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눈] 서이초 2년에도 곪아가는 교사들…심리 소진 밝혀낼 신호는?

서진석 기자 2025. 7. 25.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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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서현아 앵커

서이초 사건이 발생한 지 2년이 지났지만, 교사들의 심리적 고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교권 침해와 정서적 소진으로 교직을 떠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교직의 특성을 고려한 심리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은데요.


최근 교사들을 위한 심리 검사와, 맞춤형 회복 프로그램이 현직 교사에 의해 개발됐는데요. 


직접 스튜디오에서 자세한 내용 들어봅니다. 


검사를 개발한 원주금융회계고 정연홍 선생님과 함꼐 합니다. 


이름이 TBI, 즉 교사 심리적 소진 검사에요. 


어떤 이유에서 개발하게 되셨습니까?

정연홍 보건교사 / 강원 원주금융회계고

TBI는 제가 박사 학위논문 연구과정에서 개발한 척도입니다. 


10년 전만 해도 '소진'이라는 용어가 낯설었던 때인데, 당시 한 도교육청에서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한 상담 프로그램을 제안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일부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겪는 힘듦을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공감과 나눔의 장이 형성되었습니다. 


그 중에는 매우 힘든 상황에 놓인 선생님도 있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저는 도움이 필요한 분을 선별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과 소진 측정에 주로 사용하는 외국의 척도가 우리나라 교사들의 소진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특히, '냉소적 태도' 같은 하위 영역은 우리나라 교사들에게 잘 드러나지 않는 반응이었습니다. 


오히려 선생님들은 냉소나 거리두기 같은 외향적 표현보다는 감정을 억제하고 혼자 감당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심리적으로 소진된 상태에서도 겉으로는 평정을 유지하며 학생 앞에서는 에너지를 쏟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우리나라 교사의 정서적 특성과 문화적 맥락에 맞는 도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TBI를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교사들의 우울증이 일반 행정직 공무원과 비교해도 두 배 이상이라고 하죠. 


직무의 특성을 고려해서 진단과 지원을 해줄 필요도 있을 것 같아요. 


이 검사에도 반영이 되어 있습니까?

정연홍 보건교사 / 강원 원주금융회계고

내 상태를 정확히 아는 게 회복의 시작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TBI는 교사 소진을 다섯가지 하위영역으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일반적인 스트레스 반응이 아니라 교직이라는 특수한 직업 환경에서 비롯되는 심리적 소진의 양상을 정밀하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실제로 척도 문항을 개발할 때 "설문에 응답하면서 나만 그런 게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 위로가 되었다."라며 안도감을 표현하는 선생님들이 계셨습니다. 


이처럼 TBI문항은 교사의 경험을 언어화하고 보편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여 그 자체로 위로가 되는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검사결과는 전체점수와 영역별로 결과가 제공되기 때문에 선생님들은 소진의 특성과 정도를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소진 특성에 따라 맞춤형 지원과 개입이 가능하게 합니다.


서현아  앵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현재 상황부터 아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이신데, 검사를 통해서 교사들은 무얼 알 수 있을까요?

정연홍 보건교사 / 강원 원주금융회계고

이 검사는 외적으로 드러나는 반응보다는 겉으로 말하지 못했던 내적 붕괴의 징후를 포착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첫째, '교권에 대한 위기감' 영역은 정당하게 교육할 권리를 보장받고 있는지, 혹은 지속적으로 위축되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둘째, '무능감'은 교사로서 제대로 해내고 있다는 자신감이 남아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즉, 전문가로서의 자기효능감을 얼마나 유지하고 있는지를 측정합니다. 


셋째, '좌절감'은 작은 성취조차 느껴지지 않고 무력감과 헛수고 같은 감정이 반복되는 상태입니다. 


이 감정이 오래 쌓여갈수록 소진이 고착될 우려가 있습니다. 


넷째 '행정업무 부담감'은 수업 외에 반복되는 행정업무에 시달리며 교사로서의 정체성과 동기가 흔들리는 상태를 나타냅니다. 


마지막으로 '교직 회의감'은 여전히 이 직업에 대해 애정과 의미를 느끼는가, 아니면 그저 버티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하게 해 주는 영역입니다. 


이렇게 소진의 구조를 다섯 가지 영역으로 구체화함으로써, 교사들이 스스로 자신의 소진 상태를 이해하고, 무엇을 먼저 회복해야 할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서현아 앵커

교사만이 겪을 수 있는 문제를 정밀하게 진단하는 건데요.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정연홍 보건교사 / 강원 원주금융회계고

TBI 검사 결과를 토대로 생활지도 역량강화, 대인관계능력 향상, 긍정심리자본 향상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소진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고 책임을 나누고 회복을 설계하는 것도 전문가로서 건강한 자기관리 역량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검사 후 소진 영역에 맞춰서 맞춤형 실천 과제를 소규모로 진행할 수도 있고 자기돌봄의 과정으로 스스로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든 버텨야지"가 아니라 "내가 나를 회복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다시 갖는 것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교사 스스로 회복의 방향을 찾고 더 건강하게 교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나를 탓하고, 나에게서 원인을 찾지 말아야 한다는 건데요. 


그렇다면 실제 바로 해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습니까?

정연홍 보건교사 / 강원 원주금융회계고

해결의 방향을 나를 비난하는 쪽이 아니라, 나를 회복시키는 쪽으로 돌리는 것이 필요한데요, 제안드리고 싶은 것은 시간과 공간을 활용한 자기돌봄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간단한 방법은 하루 중 10분 정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확보하는 것입니다. 


그 시간은 전화도, 할 일에 대한 생각도 잠시 멈추고 그저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자동차 안이 되었든, 작은 방이 되었든 혼자 있는 공간에서 그저 숨을 고르고 나를 쉬게 해 주는 잠깐의 멈춤은 다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회복시킬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을 활용하셔도 좋은데요, 기본 형태는 집단상담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혼자라도 책 속의 활동자료를 따라가며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서이초 사건 이후 법과 제도의 개선이 이어졌지만 학교 현장의 변화는 더디기만 한데요. 


선생님들의 소진을 막을 수 있는 다양한 지원이 촘촘하게 보완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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