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의 범행 기억을 지운다면 도시는 안전해질까?

권영은 2025. 7. 25.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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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미(45) 작가의 장편소설 '세이프 시티'는 재개발로 다시 태어난 신시가지와 머지않아 사라질 구시가지로 구획된다.

짓다 만 건물들과 부수다 만 건물들이 방치된 구시가지는 이른바 '엑스 구역'으로 낙인찍혀 온갖 범죄와 혐오 대상이 된다.

건물 벽면에 붉은 래커로 그은 엑스(X)가 선명한 이 동네에는 "우리는 위험에 처했습니다. 우리를 고쳐주세요"와 "여기를 가만히 내버려둬라! 여기에는 여기의 삶이 있다!"는 상반된 구호가 나부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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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손보미 '세이프 시티'
경기의 한 재개발 예정지 뒤로 아파트 단지가 우뚝 솟아 있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한국일보 자료사진

손보미(45) 작가의 장편소설 '세이프 시티'는 재개발로 다시 태어난 신시가지와 머지않아 사라질 구시가지로 구획된다. 짓다 만 건물들과 부수다 만 건물들이 방치된 구시가지는 이른바 '엑스 구역'으로 낙인찍혀 온갖 범죄와 혐오 대상이 된다. 건물 벽면에 붉은 래커로 그은 엑스(X)가 선명한 이 동네에는 "우리는 위험에 처했습니다. 우리를 고쳐주세요"와 "여기를 가만히 내버려둬라! 여기에는 여기의 삶이 있다!"는 상반된 구호가 나부낀다.

국제업무지구 개발이 좌초하며 장기간 방치됐던 서울 용산역 뒤편에서 3년여 살았던 작가의 경험이 녹아 있다. 작가는 용산역과 한강변 아파트 사이 불과 1㎞ 길을 사이로 난 이질적 풍경을 마음에 품고 단편소설 '리틀 걸 블루'(2016)에 이어 이 소설을 썼다. 신작은 인간의 기억을 삭제·조작할 수 있는 '기억 교정술'이 개발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뻗어나가는 이야기다.

'세이프 시티'의 엑스 구역에선 '연쇄 파괴' 사건이 발생한다. 매일 밤 여자 화장실만 표적 삼아 부수는 계획형 범죄. 휴직 중인 경찰 '그녀'가 우연찮게 범행 현장에 개입하게 되면서 범인이 잡힌다. "범죄를 저지르는 것에는 죄의식이 없지만 범죄가 탄로 나 받게 될 처벌은 극도로 두려워하는" 왜소한 남자였다. 분노한 민심을 등에 업고 '화장실 파괴범'을 기억 교정술의 첫 임상 실험 대상자로 삼으려는 세력의 작업이 시작된다. '그녀'는 "여론을 조작하고 거짓말을 하고 사람들 마음을 조종하는 걸 보고만 있지 않"겠다며 홀로 맞선다.

안전을 추구할수록 위험해지는 디스토피아적 현실을 보여주는 사회파 미스터리 외양을 띤 소설은 기술과 권력이 잘못 만날 때 진실은 어떻게 조작될 수 있는지, 우리는 무엇을 지키고 포기해야 할 것인지 질문한다.

세이프 시티·손보미 지음·창비 발행·248쪽·1만7,000원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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