럼 보이는 이 무용하고도 괴상한 말들 덕분에 우리는 잠시나마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 익숙한 세상을 낯설게 되돌아볼 수 있다. 그렇게 오늘도 우리의 외계인-시인은 천진하고 사랑스럽게 속삭인다. “얘들아, 못돼처먹은을 사랑해줘.”(‘꿈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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