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칼럼] 트럼프의 글로벌 AI 액션 플랜과 한·미 AI 동맹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대한 엔비디아 저사양 GPU(그래픽처리장치) 수출 제재를 풀어준 후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베이징의 공급망 촉진 박람회에 참석해 중국의 발전에 대해 칭찬을 하고 레이쥔 샤오미 CEO 등과 어울린 지 불과 열흘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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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중 간 AI 패권 전쟁 점점 가열
미국, 규제개혁 등으로 승리 장담
중국, 대규모 인재 육성으로 맞서
한국은 미국과 연대해 추격해야
」

트럼프의 AI 전략은 세 가지 핵심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가 규제 혁신이다. 연방 및 주 정부 차원에서 존재하는 각종 AI 관련 규제들을 과감히 없애거나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다양성, 기후변화 등 사회적 가치 측면에서 이념적 편향 없이 설계된 AI만을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략은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2023년 AI 안전 행정명령을 사실상 폐기한 것이다. 바이든은 대규모 AI 모델의 투명성과 안전성, 노동·소수자 보호 등을 강조했지만, 트럼프는 이런 규제들이 혁신의 발목을 잡는다고 판단했다. 그는 빠르게 변하는 AI 기술을 정부가 심사하고 승인할 것이 아니라, 시장의 자율과 민간의 속도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대규모 AI 인프라 확충이다. 트럼프는 데이터 센터와 반도체 공장, 전력망 같은 하드웨어 기반의 인프라를 전례 없는 규모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엔 연방정부의 토지와 자원을 활용한 데이터 센터 허가 간소화, 전력 공급망 안정화, 석탄과 가스 등 전통 에너지원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인프라의 재활용 등이 포함된다.
세 번째는 국제 외교 및 국가 안보 전략이다. 트럼프는 미국이 개발한 ‘풀 스택’ AI 기술을 동맹국에 수출하고, 국제무대에서 미국 주도의 AI 기술을 확산시킬 계획이다. 이를 통해 미국의 AI 기업들이 화웨이 및 바이트댄스 같은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도록 만들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했다.
챗GPT가 출시된 2022년만 해도 AI 분야의 수퍼 파워는 미국뿐이었다. 엔비디아가 GPU 기반의 독보적 AI 인프라 솔루션을 지속해서 발전시켜왔고 챗GPT, 제미나이, 라마, Grok, Claude 같은 생성형 AI 기술이 실리콘밸리의 기업에서 나왔다. 그러나 최근 알리바바, 딥시크 같은 중국 AI 기업들이 미국을 빠른 속도로 추격해오면서 미국이 중국을 따돌리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내놓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중국에는 대략 세 부류의 AI 파운데이션 모델 기업들이 있다. 첫 번째는 오픈AI와 같이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을 추종하는 중국의 스타트업들이다. 중국 AI의 산실인 칭화대 출신들이 만든 지푸AI가 대표 격이다. 두 번째는 알리바바, 바이트댄스와 같이 기존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바탕으로 AI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대기업들이다. 세 번째가 주식 거래 사업을 하다 돌연변이로 태어난 항조우의 딥시크다. 미국에 위협적인 기업들은 두 번째와 세 번째 부류로 중국 내 AI 1~3위 기업들이다. 이중 중국 1위인 알리바바 Qwen은 오픈 소스(실제로는 오픈 웨이트) 모델로는 메타의 라마를 제쳤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수백조원의 인프라 투자를 선언하고 애플, 오픈AI 등에서 거액의 사인업 보너스를 주고 최고급 인재들을 데려와 수퍼인텔리전스팀을 만들고 있는 이유다.
그러면 알리바바는 어떻게 메타를 능가하게 되었을까? 지난달 독일 베를린의 국제학회에서 알리바바 Qwen의 총괄책임자 징렌 조우 박사와 사적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10년 전 중국 천인 계획으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에서 영입된 그의 휘하엔 현재 8000명의 엔지니어가 있다. 머지않아 엔지니어 수가 1만 명을 돌파할 것이다. 이 정도 규모면 AI 파운데이션 모델의 어떤 새로운 이노베이션이 나오더라도 이를 벤치마킹해 빠르게 추종하는 것이 가능하다.
알리바바만큼은 아니지만 오픈AI의 조직도 상당히 커졌다. 오픈AI는 작년 6조원(약 44억 달러)의 주식을 6000명가량의 우수한 인재들을 유치하고 유지하는 데 썼다. 또한 올해 현금성 보수로 15억 달러의 예산을 쓸 계획이라고 한다.
규모에서 미국과 중국에 밀릴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는 소버린AI를 추구하더라도 자주국방처럼 한·미 AI 동맹이 전제 조건이다.
이 한·미 AI 동맹을 통해 규모는 작더라도 실리콘밸리와 문화, 보수, 연구 환경에서 바로 통하는 AI 허브 특구를 만든다면 뛰어난 인재들이 한국에서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오픈AI에서 저커버그가 데려간 한 팀이 스위스에 위치해 있다는 점과 스위스가 연방공과대학 ETH와 EPFL에 GPU 1만 장을 구매해준 사례에서 우리도 배우기를 바란다.
차상균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 석학 펠로우,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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