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갈라는 가라…못보던 레퍼토리 ‘에투알 갈라’

유주현 2025. 7. 26.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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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숲속의 미녀’ 오로라 공주를 춤추는 발레리나 박세은. [사진 파리오페라발레단]
발레계의 여름은 갈라 열전이다. 유명 발레단들의 시즌 오프에 소속 무용수들이 저마다 투어에 나선다. 30일부터 8월 1일까지 이어지는 ‘파리오페라발레 에투알 갈라’는 발레리나 박세은이 예술감독을 맡아 직접 무용수를 섭외하고 프로그램을 짜는 특별한 갈라인데, 3회째인 올해는 에투알이 무려 10명이나 동원되는 최대 규모로 온다.

통상 갈라는 주역급이라면 언제든지 준비가 돼 있는 주요 레퍼토리의 파드되 위주로 짜여진다. ‘에투알 갈라’의 차별점은 대부분 국내 초연작인데다 중편까지 욕심껏 포함시킨 레퍼토리 구성이 무척 다채롭다는 점이다. A(30~31일)와 B(8월 1일)프로그램에 중복 레퍼토리도 없으니, 발레 팬으로선 볼거리가 넘친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오로라 공주를 춤추는 박세은. [사진 파리오페라발레단]
모리스 베자르의 ‘방랑하는 젊은이의 노래’부터 초연작이다. 구스타프 말러의 동명 연가곡에 바탕한 남성 2인무로, 사랑하는 연인이 떠난 후의 심정이 담겼다. 두 남자가 연인 혹은 분열된 자아처럼 보이는데, 동성애자였던 베자르의 자기 고백이기도 하다. 벤 스티븐슨의 ‘세 개의 전주곡’은 연습실에서 사랑에 빠지는 남녀 무용수의 모습을 묘사하는 서정적인 작품. 라흐마니노프의 전주곡이 피아노 라이브로 연주된다.

우베 숄츠의 ‘소나타’는 라흐마니노프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라이브 연주와 함께하는 애틋하되 절제된 감성의 파드되다. 케네스 맥밀런의 ‘콘체르토’ 파드되는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사용한 추상발레로, 남녀 간 애정보다 근원적 조화와 질서에 집중해 숭고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조지 발란신의 ‘소나티네’는 모리스 라벨의 피아노곡을 춤으로 해석했다. 12분간 솔로와 듀엣을 오가지만 그랑파드되의 전형적 양식을 깨고 음악과 자연스레 호흡하는 시적인 무대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오로라 공주를 춤추는 박세은. [사진 파리오페라발레단]
이달 초 로열발레단 내한 갈라 당시 무용수 부상으로 갑자기 취소됐던 웨인 맥그리거의 ‘크로마’ 파드되도 볼 수 있다. 추상적이고 냉정한 정서를 표현한 독특한 파드되로, 올리비에상을 받은 맥그리거의 대표작이다. 누레예프 버전 ‘잠자는 숲속의 미녀’ 전막 하이라이트도 궁금하다. 모두가 오로라 공주와 데지레 왕자가 되어 주인공이 등장하는 장면들만 엮어 보여준다. 박세은이 오로라의 입장과 마지막 결혼 파드되를 춤추고, 장미 아다지오는 한나 오닐이, 장미 배리에이션은 레오노르 볼락이 추는 식이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오로라 공주를 춤추는 박세은. [사진 파리오페라발레단]
지난 20년간 파리오페라 간판스타이자 프랑스 발레의 아이콘으로 군림하고 최근 퇴단한 발레리노 마티외 가니오의 처음이자 마지막 내한 공연이란 것도 관전포인트다. 가니오는 제롬 로빈스의 ‘인 더 나이트’와 우베 숄츠의 ‘소나타’ 무대에 등판해 프랑스 발레 우아미의 진수를 보여준다.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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